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을 벗어난 사육… ‘애니멀 호딩’을 아시나요


 

칼럼
능력을 벗어난 사육… ‘애니멀 호딩’을 아시나요
조회 37551   1년전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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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기르는 개, 고양이 70마리 구조해주세요.” 

“끔찍한 고양이 쉼터 – 집에서 100여 마리 고양이 돌봐”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기동물 수십 마리를 혼자 거두어 기르는 사람의 사연은 동물을 위해 희생하는 ‘훈훈한’ 스토리로 포장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동물복지의식이 성장하면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애니멀 호딩’이란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기르면서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승다두사육이라고도 한다. 

 

애니멀 호딩은 직접적인 폭력이나 학대로 상해를 입히는 것만큼이나 동물에게 큰 고통을 준다. 사료, 물, 쉴 곳 등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도 제공받지 못하는 동물들은 굶주림, 목마름과 싸워야 한다. 분변과 상한 음식, 심지어 동물 사체까지 방치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면서 피부병, 전염병 등 질병에 감염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서로 싸우다가 부상을 당해도 수의학적 처치를 받지 못한다. 이런 환경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할 뿐 아니라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애니멀 호딩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함께 사는 사람도 높은 암모니아 수치, 기생충과 해충 감염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지역사회의 위생과 공중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공주택인 경우 이웃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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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당시) 

 

 

애니멀 호딩은 학대자의 심리 상태나 정신적인 질병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애니멀 호더 중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약 80퍼센트 이상이 다른 물건에도 수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약물, 도박 중독 같은 정신적 중독 증세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이전에는 증세가 없었더라도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나 이혼 등으로 정신적인 상처를 받은 후 동물 수집을 시작하는 등 인간관계 문제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처벌과 함께 정신감정과 치료를 제공하는 제도가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주에서 이미 동물학대의 정의에 동물에게 적절한 관리를 제공하지 않는 방치(neglect)를 명시하고 있다. 애니멀 호딩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한 주도 많다. 일리노이 주의 경우 2001년 ‘애니멀 호딩 금지법(Companion Animal Hoarding Bill)’을 통과시켜 애니멀 호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많은 숫자의 반려동물을 소유하거나, 동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사항을 제공하지 않거나(사료, 물, 적절한 쉼터, 기후로부터의 보호, 수의학적 관리, 인도적인 관리와 취급),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하거나,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환경이 반려동물과 소유주의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학대의 범위가 모호해 의도적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준 경우에도 법의 해석에 따라 처벌 수위가 낮아지거나 아예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동물학대로 규정한 행위가 한정되어 있어 반려동물 소유자가 동물을 방치하거나 부적절한 환경에서 사육하면서 고통을 주더라도 제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애니멀 호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니멀 호딩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련법의 부재는 애니멀 호더가 발생하더라도 그 조치와 책임을 민간단체가 떠맡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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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을 과도하게 사육하고 방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동민 의원은 "밀집된 환경에서 기본적인 필요를 박탈당한 채 고통 받는 동물을 방관하는 것은 학대행위"이며 "방치는 또 다른 이름의 동물학대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밝혔다. 

 

이번 발의안은 학대에 대한 범위를 구체화하고, 소유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학대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반려동물가구 천만시대’라고 할 만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동물을 기르는 방법이나 소유주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마리를 기르건, 열 마리를 기르건 고통을 받는 동물을 방치하는 것을 학대로 여기고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동물을 사람의 소유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 소유의 동물이라 해도 복지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사회적 시각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개는 개답게 길러야지!” 

 

아직도 세대나 지역에 따라 반려동물을 보는 시각 차이가 크다. ‘개를 개답게 기르는 것’이 이전에는 남은 음식을 먹고 밖에서 자더라도 목숨만 이어가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적절한 사료와 음식, 쉴 곳을 제공하고, 질병에 걸리면 치료하고, 주인과 교감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화 훈련을 하는 것. 곧 ‘동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쓰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애니멀 호딩 금지법의 통과가 동물에게 불편을 주는 방법으로 사육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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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모든 동물이 고유한 습성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동물보호활동가. 동물복지 정책연구와 입법운동에 중점을 둔 비영리단체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저자.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월간비건 등의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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