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볶는 우태씨와 까만 개 깜순이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커피 볶는 우태씨와 까만 개 깜순이
작성일3년전

본문


10살이지만 10년은 더 거뜬하다는
커피 볶는 우태씨와 까만 개 깜순이

 

박수현  사진 홍우태

 

 

​추운 겨울
너는 그렇게 하얀 전봇대에 묶여
눈을 맞고 있었다

 

한송이가 내려 너의 머리 위에 앉고
또 한송이가 내려 너의 콧잔등에 쌓이고...

 

네 몸에 눈이 쌓일 때마다
내 가슴에도 눈이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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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누군가와의 만남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과연 피해갈 수도 있을까. 대전에서 커피를 내리는 홍우태씨는 그날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들과 예배를 보기 위해 교회로 향했는데 그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더라구요.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 버리고 간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전봇대에 묶여 있었어요.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입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새카만 강아지였는데 몇몇 따뜻한 분들이 벌써 빵과 우유를 그 앞에 놓아 주었지만 먹질 않았어요. 당시 재롱이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던 때여서 발걸음은 교회를 향하면서도 계속 그 아이가 눈에 밟혔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어서 마음이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창밖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던 흰 눈을 힐끔힐끔 쳐다보느라 그날 예배를 무슨 정신으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던 홍우태 씨. 결국 예배 후에도 있으면 데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쏜살같이 달려 간 그의 눈에 들어 온 건 이미 몸의 절반가량이 눈에 파묻혀버린 새카만 강아지 한 마리.

 

우태 씨는 그 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그토록 슬플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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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심하게 짖는 이유는 뭘까

 

왜 버려졌는지, 언제 태어났는지, 어떤 유전적 질환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유기견의 인생이다. 구조된 후, 깜순이(새카만 강아지라서)라 불리게 된 강아지 역시 그러했다. 다만 병원 검진 결과, 당시 1살 정도로 추정되며 피부병처럼 보이는 포진이 온 몸을 뒤덮고 있어 냄새가 심했다. 수의사는 누군가 키우다 병에 걸리자 버렸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불치병도 아니고 큰돈이 드는 병도 아닌데 병으로 인해 버려진 깜순이. 이후 약욕 목욕도 정기적으로 하고 접종 및 기타치료들을 병행하면서 9년이 흐른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깜순이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것인지 연고만은 단호히 거부한다. 또 대부분의 개들이 산책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산책은 나가되 멀리 안 가려는 행동 또한 또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잠재적인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그래서 익숙한 마을길을 따라 동네 한 바퀴만 도는데도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며 걸음을 재촉한다고 했다.

 

2014년 현재, 10살로 추정되는 깜순이는 선천적 질환인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과 가끔 눈병으로 병원을 찾는 일 외에는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다만 비 오는 날엔 동네가 떠나가라 심하게 짖곤 하는데, 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나워지는지 미스테리다.  또한 산책 시 볼일을 보게 될 때엔 꼭 물구나무를 선 채 보는데, 왜 깜순이만 이런 버릇이 있는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기견이기 때문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는 우태 씨는 입양을 쉽게 결정하는 지인들을 보면 심사숙고 하라고 충고하곤 한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가 생기게 마련이지요. 배우자가 싫어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되어서, 임신을 한 식구가 생겨서 등등 나름의 이유는 생겨나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마다 버려지는 개들의 수가 입양되는 숫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잖아요. 살기 힘들어졌다고 해서 사람 가족을 버리지 않듯 반려동물 가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함께 할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다 생각해요. 깜순이를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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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견 지원 카페를 목표로

 사실 우태 씨는 6살 때 태권도를 시작해 군입대전까지 계속 운동을 하며 사범생활을 하던 청년이었다. 그랬던 그가 짧은 직장생활을 거쳐 현재 바리스타가 되어 원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들고 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던 그때가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웃으며 현재가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마 꿈이 있어서 그럴 거라고.

 

동물카페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반려동물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는 견주 곁에 머무는 정도만 허락될 뿐이다. 동물에 익숙하지 않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배려해야하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로 인해 함께 산책 나왔다가 커피 한 잔 하려는 사람들은 마음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태씨의 카페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장 가능”이라는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입소문도 제법 나고 지역 방송과 지면에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끼리 왔다가 다음엔 우리 강아지와 함께 와야겠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흐뭇해지곤 한다고.

 

딱히 동물카페를 만들 계획은 없지만 개를 반려하고 있는 자신의 입장에서도 다른 견주나 개들과의 만남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카페 수익의 일정부분을 유기동물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날을 목표로 그는 오늘도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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