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너희에게 시계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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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너희에게 시계가 있다면
작성일1년전

본문

 

길 위에는 고양이가 있고, 사람이 있다

너희에게 시계가 있다면 

 

조금 어리게 보면 40대 후반, 아무리 봐도 50대 중반을 넘지 않아 보이던 그녀는 60대를 훌쩍 넘었다 했다. 한파가 지독히 기승이던 겨울의 한복판, 여러 일로 바쁜 그녀는 2시간 남짓의 시간을 가까스로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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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있는 것처럼

 

오전에는 따로 하는 일이 있고, 볕이 있는 오후 시간은 집안일을 하고, 해가 떨어지면 길고양이를 챙기기 위해 길을 나선다. 서로 시간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시계라도 있는 듯 늘 비슷한 시간에 나와 있는 고양이를 실망시킬 수 없어 순례 씨는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캣맘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밥을 챙기기 시작하는 것과 달리 저녁에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혹시 야간 활동이 힘들어서는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찾아오는 고양이의 캣맘이었던 그녀를 찾아가는 캣맘으로 바꾼 주주 때문이었다. 주주를 발견해 치료한 사람은 타 지역 캣맘이었는데, 야생성이 강해 구조나 입양이 불가능하니 정기적으로 밥을 줄 사람을 찾았고 순례 씨가 나섰다. 주주가 나와 있는 것이 저녁 7시. 그렇게 밥 주는 시간이 정해졌다. 그러면서 같은 시간에 나와 먹이를 찾는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 챙기다보니 어느새 8군데, 물 2리터, 사료 3킬로그램 남짓을 하루에 나눠야 할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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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순례 씨는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실제로 만나본 캣맘들 중 다수가 애견인이었는데, 순례 씨 역시 그랬다. 시작은 2012년에 새 동네로 이사를 하면서였다. 그 전과 달리 이사한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았고, 쓰레기 봉지를 뜯는 경우도 있었다. 정리해놓은 것이 헤집어지고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에 불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도대체 뭘 먹으려고 저 더러운 봉지를 뜯는지 지켜볼 여유 혹은 관심이 있었다. 사람이 쓰고 버린 것으로 가득찬, 더러워서 단단히 묶어둔 그 봉지 안에서 길고양이는 음식물 찌꺼기나 뒤처리를 하고 남은 휴지를 꺼내 삼켰다. 그마저도 구할 수 없으면 작은 돌멩이를 먹기도 했다. 

 

그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지 않기란 어려웠다.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알고 춥고 더움을 느끼는 같은 생명으로서, 도무지 밥 한 줌 물 한 그릇을 나눠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너른 지구,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거기에서도 경기도의 한 작은 동네에 같이 살고 있는 동료 생명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5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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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어디에고 숨어 있다

 

재개발은 길고양이 돌보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재앙이다. 순례 씨에게도 그 악몽이 찾아왔다. 말만 무성한 줄 알았던 재개발이 인근 동네에서 확정되면서 악몽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아직 확정 소식도 없는 순례 씨의 동네 여기저기에서도 불안한 이별이 눈에 띈다. 급식소에 오는 고양이가 쉬어가게 두던 식당이 문을 닫았고, 급식소를 놓던 건물 전체가 비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듯 한 자리에서 서성이는 고양이 무리를 볼 때도 있고, 불쑥 나타나거나 쓰레기를 먹는 낯선 고양이를 볼 때도 있다. 그러면 급히 밥을 챙겨주고 수소문을 해본다. 불안은 대부분 사실로 바뀌곤 한다. 

 

“얼마 전까지 밥 주던 사람이 이사를 갔다.” 

 

끝까지 챙길 것이 아니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순례 씨는 몇 번이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재개발과 이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캣맘이 될 줄 모르고 계약해둔 아파트가 먼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입주가 시작되고 이사를 간다면 밥을 챙기러 차로도 꽤 걸리는 먼 길을 이동해야 할 텐데……. 순례 씨는 그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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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쫓아온다

 

순례 씨와 길고양이의 동행을 위협하는 것은 또 있다. 순례 씨의 시간이다. 그녀는 구조한 고양이를 스스로 입양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할 수가 없다.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10년 혹은 그 이상이 될 고양이의 시간은 너무도 무겁다. 구내염이 너무 심해서 밥도 먹지 못하는 앵두와 건물 위에서 죽은 어미를 기다리며 얼어죽은 형제들 속에 유일하게 살아 있던 라기, 2차선 도로에서 늘 그녀를 기다리던 팝콘까지 셋을 데리고 있지만, 모두 새 가족을 찾아야 한다. 순례 씨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사실 아무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다. 

 

정을 붙이지 않으려 처음 밥을 줄 때는 고양이들을 모두 나비라 부를 뿐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는 그녀는 올해 부쩍 이 일이 힘에 부친다고 했다. 그래도 끝낼 수는 없다. 이어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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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살지만 오래 남아 있을 길고양이

 

흔히 우리는 길고양이도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내포된 것은 이들도 우리 동네의 이웃이니 괴롭히거나 내쫓지 말아달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우리는 ‘도시 생태계’라는 단어의 무게를 얼마나 생각해보았을까? 아마 그 단어가 가진 무게를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은 캣맘이 아닐까 싶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끝이 없다. ‘아주 힘들다’나 ‘수가 무한정 는다’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개체 수는 자연 도태 혹은 TNR을 통한 인위조정이 가능하다. 일의 고됨이야 말할 것 없지만 고민거리는 아니다. 끝이 없다는 것은 항상 어딘가에서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유기든 새로운 탄생이든 다른 지역에서의 유입이든 새로운 고양이는 늘 나타난다. 결승점이 없다. 생태계의 일원을 돌본다는 것은 돌보는 사람 역시 멈추지 않고 같이 그 안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캣맘 일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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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털이 날린다, 냄새가 난다, 시끄럽다, 벌레가 꼬인다, 화단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길고양이 돌봄을 방해하고 반대한다. 서운하고 화가 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말이다. 길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중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개인이 할 수 없다. 언제까지 이 문제를 개인 간의 사적 다툼으로 내버려둘 것인가. 

 

얼마 전, 순례 씨는 112 신고를 당했다. 고양이 밥 주는 걸 방해한 사람에게 그런 행동은 동물학대라 이야기하고 말싸움을 한 까닭에서였다. 출동한 경찰은 일방적으로 밥을 주지 말라고 그녀에게 명령했고, 경찰 개입으로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 생각한 순례 씨는 타협점을 찾고자 신고자를 따라가려 했지만, 경찰은 주거침입죄를 거론하며 그녀를 제지했다. 공포심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순례 씨는 이후 용기를 내어 해당 지구대를 찾아 항의했다. 그러나 늘 그랬듯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라는 동료 경찰의 변명 섞인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렇게 매번 화나게 하지만 전혀 새롭지는 않은 길고양이와 캣맘을 대하는 공공기관과 공권력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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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그로 인한 피해, 민원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고양이의 생태와 돌봄, 민원 예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캣맘이 늘 그곳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재해야 할 공공기관이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귀를 닫고 있는 동안, 아까운 시간이 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이 이 유용한 인력과 정보에 손을 내밀길 바란다. 이들은 그 손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행복한 고양이 마을 http://cafe.naver.com/haengo

 

 

CREDIT

김바다 (작가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표순례 (도미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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