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통장을 가득 채워준 쫄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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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통장을 가득 채워준 쫄레 이야기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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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강아지

마음통장을 가득 채워준 쫄레 이야기
쫄레의 세계는 고요해졌지만…


웹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 등장하는 블랙 푸들 낭낙이는 열 일곱 살이었다. 나이가 들어 앞도 안보이게 되고 귀도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저 잠자는 시간이 더 늘어났고 킨포크 라이프를 지향하듯 삶의 시간이 조금 느려졌을뿐... 쫄레도 그랬다. 잠귀가 밝았던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두 눈을 꼬옥 감고 깊은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쫄레는 여전히 가족들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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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레의 세계는 고요해졌다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이 있을까. 쫄레의 사연은 바로 이 귀한 생명에 깃든 소중함을 일깨워준 경종 같은 따끔함이 스며있는 이야기였다. 한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고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기도 했으며 감사함으로 마주잡은 두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을 불끈 보내기도 했다.

 

“처음엔 나이가 들어 건방져졌다고 웃어넘겼어요. 밥먹으러 부엌으로 오라고 아무리 불러도 안 오는거에요, 쫄레는 그런 애가 아닌데 말이지요. 사람의 나이보다 일곱 배나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었지만 함께 살다보면 그런 건 금세 잊어버리고 말잖아요. 우리도 그랬어요. 매년 같이 만든 추억들이 늘어가고 있는데도 정작 쫄레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나봐요. 그러던 어느 날 자각하게 된 거에요. 우리 쫄레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쫄레의 세상은 고요해졌다. 그녀가 ‘사랑해, 쫄레야’ 하고 속삭여도 알아듣지 못했고 남편의 차가 도착했다는 스피커 소리에도 반응이 없었다. 슬픈 일이지만 부부는 있는 그대로의 쫄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소리대신 촉각으로(쓰다듬으면서) 절망 대신 감사하는 마음으로(아직 사랑을 전할 방법이 남아 있으므로) 쫄레와 함께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쫄레 10주년 때 했던 외침, '튼튼하게만 늙어다오!' 를 매년 되새김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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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레를 통해 배우게 된 우주


그날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하필이면 검색창 메인에 뜬 ‘유기견 카페 소개글’을 보았고 하필이면 유사모(유기견과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임)를 클릭했었고 또 하필이면 교통사고를 당해 뒷다리가 으스러진 개 이야기를 읽게 되었던 모든 일이 결국엔 인연으로 이어지려고 순차적으로 진행된 우연의 단계였던 것일까.

 

단 한 장의 사진. 차가운 바닥에 길게 누워 있던 쫄레의 사진에 자꾸 마음이 쓰였노라고 그녀는 고백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믹스견에, 대형견 그것도 유기견인 쫄레에게 입양의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누군가 빨리 나타나서 저 아이가 안락사 당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그토록 간절히 빌었건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결국 입양의사를 글로 남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솟구칠 때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일단 아이를 살리고 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한다. 그렇게 ‘루리’ 혹은 ‘다즐링’으로 불리던 개는 ‘정쫄레’가 되었다. 

 

“남편은 단 한 순간도 강아지와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에요. 병균의 온상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180도 바꿔 놓은 녀석이 바로 쫄레랍니다. 물론 쫄레는 덩치가 커요. 게다가 장애견이고 믹스견이죠. 하지만 처음의 실망과 달리 바로 콩깍지가 씌더라구요. 남편도 그랬나봐요, 절대 안방에는 못오게 하라고 으름장을 놓을 때는 언제고 곧 바로 쫄레를 보살펴야하니 당분간 헬스클럽은 가지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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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쫄레는 안방으로 입성했다. 게다가 혜영씨 부부를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는 캣맘, 캣대디로 살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사실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바라보는 그 시선은 언제나 바뀔 수가 있다는 것을 쫄레는 알고 있었을까.  강아지 한 마리가 참 많은 일들을 해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부부 역시 첫 강아지 쫄레에게 미안한 기억들이 몇개 정도 떠오른다고 했다. 잘 몰라서, 서툴러서, 처음이라서 배려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와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것 같다고. 하지만 쫄레를 가족으로 맞은 일을 두고는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애견에 대한 편견이 있다거나 유기견이기 때문에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겁내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결정하세요. 살면서 배우면 돼요. 우리도 그랬어요. 이 또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랍니다” 라고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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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지 않는다


“쫄레에게 간식을 주다 눈물이 난 적이 있어요.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배변 훈련을 위해 철장 속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을 때였는데요. 녀석의 기분을 좀 업 시켜주려고 간식을 내밀었지요. 식욕은 본능인데도 쫄레는 눈치를 보더라구요. 먹어도 되나? 고민하는 눈빛이었구요. 그러다가 조심스레 혀를 가져다대는데 아!그만 장난이 치고 싶어지지 뭐에요. 개들은 한 번 물면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힘겨루기를 한다길래 우리 쫄레도 그렇겠지 했는데 얜 그냥 슬그머니 내려놓더니 뒤돌아 누워 버리더라구요. 너무 쉽게 포기하는 모습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어요. 그냥 다른 개들처럼 짖거나 물고 늘어졌으면 가슴이 찢어지지 않았을텐데...”

 

그동안 세상이 아이에게 너무 척박한 곳이었나보다 싶어져 더 챙기고 더 보듬었더니 점점 예뻐지더라는 부부의 말을 듣고 그동안의 사진들을 훑어봤는데 정말 예뻐졌다. 정쫄레!

 

만약 수컷이면 ‘쫄랑이’ 암컷이면 ‘쫄레’라고 이름짓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는 그녀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쫄래쫄래 잘 따라다녀서 다시는 유기견이 되지 말아라는 의미라며 미소지었다. 그 이름 그대로 쫄레는 집 안에서건 밖에서건 쫄래쫄래 잘 따라다닌다고 한다. 하도 안먹어서 먹을 때마다 미친 듯이 환호해주었더니 지금은 관심가져 달라며 퍼포먼스 하듯이 사료를 폭풍흡입한다는 귀여운 녀석, 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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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레와 함께 한 세월이 벌써 십년이 훌쩍 넘어버렸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늙어서 똥오줌을 싸면 어쩌려고 하냐고. 그런데 그게 버려야할 이유가 되는 걸까요? 저지레를 한다거나 똥오줌을 눈다고 해도 그걸 치우는데 30초에서 1분이면 충분해요. 그에 비해 쫄레가 주는 기쁨은 어마어마하죠.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키울까? 말까? 고민중인 사람이 있다면 쫄레와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의 사연이 그들의 올바른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믹스견이라서, 노견이라서, 장애가 있는 아이라서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날의 그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노라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요리사 박찬일이 말했던가. 요리는 따뜻하지만 레시피는 칼 같다라고. 바꿔 말하면 마음은 따뜻해도 그 개념은 칼 같아야 한다. 한번 가족이면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그 원칙이 지켜져야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쫄레네 가족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두 배로 커졌다. 



CREDIT

 

 박수현 

사진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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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2
bhyew****  
마음 따뜻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답글 0
조아름  
쫄래 너무이뻐요
같이오래오래행복하세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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