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강아지] 다시 일어서자, 한올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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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강아지] 다시 일어서자, 한올이 이야기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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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강아지 

다시 일어서자, 한올이 이야기

 

태어난 지 8개월 쯤 된 어린 강아지가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출근 차량들이 빵빵- 경적을 울려대고 욕설을 내뱉어도 요지부동. 교통사고의 흔적이나 피를 흘리는 상태도 아닌데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기장 시츄네로 오게 된 한올이는 그렇게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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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한올이는 구조자의 곁에서 곧 ‘시츄네 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임시보호처가 생긴 것이다.  동물병원 두 곳에서 검진한 결과, 많아야 1살일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화번호나 반려동물 칩도 없었고, 수북하게 자란 털은 여기저기 엉킨 채 전혀 관리가 안 된 상태. 한올이의 상황은 겉보기보다 더 심각했다. 

 

“갈색 애플 푸들이고, 품종견이라 산책길에 누군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했었는데 인식표가 없었어요. 혹시 내장칩이 삽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가 칩은커녕 뒷다리에 칼로 베어낸 것 같은 큰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상처는 묶이거나 쓸려서 생긴 것이 아닌 고의적으로 사람이 낸 상처라는 판단이 한올이를 검진한 동물 병원 두 곳에서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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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 많이 당황한 발견자의 전화를 받고 돕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왔을 때는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털 관리도 안 되어 있어 덥수룩했을 뿐더러, 털을 밀고 보니 상처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뒷다리의 앞쪽은 멀쩡했지만 뒤쪽으로 같은 높이로 크게 베여져 살은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었다. 끔찍했다. 염증 수치도 높고 농까지 찬 상태여서 바로 응급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교통사고의 흔적은 아닌 잔인한 상처였다.

 

제때 치료 받지 못해 괴사의 위험을 안고 있던 다리는 발견 당일에 난 상처가 아니었다. 치료가 시급한 반려견을 홀로 외출시키거나 산책을 데리고 나왔을 견주가 있을까. 중성화도 되어 있지 않은 어린 강아지는 설상가상으로 골두가 괴사하고 변형해 버리는 유전병인 페르테스병까지 안고 있었다. 이 병은 1년 미만의 토이나 미니추어 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병으로 증상이 심할 경우 수술로 대퇴골두를 절제해 주어야 하는 유전병이다. 작고 어린 한올이는 그 아픔을 온전히 한 몸에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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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살릴 수 있어서

 

“병원에서는 1~2달쯤 된 상처 같다고 하시는데, 살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기에는 상처부위가 크고 살이 차도 다시 벌어질 위험이 있어 괴사된 부분을 절개하고 봉합수술을 진행했어요. 가로로 봉합하면 걸을 때 불편할까봐 세로로 봉합했구요, 살짝 다리를 절고 있어서 걱정했는데, 아직 어리니까 살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고통까지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닌데, 이 아이에게 누군가 험악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차 올라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닥칠 때마다 가슴 한 쪽이 무너져 내리곤 해요. 굶겨서 가방에 넣어진 말티즈, 막대기로 눈을 찔러 결국 적출해야했던 3개월 믹스견,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들을 많이 봐 왔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더라구요. 몇날 며칠을 잠도 못자고, 발을 동동 구르고, 너덜너덜해진 가슴으로 만나러 가면 정작 강아지들은 어찌나 그리 해맑던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경과는 좋았다. 두 다리를 잃을 뻔 했던 아이는 열흘 정도 뒤엔 퇴원 가능하며, 이후 시츄네에서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한올이라는 예쁜 이름도 생겼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아이였다.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고 나면 두 달쯤 뒤엔 경과를 보고 대퇴골두절제술을 해줘야 평생 네 다리로 씩씩하게 걸으며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한올이들을 위하여

 

다행이다. 한올이를 구할 수 있어서. 버리는 사람 따로 구조하는 사람이 따로인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가도 ‘애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뛰어들게 된다는 그녀가 시츄네라는 이름으로 구조해서 입양 보낸 아이들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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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도 능력이라고 외치면서 수의사 선생님 손을 자주 붙들고는 합니다(웃음). 혼자 조용히 능력껏 하고 있는 개인구조라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번 한올이의 경우는 주변에서 조금씩들 도와주시고 있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심장병인 도담이와 솔이, 단백질을 먹이면 모두 배설해내는 병에 걸린 소민이라는 말티즈 강아지를 살리려고 두 팔 걷어붙이고 일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솔직히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사람이 한 일, 사람이 거둬야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만큼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수의사 선생님과 가장 친한 절친 이면서 동시에 민폐고객이 되기도 하네요(웃음).”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아직은 눈치를 좀 보는 편이지만 캔 섞인 사료를 한올이가 너무나 열심히 먹어주고 있다면서. 빨리 건강해질 것 같은 모습에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 이런 마음이 들곤 한다. 그리고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진다. 계속해서 시츄네에서 좋은 소식들만 전해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CREDIT

박수현 객원기자

사진 양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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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4
워니  
정말고생많으세요~결코쉽지않은일인데...감사합니다.        동물학대하는쓰레기놈들법은피해가도언젠가는그죄값다받을거다.
답글 0
완소녀  
봉사자님 감사하고감사해요. ㅜㅜ
답글 0
박지현^-^♡  
와... 어떤 ㅅㅅㅣㅂㅜㄹ 새끼님이신지  ㄴㅕㄴ이신지.... 너도 나한테좀 와서 아킬레스에 벌좀 받아봐라.저 고통이  신기하고 궁금하고 보고싶어서 그냥 그런거겠지...  그치? 왜저따구로 애를 반ㅂㅕㅇ신만들어놨지?..  그러고 도로에 버리기까지했데네... 너도  그렇게 해버리고 도축센터 갈고리사이에 걸어버릴란다.
답글 0
꼬미엄마  
세상에.. 살점 안이 다 보이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몇분만 산소없으면 죽는 약한존재인데
사람이 가진 지능과 지배특권을 저런데 쓰는 쓰레기들은 도대체 무슨 양심으로 살아가는건지! 그냥 지능 높은 짐승임. 자연은 묵묵히 헌신하는데 부끄럽다 진짜. 사람의 가죽을쓰고 어떻게 저렇게 사냐. 봉사자님 너무 훌륭하세요. 저희 강아지도 선천적으로 아프지만 끝까지 돌볼거예요. 세상엔 봉사자님 같은 분들이 있어야만 희망이예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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