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교동의 인심, 공존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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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교동의 인심, 공존을 선택하다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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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고양이 

교동의 인심, 공존을 선택하다

 

더위가 한풀 꺽여도 걱정이다. 도심 속 거리의 고양이들에겐 더위만큼이나 추위도 반갑지 않은 만남일테니. 아직은 계절의 싸늘함이 찾아오지 않은 9월, 대구 교동의 고양이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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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어묵 그리고 고양이

 

교동의 작은 골목길. 일부러 찾아와야만 알 수 있을 법한 작고 좁은 골목길 안이 단골 손님들로 가득했다. 저렴한 가격의 전과 코끝을 찌르는 달큰한 어묵 냄새가 그들을 이끈 듯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길고양이들. 어묵을 먹는 손님들 발 아래에서 길고양이들도 사료를 먹고 있었다. 때로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기도 하면서.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공존하는 이 곳의 인심은 아직 죽지 않았다. 

 

"까미, 땅콩이, 토비, 얼룩이, 나비, 탈바가지... 아휴, 쟤네도 이름이 다 있어. 예쁘지? 죽어가던 애를 회충약 먹여서 살렸는데 그때 쟤 하나 살았네. 그 옆에 있는 앤 새끼를 낳았는데 다 죽고 딱 한 마리 살아남은 거 저 앞 가게 사장님이 데려가서 살려놨고. 쪼그만한 애를 2층에 올려놨더니 판매할 옷에 오줌 싸고, 똥 싸고 싹 다 버려놨다고 하지 뭐야. 그래도 엄청 이뻐해. 저 사장님에 비하면 뭐 난 편하게 밥 주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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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뒤집고 어묵 값을 계산하던 아주머니는 그 바쁜 와중에도 고양이들이 사료를 잘 먹나 틈틈이 확인하곤 했다. 커다란 그릇에 시원한 물을 다시 담아주면서. "대구가 좀 더워? 이 더위에 사람도 지칠 판인데 쟤들이라고 다를까. 축축 늘어진 고양이가 없는지 중간중간에 확인하곤 해. 살아있는 애들인데 함부로 대하면 벌 받지. 안 되지. 암~. 이따 저녁에 장사 마치면 노리개 가지고 좀 놀아주다 가는데 엄청 신나하는 걸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

 

고양이 사료를 처음 챙기기 시작했다는 아주머니 외에도 골목 상인 몇몇이 간이 테이블 밑에 모여 사료를 먹는 고양이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 노랗고 작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성묘들을 스쳐 지나갔다. "쟤 입양해 가실라우? 애교도 엄청 많은 애야~" 아주머니는 보호와 치료뿐만 아니라 종종 입양까지 보내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척박한 길냥이 생활을 벗어나 안전한 집고양이로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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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고 치료하고 입양도 보내며


판매할 옷을 다 버려놨다는 아기 고양이는 근처 가게 안에서 살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도 들락날락거리지만 좀처럼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하악질까지. 아기 삼색이가 믿을 구석은 이제 옷집 아주머니뿐인 듯 했다. 

 

"좀 전에 가게 앞에서 밥 먹고 간 턱시도 고양이가 숨어 있는 아기 고양이 엄마야. 근데 낳기만 하고 돌보지를 않아. 그래서 입양 보냈었는데 며칠 전에 돌아왔어. 쟤 때문에 울고 불고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입양해 갔던 할매 집에 고양이가 있었던 가봐. 텃새를 부렸는지 저 어린 걸 물어가지고 살갗이 다 벗겨졌더라고. 다시 데려와서 항생제 연고 발라주면서 치료 중인데 스트레스가 심한지 피똥까지 싸고... 괜히 보냈나 싶고 미안해 죽겠네. 쟤한테." 아기 고양이는 길고양이가 맞지만 지금은 가게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 따라 밖으로 나가는 일도 없다고. 

 

"원래 나는 개만 좋아했어. 어느 날 우리 남편이 근무지 근처에 쥐잡이 고양이 한 마리를 묶어 둔 회사가 있다는데 너무 불쌍하대. 조그마한 애를 맨날 매달아 둔다 길래 나한테 팔라고 했지. 하양장에서 2만원에 샀다길래 그 돈 주고 데려왔어. 노란 치즈 고양이인데 그 애가 벌써 열 네 살이야. 집에서 고양이를 키워선지 가게 앞을 오가는 애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어묵집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고 나도 가게 앞에 애들 사료그릇, 물그릇을 두게 되었지."

 

집에서도 고양이 두 마리, 개 한 마리를 키운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 아주머니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그 미소만큼이나 이 곳 고양이들이 듬뿍 사랑받고 있겠구나 싶어져 사진을 구경하며 함께 웃었다. 연배가 꽤 있으신 분들인데도 미소가 모두 소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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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만 있을 순 없겠지만 

 

길고양이들에게 인심이 후한 곳은 맞지만 상인들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밥 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먹는 그릇을 치워버리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들의 밥터는 지켜지고 있었다. 

 

"내 가게 앞에서 먹고 가라고 두는데 어쩔 거야. 지금도 냄새난다고 난리긴 해. 아무데나 소변도 본다고. 아무래도 사료 냄새, 캔 냄새도 나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쟎아. 생명인데. 또 걔네한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백날 쫓아내면 우짜노~ 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지. 그래서 TNR도 신청했는데 구청에서 안 와. 수술 후 그 자리로 데려다준다고 해서 연락을 했는데 안 와서 고민 중이야. 쟤네도 계속 저렇게 새끼를 낳아 길에서 잃고, 계속 임신하고, 힘들텐데 말이야."

 

인심이 살아있는 교동 역시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TNR로 개체수가 더 늘어나지 않게 조절해나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상인들과의 마찰도 줄여나가야 한다. 서울의 강동구처럼 공식적인 급식소로 지정된다거나 대만의 허우통처럼 ‘고양이 골목 + 시장 골목’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이 접목된다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도 들긴 했다. 좋아하는 사람만 있을 순 없겠지만 이 골목만큼은 이 모습 그대로 지켜졌으면 좋겠다. 다음에 다시 찾아와도 저 고양이들 모두 그대로 만나볼 수 있도록.

 

 

CREDIT

글 사진 박수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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