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만리 | ③ 맹견주의보는 왜 발령됐을까


 

에디터노트
맹견만리 | ③ 맹견주의보는 왜 발령됐을까
작성일1년전

본문


맹견만리 

③ 맹견주의보는 왜 발령됐을까

 

요즘 강아지 관련 기사마다 내용과 상관없는 악플이 달린다. 더 많은 개들의 입을 동여매고, 반려인을 단속하는 법안이 준비 중이다. 공격성을 드러낸 개들을 죽이거나 격리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특별법 청원이 빗발친다. 한 연예인의 반려견이 일반인을 문 사건이 화제가 된 지 2주일이 지난 모습이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은 어떨까. 정말 그렇게, 잘못되었던 것인가.

 

 68e04628496036e997c0cea88c48ab81_1509504 

 

 

자극적인 키워드들의 향연이다. 아이돌, 반려견, 프렌치 불독, 물어뜯기, 녹농균, 패혈증, 사망, 부검 불가. 사실을 따지고 인과 관계를 증명할 새도 없이 이 몇 개의 단어들은 가장 쉬운 구조로 묶여 언론에 의해 폭발적으로 유통됐다. 요컨대, 개가 사람을 죽였다.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녹농균이 개의 이빨에 있었든 없었든 그로 인해 병원에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것은 사실이니 저 명제는 옳은 것이 아니냐는 인식은 무더기 기사들에 힘입어 빠르게 굳어갔다. 이후 알려진, 개로 인해 녹농균이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은 극히 드물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반려인 가족의 발 빠르고 정성스런 조치는 회자되지 않았다. 그 대신 문제의 프렌치 불독이 훨씬 오래 전부터 공격성 성향을 드러냈으며 반려인이 그것을 교정하려는 노력 없이 방치했다는 심증이 병원 관계자의 과거 SNS 댓글 등과 같은 불확실한 근거들을 통해 더 정확한 사실처럼 퍼져 갔다. 잔뜩 부푼 관심과 분노는 한 사람의 표적이 감당하기에 부족해졌다. 

 

곧 도마에 오른 건 모든 개 반려인들이다. 이때 자기 개를 이기적으로 옹호하며 주변 사람의 취향과 사정은 무시하는 극단적인 이미지가 일반화된다. 자업자득이라 하기엔 정말 강아지를 방종하며 키우는 반려인은 소수이며, 그토록 철저히 에티켓과 바른 교육법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아무나 물어뜯는 악마견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개로 인한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사냥을 목적으로 억압받으며 폭력적으로 사육된 개들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의 반려 방법에 잘못된 구석이 많으며, 강아지 반려인이라면 이번 기회에 행동거지를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는 과도한 자기반성을 요구받는다. 뭔가 이상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문제의 프렌치 불독이 사람을 죽였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그런데 대책과 성토는 급박하게 조성되고 있다. 

 

 

68e04628496036e997c0cea88c48ab81_1509501
(사진=최시원 SNS)

 

 

프렌치 불독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게 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소가 사람을 받아 죽게 했다면, 고양이의 이빨 속 균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 문제가 이렇게 비화될까? 거리의 반려인들을 몰래 고발하는 파파라치가 등장할까? 반려인 자격을 엄격히 하자는 특별법이 청원될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개 식용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한 발의를 하자고 하면 국회에선 개 농장을 거론하며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개만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식용 문제 때문에 전반적인 동물 복지 수준을 올리는 데에도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인간과 감정적으로 친밀하고 오랫동안 반려의 역사를 쌓아온 개의 특별한 지위는 그들을 치열한 논쟁의 장의 최전선으로 데리고 온다. 그래서 개를 둘러싼 문제가 확산되고 수렴되는 모양새는 중요해진다. 향후 다른 동물들이 비슷한 경우에 처할 때 ‘개의 케이스’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동물 옹호론과 비옹호론 진영에서 개는 제일 먼저 점해야 할 거점이다.

 

이번 사건을 확대시킨 원인으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를 꼽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미리 준비된 수순처럼 진행되는 속전속결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확증 편향은 기존 신념을 기반으로 한다. 사건과 보도 이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이 강화되며 힘이 실리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생태계의 관리자이자 먹이 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는 존재라는 신념, 우월주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인간과 동일 수준을 넘보는 동물을 발 아래로 내려 서열을 정립할 찬스다. 개가 지니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개 중의 일부를 맹견으로 규정하고, 몹시 위험한 동물로 상정한 후, 철저한 단속 방안을 꾀하는 재빠른 움직임을 단순히 개 본연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 보기 어렵다. 개를 때리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동물 복지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동물 분야는 근래 관심이 집중된 영역이다. 지난 8월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엔 동물 판이 일제히 생겼고 그 전부터 언론사들은 동물 뉴스 팀을 신설해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취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천천히 되짚으며 문제를 점검하는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투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불량한 일원 하나를 본보기 삼아 전체 규율을 정비하고 일원을 포함한 집단을 제어하려는 의지를 부조리하다고 말해 왔다. 이제껏 학교, 군대, 국가로부터 겪어 왔던 일이다. 인간이 이룩한 세상에서 동물은 명백한 사회적 약자다. 약자와 그들의 보호자가 자초지종이 드러나지 않은 불명확한 사건의 공범이 되어 훈계와 감시의 대상이 되고, 이들의 권리를 주장했던 목소리들조차 이 지적을 일면 수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최선의 교육법은 아닐지라도 자기의 강아지를 자식처럼 돌봐온 다수의 반려인들이 경직될 필요는 없다. 차라리 맹견을 구분 짓고 개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며 잘 지냈던 이웃집 강아지조차 다시 보게 만드는 사람들을 확인하자. 그들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동물 혐오자다. 주의보는 그곳에 내려져야 한다.  

 

 

시리즈 | 맹견만리

① 모든 개는 맹견이 될 수 있다

② 참된 애견인이 지참해야 할 '십개명'

③ 맹견주의보는 왜 발령됐을까 

 


CREDIT

에디터 김기웅

그림 이현진

  

 

 

     좋아요 0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opinion&wr_id=894&page=8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반려인의 의견   총 0

이 글에 첫 번째 의견을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벤트 더보기

다이어리 더보기

공지사항  
체험단이벤트  |   구독이벤트  |   포토이벤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  광고/제휴문의 |  구독문의 |  오시는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1513호
(c) 2002-2019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