[예비 수의사의 일기] 펫시터가 만난 가지각색 사연의 아이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예비 수의사의 일기] 펫시터가 만난 가지각색 사연의 아이들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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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맞벌이 가정이나 1인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에 맞춰 반려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문화가 도그워커, 펫시터(Pet Sitter)다. 

 

그리고 나는 이번 방학에 예비 수의사, 펫시터로서 펫시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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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우리 집에 방문한 아이는 파양당한 아픔이 강아지였다. 나쁜 기억,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섦 때문인지 아이는 유독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손님을 위해 온 가족이 버선발로 나왔다. 아이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인사를 받으며 낯선 환경에 발을 들였다.

 

아이는 품에 안으면 금세 스르르 잠이 들었고, 밥을 잘 먹지 않아 입 앞에 손을 갖다 대면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동생은 본인의 새 인형을 기꺼이 내어주기도 했다. 가족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관심을 표했다. 

 

차츰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을 취했다. 나중에는 마음이 많이 편했는지 잠을 자면서 코골이 소리까지 들려줬다. 간식을 먹고 놀다보니 2박3일의 일정은 금방 지나갔다. 보호자는 아이가 전혀 살도 안 빠지고, 기도 죽지 않았다며 진심어린 감사의 편지를 우리에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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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온 아이는 말티즈 자매였다. 동생의 호흡 소리가 이상해서 보호자께 물었더니, 전 주인이 때려서 생긴 병이라고. 그렇게 매를 맞고 버려진 아이는 상처가 깊었고, 다시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말티즈 동생은 사람만 보면 애교부터 피우는 최강 애교쟁이가 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우리 가족에게도 성큼 다가와 배를 보여주며 사랑을 구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지만 안쓰러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낌없는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동생을 대하는 모습에서 안심을 느꼈는지, 처음엔 낯가리고 새침하던 언니도 동생과 같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자매. 털 뭉실뭉실했던 모습이 떠오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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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아이는 내가 9일 동안 방문 펫시팅 했던 2개월 된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밥을 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먹었다. 먹은 후에는 잘 먹었다는 예쁜 응가를 하고, 온 집을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혹한의 날씨도 따뜻했고 없던 기운도 생겼다. 

 

강아지와 뽀뽀를 하고 놀아주다가 헤어질 때에는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무척이나 정들었다. 보호자는 매번 음료와 편지를 준비해 두셨고, 마지막 날엔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과 두 장의 장문의 편지까지 건네주셨다. 그 아이와의 시간이 감사한 건 오히려 나였는데, 보호자는 진한 감동까지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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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는 출산한지 2일째인 모견과 7마리의 자견을 돌보기 위해 어느 가정을 방문했었다. 보호자 말에 따르면, 모견은 강아지공장 출신으로, 구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가정집에서 출산한 거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성애가 굉장히 강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러나 내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온 것을 알았는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을 열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초유를 먹이기 위해 한 마리씩 품안에서 꺼낼 때도 조용히 두 눈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동안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고, 과연 세상 모든 엄마의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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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는 중견 자매 두 아이와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펫시팅 첫 날, 자매 중 언니가 아침부터 아팠다. 평소 다른 집에서 시팅할 때 많이 예민했던 아이여서 보호자도 우려하셨다. 혹시라도 함께 있으면서 아이의 컨디션이 더 안 좋아 질까봐 가족 모두가 걱정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선뜻 가족에게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선 안기는 것이었다. 

 

조용히 눈을 맞추면서 대화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보호자와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해서인지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잘 아는 아이였다. 산책 다닐 때도 함께 걷고, 주변을 구경하는 여유도 보여줬다. 그에 반해 동생은 에너지 넘치는 애교쟁이었다. 집에서도 끊임없이 장난감을 갖고 놀았고, 산책 나가서도 동네 구경에 신나 했다. 성향이 다른 사랑스러운 자매는 우리가족에게 풍성한 명절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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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유기견 출신의 결막염과 체리아이를 갖고 있던 아이었다. 다리가 좋지 않아 걸음이 불편했다. 매일 수시로 눈꼽을 제거해줘도 끊임없이 눈꼽이 끼었고, 호흡이 거칠어서 잘 때도 깊게 자지 못했다. 코 고는 소리도 굉장히 컸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했던 보호자는 시팅하기 전 아이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그 얘기를 유념하면서 온 가족이 더 세심하게 챙겼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걸 아이도 알았는지 잦은 눈곱정리에도 얌전히 앉아 얼굴을 내밀었다. 산책을 나갈 때도 어느 누구보다 즐거워하면서 이곳저곳 신나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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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 동안에는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바쁘고 알차게 보냈다. 몇 달 동안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 사연이 많았다. 보호자에게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행복하게 생활한 아이도 많았지만, 버려진 아픈 있는 아이, 친구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겁 많은 아이,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 식분증을 앓고 있는 아이 등.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저 슬픈 눈으로, 안쓰러운 신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전할 뿐이다. 

 

나는 보호자들이 아이들의 아픔을 잘 이해해주리라 생각해서 수의대생이자 펫시터인 나에게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짧은 시팅에서 배운 것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결심한 건 아이들에 대한 보호자의 사랑과 예비 수의대생(그리고 펫시터)의 사명감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게 나를 믿고 오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신의이고 나 자신에 대한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로부터 더 선한 수의사로, 책임감 있는 수의사로 성장할 것이다.

 

 

CREDIT

글 사진 콩닥이 (수의대생)

에디터 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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