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고양이] 나는 모텔 고양이, 봄이랍니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이웃집 고양이] 나는 모텔 고양이, 봄이랍니다
작성일2년전

본문


이웃집 고양이

나는 모텔 고양이, 봄이랍니다

 

건강한 옥수수 알처럼 윤기 나는 노란 털옷을 입은 고양이 한 마리. 세상 어디든 있는 평범한 길고양이 같지만 봄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장소에서 살아가면서.

 

 

9bd0255a1d9b28e91cf4219e4fd1ac0e_1503449
 

 

네가 있는 곳, 어디든 천국

 

모텔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제보를 꽤 많이 받았지만 정작 취재 나가면 나쁜 소식을 듣게 되거나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경북 경산의 한 모텔에서 살고 있다는 ‘봄’이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1층에 마중 나와 있었다. 작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길고양이 대부분이 그러하듯 봄이 역시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어느 날부터 나타나 “냐옹냐옹”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근처에 길고양이들은 많았지만 별 관심 없이 지나치곤 했어요. 근데 분리수거하려고 내다놓은 박스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지 뭐예요. 그때가 너무 추운 날이었거든요. 배고프겠다 싶어 간식거리 좀 내어주곤 잊어버렸는데, 이후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꽤 됐을 텐데 그 전까진 예사로 보고 지나쳤죠, 그냥.”

 

그날부터 동네를 배회하는 길고양이 몇몇이 눈에 익어 먹거리를 챙기게 되었는데 아픈 애들이 생기면 약을 발라주는 정도였지 모텔을 들락거리는 고양이들은 없었다.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제 갈 길을 가거나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는 정도였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몇 마리가 찾아왔다. 봄이네였다. 

 

 

 

9bd0255a1d9b28e91cf4219e4fd1ac0e_1503449 

 

 

“근처에서 봄이 엄마랑 형제 고양이들이 살고 있어요. 가끔 보여요. 그래도 봄이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오진 않아요. 참 신기하죠? 봄이만 그래요.” 모텔 사장님이 카운터에 엎드려 있는 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녀석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녀석에게 이곳은 천국이 아닐까.

 


약속한 듯 냐옹냐옹

 

독립할 시기가 되자 어미는 봄이를 이곳에 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형제자매들과 뭉쳐 있던 봄이만 이곳에 남았다. 물론 멀리들 가진 못했다. 다들 근처에서 한 번씩 얼굴을 보며 안부 정도 전하고 사는 듯 했다. 

 

“가족들이 떠나고 주차장 한 편에 놓아둔 사료랑 물을 먹으면서 지냈는데, 어느 날 복도에서 ‘냐옹냐옹’ 소리가 나더라구요. 얼른 나가봤더니 카운터 아래에서 봄이가 올려다보고 있지 뭐예요. 그날부터 들락날락 거리면서 외출냥이처럼 지내고 있어요. 왔다고 냐옹냐옹거리면 캔이나 간식을 챙겨주고 이곳 카운터 위에서 잠들면 쓰다듬어주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주차장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가서 놀다오고......”

 

 

9bd0255a1d9b28e91cf4219e4fd1ac0e_1503449
 

 

봄이는 길고양이지만 외출고양이처럼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날의 냐옹냐옹은 서로간의 약속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워낙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은 업소의 특성상 혹시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예쁜 목줄도 채워주고 늘 깨끗하게 닦아주고 있다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얘를 발견하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엄청 순둥순둥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 쓰다듬어도 손길을 허락하지요.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싶으면 봄이가 먼저 알아채더라구요. 구석으로 가서 가만히 있다가 손님이 룸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다시 나타나곤 한답니다. 얼마나 똑똑한지 몰라요.”

 

사람 손을 탄 고양이라서 혹시나 해코지 당할까봐 걱정했더니 녀석은 이미 눈치백단이었다. 그 모습마저 사장님 눈엔 사랑스러웠는지 칭찬이 마를 새가 없었다. 이미 근처에서는 모텔고양이라고 소문난 봄이. 그래서인지 이웃 모두의 눈이 봄이 지킴이용 cctv인 듯 했다. 

 

 

9bd0255a1d9b28e91cf4219e4fd1ac0e_1503449



여름에 찾아오는 봄이

 

봄에 만나서 이름이 ‘봄’이 된 노란 고양이는 오늘도 모텔에서 산다. 계단 한 쪽에 준비된 물과 사료, 외출해도 배고프지 않도록 주차장에 놓여 있는 물과 사료. 카운터에 올라가 ‘냐옹냐옹’ 거리면 문이 열리고, 간식과 함께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는 모텔 사장님의 손길에 행복해하면서. 

 

졸린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모습이 여유롭다. 부쩍 더워진 날씨 탓에 시원한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있는 날이 더 많다는 녀석은 숫제 바닥에 발라당 누워 제 배를 만져달란다. 그 바람에 사장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터져버렸다. 

 

“딱 여기까지예요. 카운터가 있는 2층으로만 올라오고 위층으로는 아예 가질 않아요. 엄청 똑똑하죠? 봄이가 계속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밥 챙기는 일이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어요.” 

 

 

CREDIT

글 사진 박수현 객원기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좋아요 7
http://www.petzzi.com/bbs/board.php?bo_table=opinion&wr_id=858&sca=I+am+%EB%A6%AC%ED%8F%AC%ED%84%B0&page=6
URL을 길게 누르시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복사되었습니다.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어 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url복사
반려인의 의견   총 0

이 글에 첫 번째 의견을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문화/행사 더보기

이벤트 더보기

공지사항  
체험단이벤트  |   구독이벤트  |   포토이벤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  광고/제휴문의 |  구독문의 |  오시는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2 유스페이스 2동 507-1호(대왕판교로 670) | 대표전화 : 1544-8054 | 팩스 : 0303-0433-9971
회사명 : 펫앤스토리 | 대표자 : 황규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제원
사업자등록번호 : 239-88-00800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 2017-성남분당-1513호
(c) 2002-2019 petlove. All Rights Reserved
e-mail 문의하기
기사 : edit@petzzi.com
광고/제휴문의 : ad@p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