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사진전
<재난의 시대, 떠나지 못하는 동물들>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벽에 또박또박 새겨진 글귀와 함께 전시 타이틀이 보인다. 잠시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마음이 이내 황량하고 서늘해진다. 시선을 돌리자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의 불안하고 애처롭고 어여쁜 눈망울에 오래 눈을 맞추고 있기가 힘이 든다.
재개발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
대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죽음의 벼랑 끝에 선 길고양이들. 이들에게 재개발이란 ‘투기’도 ‘아파트’도 아닌, 그저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 KARA는 지난 7개월 동안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 프로젝트를 통해 적극적인 보호활동을 펼쳐왔다.
KARA 더불어숨센터 3층에 위치한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이하 킁킁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재난의 시대, 떠나지 못하는 동물들> 사진전에서는 재개발 현장을 떠도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 고양이들의 위태롭고 절박한 모습이 18점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전시뿐 아니라 관련 서적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 관한 그림책을 비롯하여 ‘후쿠시마 원전’, ‘탈성장’ 등을 다룬 다양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코너 오른편에는 재개발 현장에서 구조된 세 마리 고양이의 사진이 걸려 있다. ‘단지’, ‘마콩’, ‘태지’라는 이름의 이들 고양이는 현재 KARA 더불어숨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중이다.
생명 존중 의식을 키우는 동물전문 도서관
이번 사진전을 주최한 킁킁도서관은 생명 존중에 대한 의식을 확산하고자 설립된 동물전문 도서관이다. 서가에는 동화책과 잡지를 비롯해 동물복지, 생명윤리, 인문학, 여성학 등 분야별 서적 2,9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또한 도서관 곳곳에는 2인용 테이블, 소파, 안락의자 등이 놓여 있어 원하는 곳 어디서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킁킁도서관을 지키는 사서 고양이들
킁킁도서관에는 ‘알식이’와 ‘무쇠’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어린 시절 길에서 구조된 이들은 치료 이후에도 몸이 약해 결국 도서관에서 함께 지내게 됐다. 도서관 내부에는 이들에 대한 소개와 주의사항 등이 적힌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몸을 비비는 이 청년이 바로 알식이다. (3살 추정)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몸을 내맡기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혼자 늘어져 있기 좋아하는 이 아가씨의 이름은 무쇠다. (5살 추정) 몸이 약해 건강해지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인데, 이름과 다른 아름다운 미모로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사진과 책과 고양이를 위한 시간
동물과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어 온 사람이라면, 지금 주저 말고 킁킁도서관을 찾아보자. 창가 자리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여유, 고양이 사서들과의 행복한 조우는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info.
전시 기간: 2016.6.29(수)~2016.7.29(금) / 화~금 13:00~18:00 (매주 토/일/월 휴관)
장소: 생명공감 킁킁도서관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22, KARA 더불어숨센터 3층)문의: 생명공감 킁킁도서관 (02-3482-0999) / info@ekara.org
* 도서 대출은 불가하며, 열람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