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캣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대한민국에서 캣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작성일2년전

본문

 

대한민국에서

캣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내 돈 써가며, 내 발품 팔아가며 하는 일인데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 바로 길고양이를 챙기는 일이다. 험한 길 생활 밥이나 굶지 말라고 한 끼 챙기는 일인데,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하기 참 힘들다. 동물법이 미약한 대한민국에서 캣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사료를 챙겨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를 대구에서 캣맘으로 살아가는 그녀, 박진옥 씨에게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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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거기 있었을 뿐인데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밥터에 아침, 저녁으로 사료를 챙기고 있어요. 몇 년을 꾸준히 캣맘으로 살면서 왜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겠어요. 하지만 TNR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하고 있고 밥터가 깨끗하게 관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탓하는 이웃도 적어졌고… 관리소의 반 승인, 반 묵인 하에 평화롭게 유지되는 듯 했어요. 작년까지는. 사실 처음 캣맘이 되면서 직면했던 어려움들보다 작년 한 해 동안 겪은 일들이 더 힘들게 느껴졌을 만큼 2015년은 참 끔찍했습니다.”

 

2015년은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이 발생한 해였다.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50대 여성이 사망했는데, 당시 임신한 길고양이의 집을 짓고 있다가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마침 그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진 틈을 타 진옥 씨에게 길고양이의 밥을 챙겨주지 말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관리실에 막무가내로 민원을 넣는가 하면 이웃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마음앓이를 하던 진옥 씨는 어느 날 사료 그릇 안에 벽돌이 놓여 있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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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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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순이의 아들과 딸

 

 

“협박처럼 느껴졌어요. 너도 그렇게 죽여줄까? 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이 참 싫어졌고, 이제껏 해왔던 일들이 부질없는 일이었구나 싶었어요. 생명에 위협까지 느끼면서 계속 길고양이 밥을 챙길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 벽돌, 6개월 동안 차에 넣고 다녔어요.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론요? 오늘도 밥 챙겨주고 나왔어요. 이게 답이에요.”

 

길고양이의 한 끼를 챙기는 일이 자연과의 공존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작은 실천임을 알기에 멈출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크게 상심하고 많은 날들을 절망했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사람간의 일을 모르는 고양이들은 그 자리에서 또 기다리고 있을 테니.

 

진옥 씨는 민원을 넣었던 그 사람과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관리소장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동시에 관공서를 찾아가 협조 공문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길고양이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좀 잠잠해요’라는 이야기가 그 발품의 결과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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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도 잊을 수 없다

 

“근처 고양이들은 다 사비로 TNR을 시켜서 관리하고 있어요. 동구청에 신청을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그냥 사비로 다 해 버렸지요. 그런데 간혹 TNR이 안 된 녀석들이 보이면 며칠 밥을 주며 정착할 녀석인지, 지나가는 녀석인지 지켜봐요. 계속 머무를 것 같은 녀석들은 TNR을 하죠.”

 

진옥 씨는 직접 동네 병원을 방문해 길고양이의 TNR과 치료 도움을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뜻이 맞는 수의사를 만나 지금까지 많은 고양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살리지 못했던 아이들은 가슴에 묻게 된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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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옥 씨가 임시보호 중인 아기 고양이들

 

 

“밥 주던 아이가 로드킬을 당한 상태였는데, 만져 보니까 몸이 아직 따뜻했어요. 출근도 안한 수의사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빨리 병원으로 와 달라고 부탁드리면서도 아이를 품에 꼬옥 안고 있었지요. 차가워질까 봐. 원장님 붙잡고 ‘살려내라, 수액 달아 달라’ 울며 매달렸는데 이미 죽은 아이였던 거죠. 

 

그런데도 그 손을 차마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머리는 알겠는데 가슴이… 손이… 놓아지질 않았어요. 그때 원장님이 보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아요. TNR 후 방사할 때 이동장에서 안 나가길래 조금만 더 버티면 그냥 품어야겠다 했던 녀석이거든요. 그때 데려올 걸 하는 후회 때문에 더 가슴을 쳤어요. 결국 어디 못 뿌리고 시골집에 묻었어요. 죽어서 내 집 고양이가 된 아이여서 아픈 손가락 같아요, 우리 세니는.”

 

대한민국에서 캣맘으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과의 마찰도 감수해야하고, 아픈 아이들 치료도 도맡아야 하고, 이별도 자주 하게 된다. 강인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직업 같다. 그렇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몇 번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하건만, 그래도 진옥 씨는 매일 두 번씩 아이들을 만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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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백 안에 담겨 버려져 있던 '기적이'는 진옥 씨의 반려묘로 살고 있다.

 

 

2017년은 더 희망차길

 

“고양이를 만지지도 못하는 남편과 살고 있어요. 그저 마누라가 좋아하니까 허락했고 밥 주러 나가는 것 도와주고요. 이젠 고양이가 가득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못 만지긴 해요.”

 

아들이 유학 떠나기 전 ‘몽글이’라는 강아지를 데려오면서 진옥 씨와 동물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진옥 씨의 집에는 구조 후 입양이 안 되어 품은 고양이들도 살고 있고, 급히 수유가 필요한 꼬물이들도 수시로 맡겨진다. 힘든 일이지만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서 잘 산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꼭 시집 간 딸 소식 듣는 엄마의 심정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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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죠. 키우다 버리는 행동은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또 길고양이 밥을 준다고 해코지 하는 일도 그만두셨으면 해요. 삶의 터전이 척박한 길고양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밥 주는 일인데 그마저도 캣맘들이 그만 둬 버리면 저 작은 생명들은 당장 내일부터 무얼 먹고 살까요? 수고를 자처하는 캣맘들이 있어 쓰레기 봉지가 뜯어지는 일도, 동네가 지저분해지는 일들도 줄어드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요즘은 당당하게 말해요. 길고양이가 먹어봤자 한 끼 얼마나 먹겠냐고. 세금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자비로 사료 사서 급여하고 주변 청소도 깨끗하게 하는데 같이 좀 살아가자고요. 2017년은 동물법도 더 강화되길… 지난 해 보다는 훨씬 더 희망찬 일들로 가득차길 소망해봅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캣맘들도 힘을 내길 응원해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캣맘으로 살아가는 일은. 밥 주는 일을 두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동네 할머니를 설득해야 했고, 개에게 어미가 물려 죽은지도 모르고 근처에서 기다리던 아기 고양이들을 돌봐야했으며, 쇼핑백 안에 담겨 버려진 고양이를 보며 불같이 화를 낸 적도 있었다. 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생긴 일들이지만 여전히 그녀는 ‘세상 모든 고양이가 예뻐서, 안 예쁜 고양이는 없어서’라며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대한 시선으로 봐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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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박수현 객원기자

사진 박수현 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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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3
몽별맘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답글 0
뿡빵이사랑  
존경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봐주었음합니다  길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아파도 죽지 못해 살아가는 가엾은 아이들인데
답글 0
sunarch  
맨날 눈팅하는 집사인데 그냥 지나칠수없어 가입하고 글 남깁니다  정말 좋은일 하고 계십니다 박진옥님...따뜻한 마음에 실천력까지 겸비하신 분 정말 복받으실겁니다..길냥이를 비롯한 동물과 생명들 밥 좀 준다고 뭐라하지맙시다 길에서 살면 오래살아야 3년입니다...해치지 말아주세요 조금만 따뜻한 시선주신다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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