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낮은 안락사율,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Ⅱ


 

칼럼
시애틀의 낮은 안락사율,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Ⅱ
조회 2810   1년전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프린트 리스트보기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지난 이야기

시애틀 시에서 운영하는 시애틀 동물보호소(Seattle Animal Shelter)를 방문했다. 시애틀 동물보호소가 다른 시 보호소와 가장 큰 차이점은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 못지않은 높은 입양율과 낮은 안락사율이다.  2016년 기준 입소한 2337마리 중 심한 질병이나 공격성 때문에 입양이 불가능하거나, 노환 등으로 주인이 직접 안락사를 요청한 동물 294마리를 빼고는 모두 가족과 재회했거나 다른 가정으로 입양됐다. 입소 동물의 90퍼센트에 달하는 숫자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임시가정 보호제를 활용해 현재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보호소 

 

보호소를 돌아보며 가장 눈에 띈 것은 동물이 몇 마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개는 총 다섯 마리가 보였고, 개별 사육장과 놀이터가 조성된 고양이 보호공간에는 놀랍게도 단 한 마리의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개, 고양이 외의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에는 이구아나, 뱀, 페럿, 토끼 등이 있었다.)

 

이유는 임시가정 보호제도(Foster home)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에는 자원봉사자 7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중 백여 명은 입소하는 동물을 집에서 돌보는 임시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시보호라고 하면 입양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임시보호자들은 대부분 전문적으로 임시보호만 한다. 보통 동물이 없는 가정인 경우가 많은데, 보호하던 동물이 입양가면 곧 또 다른 동물을 맡는 시스템이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번식기인 여름에는 구조되는 고양이가 늘어나지만 가을이면 모두 입양이 완료된다

 

 

동물 입장에서는 보호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보호소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동물을 구조, 관리할 수 있다.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은 직접 임시보호자와 연락해 보호자의 가정이나 공원처럼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동물과 만날 수 있어 동물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더 수월하다. 

 

자원봉사자의 활약은 임시보호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소의 개들이 하루 최소 두 번은 긴 산책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야외로 나가 달릴 수 있는 것도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1997년부터 운영되는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은 역할에 따라 교육 시간과 강도가 달라진다. 모금이나 후원행사 개최 등은 몇 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되지만, 동물관리나 임시보호처럼 동물과 직접 접촉하는 봉사는 이수해야 하는 교육시간도 길어진다. 대신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원봉사자라면 사전 통보 없이도 자유롭게 보호소에 들어와 컴퓨터에 자신의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그날 필요한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아나 그레이브스 소장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5
4년 전부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리사. 700여명의 시민이 정기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레이브스 소장은 “1997년 처음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는 봉사자는 매 번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야 했고, 안내에도 인력이 들었다. 이제는 효과적인 시스템 도입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보호소 관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탁실에서 4년 전 반려견을 입양하면서 봉사자를 시작했다는 ‘리사’를 만났다. 주로 개 산책을 시킨다는 리사는 “보호소에는 10년 이상 봉사한 사람들도 많다. 나는 비교적 신참”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그 날 할 수 있는 업무와 예전에 했던 업무 등의 열람이 가능하다

 

 

야생성 강한 길고양이 돌보는 ‘헛간 고양이(Barn cat) 프로그램’

 

시애틀 동물보호소는 인근 시보호소와 지역 내에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15개의 보호소와도 협조하고 있다. 인근 킹스 카운티(Kings County)시 보호소의 야생 고양이(feral cat) 보호 프로그램인 ‘헛간 고양이 프로그램(Barn Cats R Us)’가 그 중 하나다. 야생성이 강해 가정에서 입양이 불가능한 고양이의 번식을 줄이면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는 신청자의 헛간이나 창고 등에 고양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휴식처와 급식소를 설치한다.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을 마친 후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2주 동안 새 보금자리에 적응하는 훈련을 한다. 야생 고양이는 밖에 살면서도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돌보는 사람은 원치 않는 쥐를 쫓을 수 있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자원봉사자가 페럿을 돌보고 있다. 소유가 금지된 종을 불법으로 사육하다 압수된 동물도 있다. 
이럴 경우 재판이 끝나면 사육이 적법한 주로 송환한다. 

 

 

시애틀 동물보호소의 연간 운영비는 4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40억 원이 넘는 액수다. 운영비의 80퍼센트는 시 예산으로 충당되지만 나머지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시민들은 반려견 놀이터, 중성화 수술 사업 등 사용처를 지정해 후원할 수도 있다. 

 

개, 고양이, 피그미염소, 애완돼지 등 등록대상 동물에 대해 매년 35 달러씩 지불하는 등록세도 보호소 운영과 동물 관리에 쓰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시애틀 동물보호소 후원회(Seattle Animal Shelter Foundation)도 운영되고 있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후원회는 후원모금 외에도 동물보호교육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동물 행동문제가 사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임을 인지해, 작년부터는 후원회의 지원으로 전문 행동교정사와 촉탁계약을 맺어 반려동물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든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교육에 있어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말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동물은 매년 10만 마리, 이 중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정에 입양되는 동물은 절반에 불과하다. 

 

 

365cee58d09ad98937cd4397aec89c33_1516864
 

 

아직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동물 보호소라고 하면 ‘1안락사’라는 단어만 떠올리는 시민들도 많다. 동물이 생명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부기관이나 동물보호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얼마 전에는 강동구가 지자체 최초로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열었다. 우리나라도 동물보호소가 동물이 죽어나가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고, 동물에게는 최대한 인도적인 대우를 보장하고 지역사회 안에서는 동물보호인식을 확산시키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요 1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opinion&wr_id=964&page=6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칼럼니스트 소개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모든 동물이 고유한 습성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동물보호활동가. 동물복지 정책연구와 입법운동에 중점을 둔 비영리단체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저자.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월간비건 등의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반려인의 의견   총 0

이 글에 첫 번째 의견을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벤트 더보기

다이어리 더보기

공지사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1513호
(c) 2002-2019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