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품은 따뜻한 문구점 크루네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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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품은 따뜻한 문구점 크루네 고양이들
작성일3년전

본문

길고양이를 품은 따뜻한 문구점
크루네 고양이들

 

박수현 사진 작은행복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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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길고양이 ‘크루’에요. 톰 크루즈라고 되게 잘생긴 사람 이름이래요. 나만큼 잘 생겼나봐요. 작년 겨울부터 밥 엄마 가게를 들락거리며 살아요. 여기는 때리는 대장냥이도 없고 굶지 않아도 되는 곳이에요. 그래서 크루는 여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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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바짝 세우고 “통통통”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는 길고양이 한 마리
녀석의 궁뎅이를 따라 들어간 곳은 경산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었다. 이곳이 ‘나비’라고 불리는 길고양이의 밥집이었던 것. 길고양이 이름 중 유독 많이 듣게 되는 그 이름 ‘나비’. 얼마 전 출산한 나비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곳으로 와 사료를 먹고 다시 새끼들에게로 돌아간다. 그 뒷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보던 문구점 주인 전경아 씨는 나비가 작년에 낳은 아이들을 이곳에 두고 갔다며 녀석들을 불렀다.

 

“크루~ 핀두!”

길고양이 나비와 이름이 독특한 고양이 남매. 아깽이들일 줄 알았는데 제법 커 보이는 고등어무늬 고양이 두 마리가 문구점 안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온다. 헐리우드의 미남배우 톰 크루즈처럼 잘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크루’인 오빠 고양이와 독일 문학 수상작인 <핀두스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은 여동생 ‘핀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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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 정말 잘 생겼지요? 보는 사람마다 크루앓이를 겪고 있어요~(웃음)"
작년에 낳은 아이 셋을 데리고 밥 먹으러 오던 나비가 언제부턴가 크루핀두 남매만 데리고 오더니 추위가 시작될 무렵 즈음엔 아예 둘을 여기에 맡겨놓고 사라졌어요. 동네에 쥐약을 놓는 할머니가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봄이 되니까 다시 밥 먹으러 나타나더라구요. 최근에 밖 어딘가에서 출산을 했는지 수유한 티가 팍팍나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에요. 이번 출산을 마지막으로 TNR을 시켜주려 해요.“


독일 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스벤누르드크비스트의 핀두스 이야기에서처럼 두 고양이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겼다. 일러스트 속 예쁜 고양이 핀두스만큼이나 어여쁜 ‘핀두’는 페테르손 할아버지처럼 다정한 전경아씨의 보살핌을 받으며 최근에 아기 고양이 넷을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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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좋아해요? 왜 자꾸 와요?

크루와 핀두의 집은 <경산문구랜드>. 대부분의 시간을 숨을 곳 많은 문구점 곳곳에서 낮잠자며 지낸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이 아니다보니 열린 문으로 살짝살짝 외출을 다녀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추운 겨울 동안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던 녀석들이 봄이 오자 몸이 찌뿌드드해졌는지 잠깐씩 외출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그새 핀두가 임신을 해버렸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핀두의 임신. 부랴부랴 출산 박스를 만들어주었더니 알아서 척척 순산하고 꼬맹이 넷을 통실통실하게 잘 길러내고 있어 대견스럽다며 수유 중인 핀두의 뒷머리를 쓰담쓰담하는 경아 씨. 이번에 어미 고양이인 나비 TNR을 할 때 딸 핀두도 함께 중성화 수술을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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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에서 고양이를 키우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당당하게 '밥 주세요'라고 외치며 들어오던 꼬맹이 크루의 사료를 챙기면서도 그저 길고양이 밥을 챙긴다는 정도였지 식구가 될 줄은 몰랐지요. 하지만 추운 겨울을 함께 지내면서 여기를 자신들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아이들에게 매정하게 봄이 되었으니 나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지요. 다행히 초등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고양이들을 너무너무 예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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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교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문구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고양이가 있는지부터 물어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닐텐데 멀찍이 서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기만 하는 초등학생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은 이렇게 학교 밖에서 아이들 스스로 터득해가며 자연스럽게 배워나가기도 하나보다. 핀두와 크루도 꼬마 손님들은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는 걸 보면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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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도 돼요! 응원해 주세요.

‘우리 애들 밥 좀 챙겨주세요’라며 맡겨놓고 갔다던 ‘나비’가 밥을 먹으러 나타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며 살지만 크루와 핀두는 엄마 옆에서 부비부비하고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은 길고양이들에게 관대한 나라는 아니다. 동물법도 미약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선진국과 비교하자면 한숨부터 새어나올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만큼의 사건들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희망의 씨앗을 던져주는 마음이 따뜻한 이웃들과 마주하는 순간이 없다면 절망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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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된 어느 책에서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리질리언스(Resilience)’라고 칭했는데 카오스 상태에서의 극복력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충격 상태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도 발휘되어져야 할 유전자처럼 느껴졌다. 약을 놓는다는 할머니가 살고 있어도 같은 지역 안에서 길고양이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준 전경아씨 같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결국 사람들의 리질리언스 수준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응원을 보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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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와 핀두라는 길고양이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마운 문구점. 발을 디디는 순간, 이곳은 공기가 다른 곳임을 느끼게 된다. 자주자주 놀러오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 공간에 흐르는 기류는 따뜻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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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검정고무신  
정말 마음 따뜻하신 분이네요^^; 최근에 제 여동생은 길가에 쓰러져있던 새끼냥이를 데려와 지금껏 잘 돌봐주고 있어요~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드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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