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레아의 with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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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레아의 with cats
작성일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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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레아의 with cats
길고양이들이 있어 외롭지 않아요


길고양이 구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디자이너 레아, 김주영 씨. 길 위의 고양이, 강아지들을 홀로 구조하고 돌보는 사이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녀는 직장생활은 물론 그림, 디자인, 길고양이 돌보기까지 모두 해내고 있었다.

 

박수현  사진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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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냥 아키를 만나다

주영 씨는 도토리 줍는 아기 다람쥐처럼 앙증맞고 예쁜 길냥이 한 마리를 만났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 아키와의 시작이었다. 항상 다니던 길인데 마주치자마자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쪼르륵 달려가 바라보던 눈길을 잊을 수 없다. 근방에 길냥이들 밥을 주고 있어 이 동네 고양이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그날 처음 봤기에 외출냥이라고만 생각하고 담 너머에 캔과 닭가슴살 하나만 놓아주고 지나쳤다.

 

아키는 두 번째 만남에서도 내미는 닭 가슴살을 반만 먹고 사라졌다. 부쩍 추워지던 초겨울 어느 날, 밥자리에 나타나 냐옹냐옹 울면서 허겁지겁 사료와 간식을 먹더니 그날 밥 터를 도는 내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살짝 만지면 가만히 있고 다시 걸으면 울면서 뒤따라왔다. ‘내일 또 보자!’ 하고 집으로 들어왔지만 그 아이가 가슴 속에 콕 박혀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그녀는 다음날 바로 이동장을 들고 나가 아이를 손쉽게 구조했다. 병원에서 검사해 보니, 아키는 2살가량의 고양이로 항체가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접종까지 완료된 집냥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동네를 수소문해 보아도 찾는 사람 하나 없고, 잃어버렸다는 전단지 한 장 부착되지 않아 4살이 된 지금까지 주영 씨와 함께 살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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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도도해 보이지요? 우리 아키. 자기한테 관심 없다 싶으면 우앵우앵 울어요. 가서 만져주고 토닥 토닥대면 조용해지죠. 완전 여우같다니까요(웃음).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꼭 옷 속, 가방 속, 냉장고 위처럼 안 보이는 곳에 들어가 숨는 건 또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장난기 많은 집사만큼이나 여우처럼 앙큼한 고양이 아키. 둘은 서로가 모르는 사이 닮아가고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뜨끈한데서 지지는 거 좋아하고 조용한 거 좋아해서 우리 엄마 옆에 콕 붙어살아요. 화장실까지 쫓아가서는 엄마 무릎에 앉아 꾹꾹이를 해댄다니까요~ 그래도 엄마가 심심하지 않아 좋지요, 뭐”

살짝 몸이 불편하신 엄마에게 이만한 효도 냥이 없다며 침이 마르게 칭찬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만 봐도 그녀는 이미 팔불출 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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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근아, 우리 다리 자르지 말자

수근이는 그녀가 돌보던 길냥이가 아니었다. 회사 앞 캣맘에게서 SOS 호출을 받고 나갔더니 3개월가량의 아기 고양이가 교통사고로 앞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다. 그대로 둘 수 없어 바로 근처 병원으로 옮겼으나 입원은커녕 이동장 안에 패드 한 장 깔아주지 않은 채 진료하는 것을 보고 바로 병원을 옮겨 버렸다고 했다.

 

“길냥이라서 그런가? 속상해 미치겠더라고요. 구조한 애를 사납다고 그냥 방사하라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요. 호출했던 캣맘은 연락도 안 되고, 병원에서는 길냥이라고 차별하고…. 어쨌든 내 손으로 구조한 아이인데 그대로 방사해 버리면 내가 못살 것 같아서 오지랖 넓다는 소리 들어가면서 병원을 옮겨 3개월간 치료했어요. 500넘게 깨졌어요. 그때(웃음). 그래도 애 살렸잖아요.”

 

봉합했던 상처 부위가 터져서 입원했고, 염증이 생겨서 또 입원했다. 땅에 닿는 부분이 상처라 무조건 절단해야한다고 권했지만 그녀는 끝내 절단을 거절하고 평생 상처를 소독하는 쪽을 선택했다. 글러브 같은 붕대를 감고 불편하게 걷더라도 세 다리 보다는 네 다리로 사는 쪽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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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요크셔테리어 ‘초우’는 나이가 들면서 세 다리로 사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고 괴사가 진행되어 뒷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던 ‘다복’의 경우도 있어 수근이 다리만큼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소독하고 드레싱을 해야 하지만 수근이는 요즘 건강하게 살고 있다. 붕대 앞발을 붕붕 날리며 하악질도 하고 때로는 간식을 달라며 동동대기도 하면서 다른 고양이들과 다름없이 명랑 고양이로 살고 있다. 만약 그때 다리를 잘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방사했더라면 이 아이, 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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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레아로 살아가기

시각디자이너이자 캣맘으로 60여 마리의 길냥이를 매일같이 돌보고 있는 그녀는 최근 텀블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주영 씨는 창작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길고양이와 보호소를 지원을 하면서 동시에 그 인식의 전환도 가져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처음에는 나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꾸었어요.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바꾸어 나가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지요. 매일 마주치는 길의 아이들이 저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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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디자인은 아주 우아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전사지를 거부하고 일일이 손으로 핸드 페인팅해 완성시킨 머그잔, 스푼, 접시, 티팟 속 고양이와 강아지는 여왕님의 테이블에 올라도 좋을 만큼 엘레강스한 디자인이어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또한 우수한 밀폐력으로  쏟기지 않다고 입소문 난 텀블러 역시 탐나는 핫 아이템이었다.

 

“제 디자인에는 개, 고양이와 함께 항상 꽃이 등장해요.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꽃을 길아가들에게 비유하여 캣블러썸(catblossom)이라는 개인 브랜드 네이밍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요. 텀블벅 펀딩 종료 후에도 제품들을 개별 주문이 가능하답니다.”

한 번은 쉽다. 하지만 계속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굳이 쉬운 길을 두고 하루에 2~3시간만 자면서 시간을 쪼개 디자인을 하고 새벽 밥 터를 돌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엔 무엇이 스쳐 지나가고 있을까. 아픈 길고양이 퉁이를 구조하는 일? 캣블러썸의 성공? 참신한 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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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관심’이라고 했다. 머릿속 가득 찬 단어들은 모두 관심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있다. 사회화가 되어 있지 않았던 길고양이가 집사의 관심으로 그 사랑을 알아가고, 전혀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 길 아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관심은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얼마 전 그녀는 회사 직함을 버리고 디자이너 레아로 살아가는 선택을 감행했다. 퇴사하면서 그 책임감의 무게는 한층 더 무거워졌지만 창작의 즐거움은 더 커졌다며 캣블러썸의 새로운 디자인들에도 무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작은 관심이 결국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을 믿는다고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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