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오드아이 시츄 보리, 마음을 막 흔들지 말입니다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러블리 오드아이 시츄 보리, 마음을 막 흔들지 말입니다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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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오드아이 시츄 보리
마음을 막 흔들지 말입니다


보리가 한참을 바라본다. 덩치가 산만한 고양이 호식이가 제 호박방석 안에서 잔다고… 비켜줄 때까지 그 앞에서 그저 지키고 서있다. ‘내 자린데 어서 나와’ 착하게 속으로만 이야기하는 보리. 제 밑으로 다 동생들이건만 유일한 강아지인 보리는 고양이 동생들을 타박하지도 멍멍 짖어 쫓아내지도 심지어는 물지도 않았다. '원래 동생에겐 이렇게 양보하는거에요~' 라는 눈길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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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사진 박은하

 

비밀이 담긴 눈

좌우 눈 색깔이 다른 고양이는 ‘오드아이’로 불린다. 홍채 세포의 DNA 이상으로 멜라닌 색소의 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홍채이색증’을 흔히 이렇게 부르는데 예로부터 오드아이 고양이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오드아이 강아지도 있을까. 향목으로 사랑받는 “율마나무”를 너무나 좋아하여 SNS 상에서 “율마”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박은하씨의 반려견 보리는 10마리 중 한 두 마리 있을까 말까 하다는 ‘오드아이 견’이다. 첫 강아지인 순심이를 주변의 민원에 떠밀려 입양 보낸 후 도저히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고 앓아 누운 시간이 일주일. 계속 마음을 잡지 못하는 그녀를 보다 못한 남편은 다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어디에도 보내지 말자며 그녀를 애견샵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보리와 운명처럼 만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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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우리 부부가 개를 처음 키워보다시피할 때라 입양할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샵으로 간 것이었는데 남편이 프렌치 불독을 보고 있는 사이, 제 눈에 그만 작은 시츄 한 마리가 들어와 버린 거죠. 샵주인이 팔지 않는 아이라고 하는데도 우리 보리에게 자꾸만 눈길이, 손길이 가더라구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팔지 않고 교배용으로 빼 놓은 상태였더라구요.”

 

보리는 한 번 파양당한 경험이 있는 강아지다. 그 이유는 바로 오드아이였기 때문에. 평소에는 두 눈의 색이 같아 보이지만 빛을 받으면 한쪽 눈이 블루 아이가 되는데, 아이가 있는 집으로 입양 갔던 보리를 보고 너무나 무서워들해서 바로 파양되어버렸다고 했다. 오드아이라는 이유로 계속 파양이 반복될 것 같았는지 샵에서는 유난히 외모가 예쁜 보리를 아예 교배견으로 선택해 두었던 것이었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은하씨는 그 순간이 백번 반복된다고 해도 그때와 똑같이 보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며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루나 이틀, 그 운명이 어긋나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매력적인 눈동자를 지닌 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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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섯 마리 속에서 눈치 백단 보리

보리와 함께 살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특히 작고 연약한 것들을 쉬이 지나치질 못했다. 그래서 보리 밑으로 길냥이 동생들이 주르륵 다섯 마리나 구조되어 현재는 가족으로 모두 함께 살고 있었다. 첫째가 강아지이니 서열 1위는 보나마나 보리겠지 했건만 그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다. 시츄는 본래 그 눈망울이 순하면서도 슬퍼서 자꾸만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주고픈 견종인데, 그런 보리의 애처로운 매력이 고양이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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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들’ 이라고 불리우는 하트,망고,호식이,탄지,코코 들에게 보리는 한없이 양보하고 끝없이 밀리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냥 맡겨놨어요. 편견없이 아이들에게 맡겨 놓으면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흡수 될 줄 알고 있었거든요. 다만 키우면서 고양이니까, 강아지니까 이런 구분은 하질 않았답니다. 사람의 생각과 동물의 생각은 같을 수 없지요. 우리의 잣대로 휘두르기 보다는 이들의 ‘어울림’ 혹은 ‘자연스러움’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무엇보다 보리가 너무나 잘해 주었지요. 기특하게도.”

 

사람이 무서운 이유는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중요한 이유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 새벽이면 ‘우다다’도 같이하고 고양이들 귀청소도 척척 해주면서 눈치껏 넉살좋게 끼여 사는 보리의 모습이 꼭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속 남주인공 같아 보여 그만 웃음이 났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하던 그 남자처럼 멋진 시츄,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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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9일생, 보리보리

“조금 웃긴 건요, 산책가다가 다른 개들을 보면 기겁을 하는 보리가 길고양이들만 보였다하면 막 반가워한다는 거에요. 아마 집에 있는 다섯 마리 고양이들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직장에 있는 동안 혹시 싸우지나 않을까 싶어 홈캠을 설치했는데 낮시간에는 모두 늘어지게 잠만 자는거 있죠. 고양이들이야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보리는 강아지인데도 저러나 싶어 유심히 살펴보게 되요. 혹시 고양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웃음)”

 

그들은 가족이었다. 먹성도 좋고 애교도 많지만 사랑표현도 그렇게나 많이 한다는 보리는 바라는 것이 있으면 엄마, 아빠 앞에서 미어캣 자세가 되어 ‘이쁘다 해 주세요’ 표시를 하는 러블리한 5살 강아지였다.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서는 ‘무서워’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랑해 보리야’라는 말만 들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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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이들처럼 가족으로 어우러져 아끼고 정주며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행복’에 한 발 가까운 삶이 아닐까. 은하씨의 아버지는 종종 보리를 향해 “보리냐? 쌀이냐?”라는 아재개그를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부부만 방문할 때면 그 서운함을 감추지 않으시면서 보리는 왜 안 데려왔냐며 툴툴대기까지 하신다고 하니 앞으로도 보리는 계속 사랑받을 날들만 이어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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