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한 듯 늘어진 페럿, 정형행동 보이는 라쿤…동물 체험 문제 있다


 

칼럼
기절한 듯 늘어진 페럿, 정형행동 보이는 라쿤…동물 체험 문제 있다
조회 6643   2년전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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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만지기 체험?

 

서울 송파구의 한 체험동물원. 동물원이라고는 흙이나 나무, 자연채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실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30분 간격으로 열리는 동물체험 프로그램 중에는 ‘대형견 체험’ 순서도 있었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골든리트리버가 동물원을 도는 동안 만나는 순서라고 했다. 사육사와 함께 등장한 리트리버 곁으로 어느새 관람객들이 모여들었고, 저마다 손이 닿는 부분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플래쉬를 터뜨리며 개와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는 사람들, 개 만지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들 사이에서 사육사는 개가 움직이지 않도록 간식을 먹였다. 아이들이 예민한 눈가나 앞발을 만지고 심지어 꼬리나 귀를 잡아당기는 상황에서도 사육사나 부모 중 제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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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듯 축 늘어진 페럿

 

페럿, 이구아나, 코아티, 코끼리거북 등 체험에 사용되는 다양한 동물 중에서 그나마 리트리버의 처우가 가장 나은 편이었다. 사육사의 손에 들려 나온 페럿은 마치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동물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사육사는 앞줄에 앉은 관람객들에게 페럿을 내밀어 만져보게 했다. 

 

짧은 설명이 끝나자 페럿은 반려견용 침대에 눕혀졌고, 줄을 늘어선 관람객이 한 사람씩 만져보고 기념촬영을 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설명 시간 동안 얼굴과 꼬리를 만지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어린 관람객들의 손은 연신 페럿의 머리 쪽을 향했다. 줄잡아도 오십 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체험이 끝났고, 걱정이 돼서 가본 사육장 안에서 페럿은 기절한 듯 누워있었다. 

 

기니피그, 토끼에게 자동판매기에서 구매한 먹이를 주는 먹이주기 체험장에는 관람객의 행동이나 먹이의 양을 통제하는 사육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내미는 먹이를 동물들은 그대로 받아먹었고, 개중에는 사람이 먹는 간식이나 비닐 등을 넣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니피그 사육장은 천정이 뻥 뚫려 있어 먹이를 동물을 만지고 들어 올리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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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들이 보이는 정형행동

 

마포구에 위치한 라쿤카페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라쿤 일곱 마리와 개 일곱 마리를 한 공간에 사육하는 카페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 외국 관광객들까지 백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일곱 마리의 라쿤 중 네 마리는 케이지에 갇혀 있었고, 세 마리가 개들과 함께 관람객이 있는 곳에 풀려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쓰다듬고 만지고, 심지어 슬리퍼를 신은 발로 툭툭 차는 상황에서도 바닥에서 잠든 개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웰시코기 한 마리는 아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벽에 붙어서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라쿤도 있었다. 일부 관람객은 라쿤의 발을 걸거나 몸으로 앞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서열 정리가 되지 않은 개들은 종종 심하게 짖었고, 이때마다 라쿤은 불안해하며 벽을 긁는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카페에 들어온 낯선 강아지를 보고 흥분한 말라뮤트가 라쿤을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다. 

 

이런 시설에서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도 위협을 받는다. 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데도 손을 씻으라는 안내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는 체험농장에 다녀온 어린이가 이콜라이(E ColiㆍSTEC)에 감염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대부분의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갖고 있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가 감염되었을 경우 두통,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내장기관에 확산해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위험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형 거북과 연계된 살모넬라 감염 사례는 202건에 달했는데 그 중 41%가 5세 미만의 아동이었다. CDC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파충류·양서류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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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사각의 전시 동물들

 

각종 동물체험업체가 성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시설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5월부터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동물원의 기준이 야생동물 포함 10종, 50개체 이상으로 규정해 반려동물과 농장동물만 전시하거나 50마리 이하의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은 관리가 어렵다. 

 

설사 동물원법에 적용을 받는 시설이라고 해도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시설이나 환경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2014년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일부 국제적멸종위기종의 사육시설 면적기준을 정해놓았지만 면적 외에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동물을 인위적으로 조련해 공연에 동원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의 체험 프로그램에 사용해도 규제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내년 3월부터는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 등 6종의 동물을 전시하는 업소는 동물전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이 6종에 포함되지 않은 라쿤, 미어캣, 파충류 등을 전시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현재 동물카페는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이다. 동물의 복지나 관람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을 갖춰야하는 기준 하나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동물전시시설은 어린이가 가장 처음 동물과 관계를 맺는 곳 중 하나다. 입장료를 낸 대가로 동물을 만지고, 들어올리고, 올라타고,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경험을 살아있는 동물과의 첫 만남으로 기억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배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물과의 교감은 꼭 동물과 같은 공간에 있거나 두 손으로 만져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동물도 나와 마찬가지로 고통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생명체이며 함께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진정한 교감이고 동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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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
모든 동물이 고유한 습성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동물보호활동가. 동물복지 정책연구와 입법운동에 중점을 둔 비영리단체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저자.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허핑턴포스트, 월간비건 등의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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