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서 온 편지: 커피 스틱을 딛고 일어선 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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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서 온 편지: 커피 스틱을 딛고 일어선 뚜비
작성일2년전

본문

 

묘생 2막

거제도에서 온 편지

커피 스틱을 딛고 일어선 뚜비 

 

‘매거진C에 고양이 뚜비와 카페 레미를 제보하고 싶어요….’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속에는 태어나서 버려졌고, 임시보호를 받았지만 이유 없이 다리가 부러져서 안락사 권고를 받아야 했던, 그러나 고양이 카페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꿋꿋하게 고통을 견딘 그 아이가 궁금했다. 지체하지 않고 거제로 떠나는 차편을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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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이유도 예고도 없이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입양처를 찾던 뚜비의 뒷다리 하나가 갑자기 부러진 것은 무슨 연유였을까. 못보는 새에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걸까. 아찔한 마음으로 뚜비를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며칠 뒤에는 뚜비의 앞다리가 부러졌다. 음식을 잘못 먹였나 싶었지만 함께 보호하던 다른 아이들은 건강했다. 

 

다시 방문한 동물병원에서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여린 살을 찢고 허공으로 튀어나온 하얀 뼈를 두고 ‘공기 속에 2시간 이상 노출되면 더 이상 뼈는 쓸 수 없다’는 잔인한 진단도 함께였다.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하는 뚜비를 두고 안락사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작은 몸으로 잔혹한 고통을 견디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과 그래도 살리고 싶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결국 수의사는 ‘진료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장님은 어린 뚜비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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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나눠받고서, 성큼

 

언제 어떻게 잘못될까 걱정이어서 사장님은 뚜비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일하기 시작했다. 출근과 퇴근을 같이하며 틈틈이 뚜비의 상태를 점검했다. 뼈가 붙으라고 다리에 부목을 댔지만, 뚜비는 부목이 불편한지 어떻게든 팽개쳐냈다. 그럴 때면 다시 뼈가 공중으로 솟아나고, 다시 뚜비의 뼈를 살 속으로 밀어 넣고 소독약을 뿌려야 했다. 익숙해지지 않을 고통이겠건만, 뚜비는 그 때까지 그래왔듯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았다. 딱딱한 부목 대신 커피 스틱으로 다리를 고정한 뒤로는 좀 나았다. 뚜비는 일어나지 못했지만 눈을 깜빡이거나 말을 걸며 애정을 표시했다. 초롱한 눈은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뚜비는 카운터 위에서 지내다가 카페 바닥의 카펫 위로 내려갔다. 떨어질까 무서워서, 그리고 뚜비의 곁으로 자꾸 고양이들이 올라와서였다. 카펫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뚜비의 옆에는 항상 레미의 고양이들이 있었다. 뚜비의 옆에 꼭 붙어서 그루밍을 해 주거나 함께 단잠을 잤다.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켜 세워 밥을 먹으러 가면 다른 고양이가 와서 교대하듯 그 옆을 지켰다. 뚜비에게는 바닥의 따끈한 전기 매트보다 고양이 친구들의 살뜰한 보살핌이 더 따뜻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내던 뚜비는 어느 날엔가 후들거리는 앞 다리로 일어났다. 그리고 뒷다리를 끌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 뒤에서는, 다른 고양이 친구들은 원래 뚜비는 저렇게 다녔다는 양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져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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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소중하게 

 

뼈가 예쁘게 붙지는 않았지만, 뚜비는 이제 네 다리로 걸을 수 있다. 보기에는 위태로운 걸음이고, 다른 친구들보다 느리고, 한달음에 창문 위까지 뛰어오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다. “그래도 얼마 못살겠구나… 라고 느끼는 게,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이빨이 하나씩 빠지고 있어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가 봐요. 지금은 그냥 남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사장님의 얼굴이 근심 반, 다행스러움 반으로 복잡스럽게 차올랐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뚜비는 자다 깨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레미의 꼬물이들을 다정하게 핥아준다. 사장님은 2주 전에 태어난 세 고양이 중 턱시도 옷을 입은 아이가 뚜비의 아이일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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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꺼내든 캣닢에 뚜비가 벌떡 일어났다. 비척비척 걸어서는 야옹- 하고 목소리를 낸다. 얌전히 앉아 캣닢을 기다리다가, 한바탕 뽕파티를 즐긴 후에는 다시 전기 매트 위로 돌아왔다.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다른 고양이의 몸 위에 늘어져서 샥샥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사이좋은 모습이 보는 사람들까지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해가 저물자 잘 시간이 된 듯 뚜비의 눈꺼풀이 느리게 감겼다. 잘 자. 인사를 하듯 고양이들이 다시 뚜비의 곁으로 모여들어 고롱고롱 눈을 감았다.

 

 

INFO

고양이카페 <레미>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중앙로 1938-1

tel. 055-638-0518​ 

 

 

CREDIT

글 사진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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