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찰떡궁합 `개털깍는 곱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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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찰떡궁합 `개털깍는 곱단이네`
작성일3년전

본문

개털깍는 곱단이네 이야기
너랑 나랑, 찰떡궁합

(※`개털깍는 곱단이네`는 상호명을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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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 is another day”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가 엔딩에서 외쳤던 말처럼 살아가는 여자, 박경민 씨. 쓰라린 상처에 딱지가 앉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새살에 연고를 바르듯 지나왔던 시간들은 누가 등 떠밀어 시킨 일도 아니었기에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시작한 일이고, 왜 하고 있는 일일까?


박수현  사진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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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단이는 내 몸의 일부


경남 김해에서 `개털깍는 곱단이네`를 운영하고 있는 경민 씨에게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외장하드형 심장이 하나 있다. 비록 다리는 짧지만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예쁜 강아지, 곱단이. 경민 씨는 입에 침이 마를 새라 곱단이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16세 할머니견인 ‘꽁지’와 귀여움으로 똘똘 뭉친 5세 치와와 ‘호야’를 제치고 언제 어디든 경민 씨 곁에서 꼭 함께 다니는 곱단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 곱단이는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도 잘하구요. 야바위(?)도 잘해요. 말귀도 얼마나 잘 알아듣는지 신통방통할 때가 많다니까요(웃음).”

 

곱단이 이야기만 나오면 자동으로 목소리가 커진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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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예쁜 강아지들이 강아지 공장(이하 번식장)에서 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실습용으로 온 번식장 개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받았던 그때의 충격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는다. 애견미용을 배우면서 학원에 실습용으로 보내지는 개들이 실은 번식장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강아지들의 모습과 처지가 너무도 안타까워 “돈을 버는 용도로만 쓰지는 않겠다”는 굳은 결심 후 미용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민 씨는 지금도 가까운 마산, 창원 보호소부터 시작하여 멀어서 1박 2일로 다녀와야 하는 경기도 이천 보호소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미용 봉사를 다니고 있다. 지칠 만도 한데, 이미 마음의 근력이 생긴 그녀는 몸이 힘든 건 마음이 힘든 것과 비교해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음 지어 보였다.

 

봉사를 다니는 동안 반려하게 된 강아지만 무려 아홉 마리. 그 중 그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강아지는 역시 ‘곱단이’다. 그래서 샵 이름도 `개털깍는 곱단이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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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심장


집에 조카가 있단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도 출판될 정도로 파양이나 버림의 핑계가 되고 있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도 경민 씨네 가족들은 개들을 놓지 않았다. 유기견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뿐더러, 아기와 개를 함께 양육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카에요. 내 아이라도 그러하겠지만 아이 엄마인 동생도 출산했다고 해서 개를 다른 집으로 입양보내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어요. 왜 그래야 하죠?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가족인데. 아기를 눕혀 놓으면 곱단이는 아기 옆에 누워 지켜봐요. 그리고 조카가 깨면 사람들을 부르죠. 개들도 알아요. 사람의 아이는 돌봐야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자연스럽다’는 사전의 단어가 이들 가족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까지 그녀가 구조하고 치료하여 입양 보낸 강아지들은 대략 300마리. 처음부터 길에서 태어난 아이는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다가 그 손길이 거두어지는 순간 보호소행이 되었을 개들을 다시 입양보내는 일은 예습과 복습으로 비유하자면 복습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예습을 시작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오천 년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듯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도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과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는 노력이 더해져 함께 시너지를 낼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녀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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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K와 함께


CRK(Companions Rescue in Korea)는 국내 및 해외 입양을 진행하고 있는 쉼터로 특히 국내 입양처를 찾기 힘든 믹스견이나 대형견, 장애견 등의 미국 입양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가 정말 쉼터 맞아? 라고 놀랄 정도로 쾌적하고 좋은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한 입소관리 덕분이다. 사연이 안타깝다고 하여 무조건 받기만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따른 문제들이 반드시 생겨난다는 것이 CRK측의 생각인 것이다. 개, 고양이, 고슴도치, 프레리 독 친구들이 입양 전까지 쾌적하게 지내고 있는 이 곳 역시 경민씨가 봉사 다니고 있는 곳 중 하나였다. 도착하면 10시간씩 미용 봉사를 하고 온다는 그녀에게 거리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계속 하고 싶은 일이에요. 단, 할 수 있을 만큼...지치지 않을 만큼만 하며 살 거에요. 지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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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으로 아기 고양이를 돌보던 4kg의 중형견 기적이는 강제 배변을 해줘야하는 아이지만 그녀의 손을 거쳐 입양을 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한 심장병, 만성 간염 등으로 견주가 안락사 시켜달라고 연계병원에 데려다 놓았던 강수 역시 새로운 엄마, 아빠를 만나 웅돌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 해, 두 해 봉사를 해오면서 참 씁쓸한 일도 많았고 울컥 화가 치미는 사연의 아이들도 만났지만 그래도 다시 희망을 얻는 건 바로 이런 순간이라며 미소 짓는 경민 씨.

 

쉬는 날 함안보호소에 가야한다며 서두르는 그녀를 보면서 시간이 그를 강하게 단련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며 살아왔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생각한대로 살아가는 사람! 이번 달 만난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처가 생기면 쓰라리고 아프다. 온몸의 신경이 몽땅 그곳으로만 쏠린다. 하지만 이내 딱지가 않고 새살이 돋으면서 고통의 순간은 잊혀져간다. 또 다시 상처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래서 상처로 인해 쓸리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도 묵묵히 구조하고 끌어안고 입양 보내고 치료하며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어제 그러했듯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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