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와 떠나는 캠핑] 여기는 우리 셋뿐입니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희로와 떠나는 캠핑] 여기는 우리 셋뿐입니다
작성일2년전

본문

  

희로와 떠나는 캠핑 

여기는 우리 셋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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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삽살개, 희로를 향한 시선

 

희로와 자주 가는 산책길에서 마주친 낯선 아저씨가 덩치 큰 희로를 보고 깜짝 놀라셨는지  "저 큰 걸 왜 데리고 나왔냐" 라고 했다. 무시하고 넘어갔으면 됐는데 "저 커다란 것이 바람 쐬고 싶다네요" 라고 말했다. 긴장을 했는지 희로와 연결되어 있는 줄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떠는 게 아니라 희로가 간지러워서 몸을 터는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분명 줄을 채우고 내 옆에 바짝 붙여 걸었는데도 싫은 소리를 들었다. 자식처럼 키우는 희로에게 물건 대하듯 하는 아저씨에게 화가 났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지 않은 내가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운다는 게 모순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분이 좋을 때는 내 키만큼 점프하며 발톱이 닳도록 방방 뛰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창문에 붙어서 하루 종일 바깥 풍경을 보는 희로는 우리에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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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셋이 떠나는 캠핑


희로가 왠지 풀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쓰여 맘껏 뛰놀게 해주려고 바다에 갔다가 귀를 토끼처럼 세우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게 계기였다.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적게는 두 달에 한 번 희로와 캠핑을 다닌다. 4년 동안 투닥투닥 싸우고 화해하고 웃고 울고… 희로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많은 일 중에서 제일 잘 한 건 희로와 여행을 다니고 캠핑하는 일이다. 하루에 두 번씩 매일 하는 산책이 귀찮아질 때쯤 희로와 떠난다. 낯선 이곳에 바람이 불 때면 상쾌한 나무 향과 저 멀리 비릿한 바다냄새가 난다. 여기는 우리 셋뿐이다. 

 

캠핑은 모두 희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희로가 눈치 보지 않고 지칠 때까지 뛰놀 수 있도록 사람이 없는 평일에 가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닌다. 구불구불 산길을 들어서면 웅장한 장관에 넋을 잃게 되는 풍경도 만난다. 도착하자마자 내리려고 울기 시작한 희로에게 자동차 뒷문을 열어주니 내 허벅지를 밟고 육중한 몸을 모래사장으로 던진다. 희로는 또 토끼 귀를 하고 바다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우리 둘 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희로가 놀랄까봐 차례로 한 명씩 들어갔다. 셋이 같이 들어가면 되지 왜 따로 노냐고 묻는다면 희로는 자기가 마시는 물 빼고 모든 물을 싫어한다. 물에 빠져도 내가 노는 줄 알고 희로는 멀리서 지켜볼 놈이다. 희로는 술래잡기를 신나게 하고 목이 말랐는지 우리가 쳐다볼 때까지 생수통 옆에서 혀를 내밀고 기다린다. “예예,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상전님” 이라고 말하며 냄비에 물을 벌컥벌컥 쏟아 부었더니 한 통을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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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밤을 마시며


배가 고파져 오늘의 메인 요리인 등갈비를 구웠다. 돼지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니다. 좋은 분위기와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그 곳이 맛집이 되는 것처럼 넓은 바다를 등지고 좋은 공기와 함께 먹는 음식이기에 이보다 더 맛이 좋을 수 없다. 뜯고 먹고 마시다보니 어느덧 노을이 지고, 화로 위에 음식은 우리의 위장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인적이 드문 바다의 밤은 생각보다 어둡고 길다. 램프 두 개로 우리의 공간을 밝히고 의지하며 숯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밤하늘에 놀라고 내가 좋아하는 어느 가수의 노래 인트로처럼 느껴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긴 시간을 보낸다.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희로가 조용해서 봤더니 내 침낭 위에서 눈을 뒤집어 까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내가 너 헛구역질하면서 뛸 때부터 알아봤다, 임마!’ 덕분에 나는 희로 곁에 누워 선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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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아침은 없다


따뜻한 햇살과 파도소리에 잠이 깨 예쁘게 기지개를 펴고 침낭에서 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아침 풍경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절대 없다. 희로 아빠는 아침부터 득음을 하려나 보다. 거칠게 내려오는 폭포는 없지만 폭포수를 뚫고 나올 정도의 야성미를 가득 담아 노래를 부른다. 그의 머리 위에 폭포 물줄기 대신 생수통을 부어주고 싶었다. 희로가 쉬가 마려운지 낑낑대는 바람에 산발을 하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텐트 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텐트를 걷고 있는데 하얀 꽃무늬 벙거지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다가오셔서 희로를 예뻐해주셨다. 우리는 소녀 같은 아주머니에게 “같이 사진 찍으실래요” 여쭤봤지만 됐다고 하시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고 희로아빠는 씁쓸하게 말했다. “내가 이승기였으면 사진 찍어 주셨을까?”, “태진아였으면 찍어줬을지도 몰라.” 

 

대화를 마지막으로 정적 속에 부지런히 짐정리를 마쳤다. 집에 가는 걸 아는 희로는 조용히 우리 뒤에서 얌전히 기다려 주었고, 나는 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오늘도 기억하고 기록한다.



CREDIT

허안나 (@heoanna_a) 

사진 김유철 (@brodog.kim)

에디터 김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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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남유진  
희로네 가족얘기 너무 좋으네요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로서 너무 부럽고 공감되고 그러네요 희로네 이야기 너무너무힐링되네요 다음편도 기대되용^^
답글 0
이카카  
희로 사랑해 ♡♡
답글 0
김민주  
매번 인스타로 희로네 가족 이야기를 접했는데, 이렇게 매거진으로 더 긴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백배로 감동이네요 :) 사랑스러운 희로네 가족의 이야기 잘 전해 듣고 가요! 늘 지금처럼 따뜻한 이야기, 따뜻한 사진 많이많이 보여주세용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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