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와 떠나는 캠핑] 삶에서 최고인 것들은 모두 공짜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희로와 떠나는 캠핑] 삶에서 최고인 것들은 모두 공짜
작성일2년전

본문

 

희로와 떠나는 캠핑

삶에서 최고인 것들은 모두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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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계절이 왔다. 건강하게 꼬리를 흔들며 집안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니던 희로는 축 쳐져 있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희로가 신나게 뛰어 놀 때는 하루 중 선선한 바람이 부는 새벽산책을 하는 시간과 잠시 슈퍼를 다녀온 나에게 반갑다며 안길 때이다. 기운 없는 희로를 위해 오늘도 캠핑을 간다. 우리의 파란 자동차 안에서 내가 희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에어컨 바람을 모두 희로에게 향하게 해주는거다. 희로는 시원해졌는지 혀를 길게 내밀고 안정을 취한다. 으이구 이 상전아!

가는 길에 목이 말라 낡은 슈퍼에 들렀다. 불이 꺼져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삿말 대신 “계세요"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된 샷시문을 드르륵 하고 열며 주인아저씨가 나왔다. 우리는 음료수 몇 개와 희로 물을 사서 하루 동안 우리가 신세를 지게 되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도착 하자마자 한 일은 희로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타프를 치는 것이다.

 

우리에게 거실 역할을 해 줄 타프 안으로 희로는 느린 걸음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누웠다. 희로가 쉬는 동안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말 없이 했다. 이런 수고롭고 번거로운 일을 하고 나니 입고 있던 회색 티가 다 젖었다. 하필 회색을 입고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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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땀을 식히며 그늘에 앉았다가 희로가 배고픈 것 같아 미리 챙겨온 생닭을 삶아서 줬다. 희로는 많이 덥고 힘든지 움직이지도 않고 간이침대에 누운 상태로 물을 주면 혀만 움직여 물을 마시고 밥을 주면 고개만 까딱하고 백숙을 먹었다.

더 뒷목 잡을 만한 일은 그냥 물을 주면 안 먹고 얼음물을 줘야 먹는다. 우선 각얼음을 손에 올려놓고 희로 입에 갖다대면 혀로 얼음을 대충 녹여 먹고 나서야 얼음물을 드신다. 나도 쉬러 온 건데 집에 있을 때보다 희로는 대놓고 나를 부려먹는다. 얄미워서 코에 꿀밤을 먹인 후 뚱한 표정을 짓는 희로가 귀여워 축축한 코에 뽀뽀를 했다. 매번 이렇게 병 주고 약을 주니 희로가 나를 부려먹는가 보다. 희로는 나의 뽀뽀가 약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 아니야? 너 그러면 임마 오늘 저녁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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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쳐 거칠었던 희로의 숨소리가 차분해질 쯤 해는 지고 노을이 바다에 비추며 깔리고 있었다. 그 때 희로가 정말 똑똑하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다. 희로는 항상 실외배변을 한다. 우리 텐트 주변이 집이라고 생각했는지 대소변을 저 멀리 바닷가 근처로 뛰어가서 일을 봤다. 그런데 나는 바닷가 근처까지 가는게 무서워서 텐트 옆에서 내 몸 안에 가득찬 물을 뺐다. 그러자 남자친구가 한마디 했다. “사람이 개만도 못하다더니 너를 보고 하는 소리 같아.”

희로보다 못한 짓을 했으니 반박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남자친구가 맛있게 구워놓은 소고기를 우걱우걱 씹으며 삼키기 좋은 타이밍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그 사이 희로는 우리가 준비한 호주산 소고기 2kg를 순식간에 해치우더니 그 자리에 누워 주무신다. 남자친구와 나는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 소리와 숯향을 맡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장작불이 꺼져갈 때쯤 잠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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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여전히 상쾌하지 않다. 희로는 텐트 문을 열어달라고 울고 나는 침낭 안에서 겨우 기어나와 배를 박박 긁으며 희로의 산책길을 지켜본다. 웃고 떠드는 사이 저 멀리 예쁜 길이 있어 희로와 산책길에 나섰다. 지구를 힘껏 들었다 내려놓은 것처럼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들고 땀이 났다.

 

그런 날씨에도 털옷을 입은 희로가 잘 견뎌주고 잘 따라와줘서 우리 여행에 기쁨이 두 배가 됐다. 결국 32kg의 삽살개 희로는 더위에 걸음을 멈춰서 우리가 희로를 업고 텐트까지 걸었다. 더위 때문에 힘들고 지친 캠핑이었지만 해가 뜨고 노을이 지는 장면을 보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캠핑의 매력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지지고 볶고 행복한 웃음소리로 마무리를 했다. 

 

 

CREDIT

글 사진 허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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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남유진  
두번째 희로네캠핑얘기네요^^ 바쁜일상속에서 반려견과 함께여행 가기가 참 힘든데... 이 글을 읽고 저도 한번 캠핑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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