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강아지] 뉴질랜드에서 온 비숑프리제,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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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강아지] 뉴질랜드에서 온 비숑프리제, 체리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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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강아지

뉴질랜드에서 온 비숑프리제, 체리

 

뉴질랜드에서 6년, 한국에서 6년. 벌써 12살이 된 체리는 나이 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깜찍한 동안견이다. 자기를 좋아했던 사람은 꼭 기억했다가 다음에 만날 때 제트기처럼 점프해서 마중 나가는 다정견 체리는 공기 좋은 팔공산에서 멋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문을 여는 순간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지는 카페 앤지스 앤틱 갤러리에서 사랑꾼 체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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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보다는 행복함을 선택한 체리

 

처음 보면 비숑프리제인지 알기 어려운 체리. 그 특유의 둥그스름한 스타일을 왜 포기한 것일까.

 

“정말 순둥인데, 커트하러 보냈더니 스트레스를 너무 받더라구요. 딱히 그 스타일로 커팅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품종이 비숑이라는 말에 무리하게 진행했던 모양이에요. 어쨌든 그날 미용은 잘못되어 왔고 체리까지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걸 보고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컨디션 봐가면서 홈커팅하고 있어요.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비숑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견주의 만족만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비숑 컷이 아니어도 충분히 사랑스럽기 때문에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트라우마가 남았을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집에서의 셀프 미용은 즐거운 일로 받아들여주었다. “엄마랑 예쁘다 하러 가자”면 얌전하게 몸을 맡기다가 잠들기 일쑤고 “치카치카하자”고 말해도 편안해 했다. 사실 양치까지 수월하게 마칠 수 있다는 점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도 아니었어요. 그저 체리가 행복한가, 그렇지 못 한가 따져보면 금방 답을 낼 수 있는 고민이었으니까요. 우리 체리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체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면 만족해요. 사실 이 아이로 인해 제 삶이 크게 달라졌거든요. 화목의 씨앗인 셈이죠. 체리가 없는 삶은 상상해 보고 싶지도 않아요.”

 

앤지스 카페의 대표 송현미 씨와 열두 살 체리의 교감은 특별했다. 엄마를 바라보는 녀석의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만큼. 인터뷰 내내 견주를 끌어안고 비벼대며 뽀뽀하는 녀석은 체리가 처음이었다. 한눈에 보였다.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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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용맹함을 빼닮은 코코

 

분명 체리는 실내견인데 카페 외부에 커다랗고 멋진 개집이 눈에 뜨였다.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마당견 하우스와 달리 엄청 예쁘고 웅장했으므로. 빨간 지붕 끝엔 앤틱한 느낌의 등까지 달려 있다. 

 

“마당의 집은 코코 거예요. 팔공산 산신령이라고 불리던 어마어마하게 덩치 큰 개가 낳은 아이죠. 그 개는 어디서 탈출했는지 다친 상태였는데 119를 불러도 포획에 실패했어요. 근데 3~4일 뒤 다시 나타나서 준비해 놓은 밥을 먹더라고요. 사람을 경계하고, 특히 멀리서 개장수 소리가 들리면 생전 안 짖던 녀석이 미친 듯이 짖어대는 걸 보면 개장수에게서 빠져나온 아이구나 싶어요. 기특했던 건 휴가철에 버려지는 유기견들을 데려와서 밥을 먹였어요. 밤이면 카페를 지켜줬고요. 행동이 너무 예뻐서 ‘초코’라고 불렀죠.”

 

초코가 어느 날 데려온 아기강아지가 코코였다. 아빠를 똑 닮은 게 새끼인 것 같았다. 올블랙 코트부터 지그시 바라보는 눈길까지. 마음 아프게도 초코는 송 대표가 뉴질랜드에 한 달 다녀오는 사이 사라졌다. 

 

“처음 만났을 때도 노견이었으니 아마 죽지 않았을까 싶어요. 미안함이 크죠. 대신 초코 몫까지 코코에게 애정을 쏟고 있어요. 순한 것 같아도 똑 부러지는 아이에요. 깊은 산이고 수풀까지 우거져서 산짐승이나 고라니들이 올 때가 있는데 코코가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 몰라요. 실내견으로 키우고 싶어서 몇 번을 데리고 들어왔으나 천둥 칠 때만 사람 아빠 곁으로 오고 주로 밖에서 생활해요. 그래서 남편이 집을 지어줬는데 더 크게 만들어줄 걸 그랬나 봐요.”

 

체리는 실내에서 생활하는데 코코는 밖에 있을 때가 많아 미안한 마음에 개 집 안에 온돌 장치까지 완비했다는 그녀. 6살 코코에게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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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수 없다면       

 

팔공산 깊은 산골까지 개장수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견들이 많다는 현실 역시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책임질 수 없다면 키워선 안 된다는 걸 송 대표는 경험으로 터득했다. 

 

그녀의 가족은 뉴질랜드에서 준비가 안 된 채로 올블랙 저먼 셰퍼드 도그를 분양받았다. 사업으로 바쁜 남편과 커가는 두 아들 대신 케어는 그녀의 몫으로 남겨졌지만 정작 개를 너무 무서워했던 탓에 마지막까지 한 번도 안아주지 못했던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후회로 남아버렸다. 사랑을 쏟지 못했던 그 개의 이름이 ‘체리’였다. 그래서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체리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을 늦었지만 이 체리에게 쏟아보자고. 

 

갱년기에 우울증까지 겹쳐 가족 간에 단절되었던 대화는 작은 개 한 마리로 거짓말처럼 이어졌고, 가족은 다시 화목함을 되찾았다. 

 

“펫숍에서 만난 체리는 성격이 너무 순해서 다른 개들에게 치이고 있었어요. 그래서 데려왔어요. 순한 양 같은 아이의 마음이 더 다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질 결심이 섰고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남편과 대화도 늘고 부부관계가 좋아졌지요. 첫 번째 체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두 번째 체리에게 잘해 준다고 해서 나아지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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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입양도 준비가 필요하다. 파양를 하더라도 깊은 상처로 남는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체리를 데려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설령 다시 뉴질랜드로 건너가게 되어도 체리와 코코는 당연히 함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뉴질랜드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면 체리와 코코 외 유기견 몇 마리를 더 가족으로 맞아들일 생각이에요. 경험, 준비, 여유의 삼박자가 맞춰져 있으니까요. 이 아이들과 나누는 시간은 마법 같아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해요. 팔공산 앤지스로 오시면 행복을 나눠드릴게요. 꼬리를 흔들며 마중하는 체리와 코코도 있답니다.”

 

 


CREDIT

박수현 객원기자

사진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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