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생매장된 매몰지의 초상, 문선희 사진전 <묻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동물이 생매장된 매몰지의 초상, 문선희 사진전 <묻다>
작성일2년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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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까

 

햄버거를 먹거나 치킨을 먹다가 문득 죄책감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내가 먹고 있는 이 고기가 사실은 살아있는 생명이었으며, 아마도 제 몸만한 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호르몬제를 맞다가 도축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자면 나는 그 가엾은 동물의 살점을 굽거나 튀겨서 먹고 있는 것일 테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 것이다. 알고도 외면하거나, 잊거나, 기만하면서 공장식 축산의 소비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사진작가 문선희는 말없이 사진을 건넨다. 물음표가 짙게 서린 사진에 대답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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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의 썩지 않는 얼굴

 

킁킁도서관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했다. 동화책과 동물복지, 동물권 전문서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도서관이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회와 북토크, 상영회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7일부터는 문선희 사진전 ‘묻다’가 진행 중이다. 전시된 사진은 총 일곱 점. 작은 규모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진은 ‘매몰지’의 얼굴을 담고 있다. 작가는 지난 2011년 당시 구제역과 AI로 수많은 동물을 묻은 땅을 3년이 지난 후 방문해 촬영했다. 그가 포착해온 땅은 징그럽고 괴이한 형태고, 작가와 우리는 그 땅 아래에서 수많은 생명이 산 채로 죽어야만 했던 것을 알고 있다. 비극은 땅 아래에서 가만히 썩지 않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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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욕망이 낳은 것들

 

얼마 전에도 구제역과 AI로 난리였건만, 약 오년 전인 2011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구제역에 걸렸거나 걸렸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생매장 당한 돼지와 소의 숫자는 자그마치 430만 마리, 닭과 오리는 640만 마리였다.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안락사 대신 생매장을 선택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 매몰지도 부적절한 위치에 조성됐을 뿐더러 기본 시설조차 갖추지 못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4,800여 곳의 매몰지에서 피로 물든 지하수가 논과 하천으로 흘러나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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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생매장된 그 땅은 3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고 2014년이 되면서 사람들은 매몰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비닐로 은폐된 채 방치되고 있는 땅 곳곳에서는 사체 썩는 악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불길이 닿은 적도 없는 땅인데도, 풀들은 까맣게 타 죽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풀들은 새하얀 액체를 토하는 형태였다. 풀조차 자라지 못한 곳도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대지의 기척은 오롯이 죽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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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마다 적힌 숫자는 그 땅에 묻힌 생명의 수를 뜻한다.

 

 

예견된 불행, 당연했을 비극

 

왜 우리는 그 생명들을 땅으로 묻어야만 했을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알고도 모른 체 하고 있을 뿐이다. 공장에서 돼지는 생후 3일 이내로 송곳니를 발치당하고 꼬리를 제거 당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동료를 공격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 후 생후 1주일 이내에는 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거세당한다. 생후 3주 후에는 어미돼지로부터 분리되어 주사를 맞으며 살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규격화된 몸집이 되어 도축될 때까지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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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닭고기용 닭들은 밀집공간에서 살찌다가 한 달 즈음 됐을 때 도축된다. 달걀 생산을 하는 닭들은 생후 10주 이내 부리를 두어 번 잘린다. 역시 스트레스로 동료 닭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후 생후 20개월까지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달걀을 생산하다가 도축된다. 알을 못 낳는 수평아리는 생후 즉시 죽는다는 말을 잊을 뻔 했다. 끔찍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됐다며 다행이라고 이야기하지는 말자.

 

그저 ‘사는 것’밖에 못 하고 있는 동물들이여서 면역 체계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대량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쉽게 전염병에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걸러 한 번 꼴로 거대한 살처분이 집행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어쩐지 ‘죽음’보다는 ‘폐기’에 가까운 개념이다.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다뤄지고 있는 가축 동물의 존엄성은 되찾을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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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묻다

 

돈이 아깝다며 안락사 대신 매몰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애초에 동물을 농장에서 기르지 않고 공장에서 기르도록 한 주체는 누구일까? 생산자나 소비자? 혹은 무책임한 태도의 정부? 책임을 묻는 대신 미래를 묻고 싶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몰지 위에서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까? 

 

작가가 찍어온 땅은 관람객들에게 저마다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쩌면 자책이나 힐난의 물음일지도 모르겠다. 이 땅이 자정능력을 잃도록 우리는 무엇을 했느냐고, 앞으로는 어찌할 것이냐고.

 

땅에 묻힌 것이 비단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성이라 부름직한 도덕과 윤리의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다시 그 윤리를 되살릴 수 있을까. 2011년 이후로도 구제역과 AI는 도돌이표를 찍듯이 돌아오고 있다. 생태철학으로 답해도, 경제학으로 답해도, 연민이나 공감으로 답해도 좋다. 식탁 위 고기를 놓고, 그리고 죽음으로 젖은 땅을 바라보며 한 번쯤은 질문해보자.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정말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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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문선희

197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우리동네>(2009), <묻다>(2015), <묻다. 두 번째 이야기>(2016) 사진작업을 세 번 발표했고 <프라하>(2008), <눈물이 마려워>(2013),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2016) 세 권의 책을 펴냈다.

http://moonsunny.net

 

 

문선희 사진전 ‘묻다’_동물과 함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관한 기록

전시기간: 03.07(화)-04.06(목)

화-금 13:00~18:00

 

 

CREDIT

글·사진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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