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 등교거부 딸을 달래준 대머리 새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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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 등교거부 딸을 달래준 대머리 새끼 고양이
작성일1년전

본문

 

이웃집 고양이

등교거부 딸을 달래준 

대머리 새끼 고양이 ​ 

 

고양이는 원래 털갈이 시기에 대머리가 되나? 우리 식구는 고민에 휩싸였다. 펫숍에서 데려온 작은 러시안 블루 고양이가 뭉텅이로 털이 빠지기 시작했기에. 태어난 지 55일이니 55만 원을 달라고 하던 그때부터 의심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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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한 시간

 

2017년 6월 28일 펫숍에서 데려온 러시안 블루 한 마리. 외동딸 하연이가 고슴도치 용품을 사러 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던 로망묘를 가족으로 맞았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온 딸아이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였다.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표현을 과격하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등교거부를 하고 혼자 남겨지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죠. 층계에서 떠밀거나 돈을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걸 듣고서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좋은 해결방법이란 어떤 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아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괴롭힌 아이도, 상처를 받은 딸도 아직은 어린 초등학생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현명한 방법을 찾고 싶었던 희영 씨에게 고양이의 입양 또한 방법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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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곁에서 어루만져줄 수 있는 손길에도 한계가 있어요. 마음속 깊은 상처가 곪지 않길 바랐죠. 털어놓을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딸인 하연이에게 반려 고양이야말로 가장 좋은 형제자매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 당시 우리 가족에게 절실했던 고양이가 바로 수니였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샵에서 데려온 지 사흘 만에 수니의 눈이 퉁퉁 붓고 털까지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허피스 바이러스까지. 동물병원에서는 고작 350그램밖에 안 되는 아기 고양이의 면역력이 너무 낮다며 놀라워했다. 그래서 링웜과 허피스가 동시에 온 것 같다는 진단까지. 설상가상으로 결막염까지 더해지자 수니를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결국 2시간마다 안약을 넣고 소독하라는 처방을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눈에서부터 머리까지 털은 몽땅 빠지고 눈은 퉁퉁 부어서 흉측해진 몰골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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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어떻게 환불하죠 

 

희영 씨는 한 번쯤 펫숍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곳도 있겠지만 수니를 데려왔던 곳은 환경이 좋지 못한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꼭 홀린 사람처럼 수니를 데려왔다. 

 

“저희가 너무 무지했지요. 태어난 지 55일 돼서 55만 원 달라는 말도 덜컥 믿어버렸을 만큼. 그때는 펫숍에서만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 줄 알았어요.”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그 펫숍은 뭔가 이상했다. 중성화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먹던 사료 정보도 주지 않았다. 희영 씨 가족은 다른 샵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때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이 어린 수니였다. 끊임없이 아이컨택을 하며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녀석을 보고 문을 나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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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데려온 수니는 몸 이곳저곳이 아픈 상태였다. 병원에서 길고양이를 데려와도 수니보다는 건강할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펫숍에 연락했더니 데려오면 환불해주겠다는 당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단지 며칠을 간호했을 뿐이지만 수니는 이미 가족이 되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환불을 입에 올릴 수 있는 것일까. 

 

그 이후로 희영 씨는 주변에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당부를 돌리고 있다. 수니로 인해 알게 된 세계다. 구조된 고양이들, 입양을 기다리는 녀석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인 사람들은 희영 씨네 가족처럼 모를 수 있다. 알리면 불행도 적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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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와 함께하며 한층 밝아진 딸  

 

두 달이 지나서야 수니를 괴롭히던 허피스와 링웜이 완치되었다. 대머리 고양이에서 어엿한 고양이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짧고도 길었다. 한 달 이상을 안약 넣고 약을 먹이면서 녀석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건강을 위해서지만 이를 알리 없는 수니는 종종 삐져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모든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이 변한 건 딸 하연이었다. 또래보다 훨씬 생각이 깊고 예민한 아이여서 괴롭힘을 당한 후 트라우마가 클까 걱정했는데 수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발랄한 소녀로 성장해나가는 중이다. 

 

“고해성사하듯 ‘엄마! 오늘은 이런 나쁜 생각을 했어’라고 고백할 때마다 우리 하연이가 잘못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요. 겉으론 대범한 척했지만 가슴 한쪽이 무너지더라고요. 하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작은 생명 앞에서 하연이는 참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지난 6개월 동안 자신보다 아픈 수니에게 더 집중하면서 점점 밝은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뭐 웃음을 멈출 새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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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한가운데 수니가 있다

 

수니가 없는 하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희영 씨네 대화 속엔 언제나 고양이가 있다. 

 

부비부비 하는 아빠와 밀어내는 고양이 딸, 감기 걸린 엄마에게 꾹꾹이를 하는 기특한 수니, 엄마>하연이>아빠 순으로 서열 꼴찌가 된 아빠의 푸념, 따라다니는 고슴도치가 무서워서 줄행랑치는 고양이 수니, 하연이 양말만 물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한 엄마, 문제집은 더 뜯어도 된다며 종이 뜯는 수니를 격려(?)하는 하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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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니는 허피스가 완치된 다음에도 아팠다. 미열이 있어 접종을 미뤄야 했고, 잦은 설사로 항문에 침까지 맞아야 했다. 선풍기 바람에도 종이인형처럼 떨어 9월부터는 옷을 챙겨 입고 생활하는 중이다. 

 

사람이 성장하는데도 중요한 시기가 있듯이 아기 고양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기가 있다. 수니에겐 그 시기가 너무 짧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수니는 좋은 가족을 만났고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너도 우리 가족으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잠든 수니의 귀에 속삭여주는 아주 따뜻한 엄마, 아빠 그리고 너무나 좋은 언니 하연이가 있는 집에서.

 

 

CREDIT

박수현

사진 장희영

에디터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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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4
celi****  
좋은 가족을 만난 수니는 행운냥이네요~ !  수니가 무지개다리 건널때까지 사랑해줄 가족이 생긴듯 하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답글 0
YAMACHIKO  
저 둘의 뒷모습사진에 자꾸 눈이 가네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답글 0
jy2oon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있는지 궁금하네요...
답글 0
고양이책방분홍코  
생후55개월 55만원.. 안쓰러워요.  아이가 얼른 건강해져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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