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ompanions] "고양이 좀 살려줘요, 아가씨" 경비 아저씨를 만난 후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Be companions] "고양이 좀 살려줘요, 아가씨" 경비 아저씨를 만난 후
작성일2년전

본문

 

BE COMPANIONS

고양이 좀 살려줘요, 아가씨

경비 아저씨를 만난 후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자연스레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놀이터나 골목에서 귀엽다며 고양이에 모여드는 어린 아이들, 편의점 앞에서 소시지나 참치캔을 나눠주는 학생들, 가방에서 준비하고 다닌 무언가를 꺼내놓는 청년들, 저리 가라고 쫓으면서도 딱하다고 혀를 차는 어르신들. 그중에는 경비 아저씨도 있다. 고양이로 인한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 그래서 그들은 빗자루로 쓸어서 쫓고 밥을 주지 말라는 공지문을 붙이며 안내방송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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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이 너희의 밥이 되고

 

2016년의 이슥한 밤, 택배를 찾으러 경비실을 들렀던 형숙 씨는 조금 특이한 풍경을 만났다. 침침한 등 아래의 경비 아저씨와 발치에 모인 어린 고양이들, 아저씨는 무언가를 어린것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형숙 씨가 알은 체를 하자 아저씨는 퍽 반가웠던지 참치와 멸치를 밥에 섞어 주고 있었다며, 원래 당신은 생선이나 계란 같은 비린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고양이 때문에 챙겨온다고 했다. 아저씨의 부인은 비싼 멸치 한 박스를 금세 다 먹었다고, 생전 안 먹던 사람이 이러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투덜댄다며 웃었다. 

 

살뜰한 정과 걱정이 담긴 도시락을 어린 것에게 주고 빵 한 개로 끼니를 넘긴다는 아저씨는 야간 순찰을 하면서 보는 어린 고양이들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수시로 발견되는 생명들을 보면 딱하고 안쓰러워서 다른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챙기게 된다고 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과 말투에는 애정과 연민이 가득했다. 그것이 형숙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 동네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됐던 그녀는 그곳에서까지 구조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전 거주지에서 돌보던 고양이들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순수한 마음에 그만 손을 내밀고 말았다. “사실 저 길냥이 보호 활동 좀 하고 있어요. 혼자 힘드실 텐데, 도울 아이들 있으면 연락주세요. 저도 도울게요.” 그래도 새로운 곳을 더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지 당시 형숙 씨는 명확히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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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심하게 찢어져서 왔던 은혜. 따고 쉼터에서 먹이고 배변까지 도우며 살려냈다.

 


돕기로 선택하다

 

원래 길고양이를 좋아하고 불쌍하게 여겼다는 아저씨는 형숙 씨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열성을 다해 도움이 필요한 생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탯줄이 붙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어린 것들, 수풀더미 속에 방치된 생명들, 경비실 앞에 누군가 유기하고 간 어린 고양이들. 1년 사이 아저씨가 도움을 요청한 수만 줄잡아 서른 마리는 되었다. 

 

형숙 씨의 손에 안겨 따고 쉼터로 온 아이들은 과연 아저씨가 딱하고 안쓰럽다며 눈물을 글썽일 만도 했다. 전신에 곰팡이가 퍼져 있고, 심각한 허피스와 칼리시로 눈도 못 뜬 채 진물만 흘리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장애나 심각한 상해를 입은 생명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고양이는 병을 털어내고 새 가족을 만나러 걸어 나갔지만, 어떤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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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고 쉼터에서 느긋한 은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연약한 새싹처럼 어린 생명을 온몸과 마음으로 돌보다 그 불빛이 손바닥 안에서 꺼져버리는 경험까지 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아마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거운 것이지 않았을까. 아저씨도 그런 사정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연이어 연락을 하던 아저씨가 한동안 잠잠해졌다. 아저씨의 제보로 구조하는 것에 걱정어린 말을 여기저기서 듣던 참이라 형숙 씨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분기점이 된 사건이 생겼다. 형숙 씨 도움 없이 해보려고 아저씨 혼자 입양 보낸 고양이가 음식점 쥐잡이로 고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의 급한 도움 요청으로 음식점에 달려가 보니, 손바닥만한 어린 것이 줄에 묶인 채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사람을 따르지도 않고 쥐도 못 잡아서 그렇게 두었다는 주인은 한동안 애를 먹이며 고양이를 내놓지 않았다. 

 

한참의 설득 끝에야 겨우 돌려받은 애옹이를 병원에 데려갔더니, 갈비뼈가 일그러진 채 튀어나와 있다고 했다. 가르치려고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는 주인 탓인지, 수수 빗자루로 착각할 정도로 제대로 못 먹여 영양이 부족했던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따고 쉼터에서 돌봐 체력을 회복시킨 애옹이는 고양이로 존재하는 것 외에 다른 임무를 기대하지 않는 안정적인 새 가족을 만나 장난과 귀여움을 반려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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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을 요청하는 경비 아저씨의 메시지. 아저씨의 진심이 느껴진다.

 

 

스산한 풍경을 고쳐 그리며 

 

형숙 씨를 알게 되고 아저씨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고양이에게 도시락 대신에 전용 사료를 주게 되었고, 고양이 밥을 챙기는 사람이 또 하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만이 아니라 어른 고양이에 대한 걱정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저씨에게 TNR을 설명했더니, 아저씨는 무척 반기며 이 동네에도 그것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전까지 죽어나가는 어린 생명이 너무 많았다고, 제 새끼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 하는 어른 고양이들도 딱하다고 했다. 

 

아저씨를 돕기로 선택한 뒤, 구조와 치료, 재활과 입양은 오롯이 형숙 씨 몫이었다. 연계 병원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버텨내기 벅찼을 것이라면서도, 형숙 씨는 그 짐을 고통스럽지 않게 감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저씨의 진심어린 마음, 조금이라도 부담을 나눠지려는 아저씨의 노력과 행동을 볼 때면 저절로 돕고 싶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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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가족을 만난 애옹이. 그저 고양이로 존재하기를 열심히 실행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밥을 주는 것이나 TNR을 해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해줄 눈과 아픈 개체에게는 적절한 치료를 해줄 손이 필요하다. 이 동네에는 밥을 준다는 캣맘이 있었고, 관찰하고 관리하려는 경비 아저씨가 있었다. 형숙 씨는 마침내 그 사이에 들어가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둘을 이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동네의 풍경은 바뀌어갈 것이다. 뒷산에 묻히는 작고 차가운 몸의 수는 줄어들 것이고, 형숙 씨와 쉼터 사람들이 밤새 먹이고 돌봐야 했던 어린 생명의 방문도 잦아들 것이다. 병원으로 급히 실어 날라야 할 응급 상황이나 연계병원에 아쉬운 소리 할 일도 드물어질 것이다.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였던 가슴 찢어지는 비극은 사라지고, 사람과 고양이 모두에게 날마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극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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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을 나누고,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꾸준히 돌보며, 조금이라도 책임을 나누려 노력하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길 생명과 사람이 한 동네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의 여리고 작은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

 

 

가까이 만나는 따고 쉼터 이야기

NaverCafe | 링크

 

 

CREDIT

김바다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사진 따뜻한 엄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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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라마라마  
이런분들만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제가 밥을 주더라도 모른척 지나가주는게
저에겐 도움이 되는거라 늘 그렇게 생각해요
저역시도 경비아저씨가 발견한 아기냥이를
캣맘이라는 아시는지 저희집에 찾아오셔서
아가를 함 봐달라고 해서 내려가서 봤는데
웟송곳니가. 두개다 반씩 부러져있었고 방광염에 걸려서
열도 많이나고 그랬는데 다행히 병원에 데려가서
중성화수술이며 치아손상난거 빼고 방광염 돌 빼내고
그렇게 해서 퇴원시켰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제가 세째아들로 입양했어요
지금은 너무도 개구지고. 말도 너무 잘알아든고
완전개냥이로 발전하면서 우리집 구염둥이가 되었네요
다 이런것도 인연인가봐요
답글 0
쭈. 배.상.고. 찌맘  
저도 봉사활동을 하구싶습니다. .
답글 0
sunarch  
따뜻한 사람들이네요...이런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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