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만나다 5화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여행하며 만나다 5화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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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솜사탕 소리의 원더풀 부산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 있다. 어린 나이에 다리를 절단하는 고통을 겪고 장애견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소리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혔다. 인형같이 예쁜 외모에 얌전하고 똑똑했지만 입양 문의는 없었다. 하지만 을미년의 기운 덕분일까. 양처럼 복슬복슬한 소리에게도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 집 없던 서글픈 날들이여 안녕~ 많은 이의 축복을 뒤로 하고 소리는 부산으로 떠났다.

 

글 사진 박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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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2011년 겨울, 유기견 보호소에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푸들이 입소했다. 추정 나이는 겨우 2~3살로 크기도 작고 얼굴도 예뻤다. 데리고 나와 다리만 치료하면 금방 입양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마주한 소리의 상태는 심각했다. 단순 골절이 아니라 뼈가 으스러져 인대 몇 가닥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장사상충 키트에 양성 반응이 떴다. 심장사상충 3기. 심장에 무리가 가는 터라 마취가 불가능해 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힘든 심장사상충 치료를 무사히 넘겨준 소리를 기다린 것은 또 다른 절망이었다. 너무 오래 방치된 다리는 이제 절단해야만 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소리는 더 이상 어린 개가 아니었다.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지만 소리가 가족을 만날 확률은 점점 희박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기적처럼 소리에게도 입양 신청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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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지매가 된 소리
종종 올라 오는 소리의 입양일기는 해피 바이러스다. 애정이 모니터를 타고 느껴져 읽는 내내 엄마 미소를 지울 수가 없다.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물론, 다른 개와도 잘 지내는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하고 순한 개.’
소리를 임시 보호했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지만 부산의 소리는 달랐다. 평생 나를 사랑해줄 가족을 만났다는 것을 개들도 느끼는 걸까. 진짜 엄마만이 본성을 발견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일기 속 소리는 광안리와 다대포를 누비며 푸들 특유의 깨방정을 뽐내고 있었다. 씩씩한 부산 아지매 탄생 일기에 신이 나 응원 댓글을 다는 동안, 소리 엄마 류은주 씨와도 가까워졌다. 이 인연이 나를 부산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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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하루 한 번씩 산책을 하는 삼락생태공원에서 만났다. 흐렸지만 흐드러진 코스모스 덕분에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날이었다. 귀를 펄럭이며 날고 있는 소리와 그 뒤로 목줄에 끌려오다시피 하는 은주 씨가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다리 하나가 부족한 것은 소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구보다 활기차고 해맑은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 코스모스가 흔들렸다.
오히려 가엾게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은주 씨가 말했다.
“얼핏 보면 다리를 저는 것 같아 보이지, 없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발견하면 열의 아홉은 불쌍하다고 해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듣기 싫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이야기해요. 우리 소리 불쌍하지 않아요, 저희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라고. 그리고 우리 소리 왼쪽 다리 솜사탕 같아 정말 예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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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다
안동이 고향인 은주 씨는 남편을 따라 온 부산에서 타향살이를 시작하면서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반려동물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 권익진 씨는 반대했다. 어려서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란 은주 씨와 달리 남편 익진 씨는 단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경찰이라는 직업만큼 책임감이 남다른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끈질긴 설득에 익진 씨는 타협 조건을 내세웠다. 자기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어린 강아지를 분양받아 키우자는 것. 협상은 체결된 듯했다. 은주 씨가 분양을 위해 접속한 사이트에서 우연히 소리의 공고를 클릭하기 전까지. 장애가 있어 망설여지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전혀요. 소리의 입양 공고를 보는 순간 정말 말 그대로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이상하죠? 더 어리고 예쁜 애들도 많았는데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 아이다!’ 싶었어요. 바로 해당 유기견 카페에 가입을 하고 임시보호 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정독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이 들었죠. 그 후 일주일 동안 남편을 말 그대로 들들들 볶아 겨우 입양 허락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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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딸바보 아빠의 탄생
소리가 온 후 가장 놀란 사람은 익진 씨다. 자신이 이렇게 소리를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은주 씨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처음에 제가 개를 키우자고 했을 때 신랑이 그럼 개가 집안에서 대소변도 보는 거냐며 인상을 찌푸렸어요. 그런데 얼마 전 소리가 욕실 앞 매트에 실수를 한 거예요. 그거 보고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우리 딸 효녀라고. 바닥 닦지 않아도 되게 매트에 쌌다고 폭풍칭찬을 해주더라고요.”
끝이 아니다.
“자기는 개랑 뽀뽀하고 같이 자고 하는 거 질색이라고 했어요.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양보했죠. 아쉽지만 소리가 오면 침대에는 안 올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소리가 온 다음 날부터 뽀뽀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머리맡에 소리 없으면 허전해서 잠이 안 온대요. 우리 딸 복덩이, 이렇게 부르면서 평생 같이 살자며 애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아요. 오히려 소리가 귀찮아서 도망갈 정도로.”
기분 좋은 수다가 이어졌다. 다른 개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누구네 애기(개) 정말 예쁘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경상도 싸나이 익진 씨가 한마디 툭 던졌다.
“우리 소리가 제일 예뻐.”
아빠 품에서 쌔근쌔근 잠을 자던 소리가 자기 이름에 살짝 눈을 뜨더니 다시 편안하게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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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스위띵  
소리와 엄마,아빠의 행복한 나날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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