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는] 그렇게 차츰 엄마가 된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길 위에는] 그렇게 차츰 엄마가 된다
작성일2년전

본문

 

길 위에는 고양이가 있고, 사람이 있다

그렇게 차츰 엄마가 된다

 

키우는 고양이가 먹지 않는 사료 한 봉지. 그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잘 먹는지가 궁금했고, 그 후에는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었다. 배가 불러오면 길 위에서 몸까지 무거워진 고양이가 안타까웠고, 돌연 배가 홀쭉해져 오면 몸은 어디서 풀었는지 새끼들은 괜찮은지 걱정되었다. 그렇게 차츰 엄마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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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먹이는 빵집

 

오랫동안 지연 씨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에 집중된 삶을 살았다. 그녀를 바꾼 것은 아이였다. 아이를 위한 시간을 피곤해도 만들어내고, 베이킹도 시작했다. 아이 정서에 좋다기에 시작했지만, 의외로 베이킹은 그녀에게 맞았다. 받아드는 사람들의 표정과 미소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은 그녀는 4년 만에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작은 테라스를 가진 ‘예삐 빵집’을 정발산 근처에 열었다. 

 

보통 10시쯤 출근하는 지연 씨는 고양이가 노니는 테라스를 청소하고 밥과 물그릇을 정리해 채워주는 일을 제일 먼저 챙긴다. 그 후에야 사전에 주문받은 그날의 베이킹을 시작한다. 반죽을 만들거나 짤주머니를 들고 일을 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창 너머로 고양이들이 보인다. 먹고 있는 모습, 쉬거나 저희들끼리 장난을 치는 모습,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까지. 고양이와 예삐 빵집은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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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오는 겨울처럼 슬픔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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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을 시작한 해의 봄, 지연 씨의 첫 길고양이인 아이라인이 제 새끼 넷을 데리고 테라스로 왔다. 꼬물거리는 어린 고양이의 귀여움에 흠뻑 빠진 지연 씨는 시도, 치즈, 네로, 삼냥이라 이름 붙이고 돌봤다. 슬픔도 아픔도 없이 환한 행복만 가득한 것 같던 봄과 여름이 지나갔다. 

 

지연 씨는 베이킹을 배울 때 그랬던 것처럼 길고양이를 공부하고 정보를 찾아 각종 사이트와 모임을 돌아다녔다. 덕분에 사람이 오가는 공원 한복판에 사료를 주었던 지연 씨가 직접 포획틀을 놓고 TNR도 진행할 지식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통덫에 포획된 것을 알고 콧등이 까지도록 날뛰는 고양이의 모습과 귀끝이 잘리는 TNR 표식에 마음 아팠지만, 그래도 오래 함께 살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대로 그해 봄과 여름에 그랬듯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으며 첫 겨울을 준비했다. 그리고 11월이 왔다. 

 

 

치즈야, 난 널 살려야겠어

 

겨울의 초입, 치즈가 아픈 몸으로 지연 씨를 찾아왔다. 한눈에도 심각해 보였던 치즈는 구내염, 습식 복막염, 범백, 폐렴, 빈혈까지 앓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너무 위독하다고 고통이 심할 테니 차라리 보내주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며, 하룻밤 고민해보고 오라 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병원으로 향하며 지연 씨는 안락사를 결심했다. 

 

어린 고양이일 때부터 유난히 지연 씨를 따랐던 치즈. 그동안 매일 나누었던 인사를 마지막으로 다시 건네려 손을 뻗었을 때, 치즈가 지연 씨의 검지를 잡았다. 너무 아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온 힘을 다 짜내어 치즈가 전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작은 앞발을 마주잡으며 지연 씨는 결심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얼마가 들든 치즈를 살려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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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살이 풀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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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병과 싸우는 동안, 네로가 세상을 떠났다. 11월의 늦은 밤, 지연 씨의 작업장 앞에 와 인사했던 네로는 다음날 아침에 늘 놀던 풀숲에서 상한 곳 하나 없이 예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TNR 후에도 급식소에 오던 삼냥이 역시 어느 날 자취를 감추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길고양이는 한해살이 꽃처럼, 봄에 피어 여름에 흐드러졌다가 11월이면 하나둘 툭툭 떨어졌다. 

 

네로가 죽고, 삼냥이와 시도가 자취를 감추고, 치즈가 죽음의 문턱에 섰던 그 겨울, 지연 씨는 빵집을 내놓고 아예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끝내려고 했다. 가게를 내놓기로 한 날, 시도가 문득 나타났다. 다들 어딘가 안 보이는 데서 죽었을 거라 했던 시도가 가지 말라는 듯, 우리 아직 여기 있다는 듯 털레털레 지친 몸으로 급식소로 돌아왔다. 밥 먹겠다고 찾아오는 생명을 어찌 외면하고 돌아설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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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몇몇 고양이가 새로 왔다가 떠나갔다.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까망이가 짧은 여행을 끝냈고, 아이라인의 새 새끼였던 모모와 껌냥이, 여름이도 겨울을 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아이라인은 매년 보고라도 하듯 제 새끼를 선보였지만, 그중 이듬해 봄을 길 위에서 다시 본 것은 시도가 유일했다. 나머지 자식들은 은행나무 가지에 가득 걸렸다 떨어진 노란 손수건을 이불 삼아 차가운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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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시도가 예삐 빵집 급식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연 씨는 시도를 찾아 멀리까지 가서 밥을 주곤 했지만 어느새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네를 돌아다니고 인근 캣맘들에게 물어봐도 시도의 흔적은 찾아지지 않았다. 이별은 몇 번이 반복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덜 상처받는 방법이나 덜 아픈 방법 같은 것은 없다. 그저 함께 하는 순간에 충분히 기뻐하고, 이별이 찾아온 뒤에는 마음에 묻고 기억하는 것이 지연 씨의 방법이다. 

 


엄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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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동안 길 생명들이 간절히도 그렸을 따뜻한 봄이 오면, 잠시 피었다가 떠나고 마는 민들레가 어린 생명들의 무덤가를 밝힌다. 그 꽃말이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이 꽃은 매년 그 자리에서 고양이들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 꽃을 보는 것은 국화를 든 지연 씨만이 아니다. 제 새끼 무덤이라는 걸 알기라도 하듯, 아이라인은 기일이 되면 그 자리에 와 한참을 울다 가곤 한다. 

 

이제 생사가 분명한 아이라인의 새끼는 치즈뿐이다. 치즈는 현재 마루라는 새 이름으로 지연 씨의 집에서 살고 있다. 지독했던 병이 마루의 목소리까지 앗아갔지만, 지연 씨는 언젠가 “마루?”하고 이름을 부르면 “야옹”하고 대답해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올해도 아이라인은 임신과 출산을 했다. 그러나 지연 씨에게 단 한 마리의 새끼도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 하나도 살리지 못한 것 같았다. 올해 7살이 되는 이 카오스 고양이를 포획해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지연 씨의 숙원 사업이다. 아이라인은 이미 너무 많은 자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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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짜고 달고 부드러운 시간들

 

새로 길고양이를 돌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슬프고 아픈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시작한다면 꼭 생명에 대한 책임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친절을 잊지 말라고 지연 씨는 강조한다. 그녀에게 지난 4년은 상냥한 목소리, 친절한 태도, 꾸준한 관리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까지 납득 혹은 이해시켜야 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대단히 많은 고양이를 돌보는 것도, 하룻밤 동안에 몇 개의 구와 시의 경계를 오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너무나 소소하고 편안한 캣맘 생활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연 씨의 캣맘 생활은 그녀의 마카롱처럼 달콤하지도 마들렌처럼 부드럽지도 꽃케이크처럼 예쁘지도 않았다. 때로는 너무 짰고 때로는 너무 써서 그저 견디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래도 정발산 아래의 그곳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곳에는 밥을 기다리는 아이라인을 비롯한 고양이들이 있고, 민들레꽃을 피워 올리는 아기고양이들의 쉼터가 있으니. 지연 씨는 이미 그들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고양이들을 더 만나고 싶다면 예삐 빵집 블로그

 

 

CREDIT

글 김바다 

사진 나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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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라마라마  
저두 캣맘한지 벌써 10년이 넘어가네요
저역시도 사라진 아이들, 직접 묻어준죽은아이들,
아픈아이들 보면서 정말 많이 힘들때도 있었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아직도  제가 맨첨 만난 고등어 * 쁘니*를 잊지못하고 있죠  밥챙겨준 자리엔
벌써 몇번이나 지나간 아이들이 많았지만 쁘니는
아직도 제 기억에 가슴한켠에 있답니다
그래서 이젠 제스스로 다짐을 합니다
*더 좋은곳에 가서 더 맛있는 밥을 먹고 행복하게 살꺼라고.....*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조금이나마
지금의 다른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보살필수 있으니까요
울집에도 죽어가던 아가와 버려진 아가둘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사람과 함께 길위의 아이들도 분명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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