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만나다 4화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여행하며 만나다 4화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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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동해에 간 우리 남실이


컴퓨터 화면에 ‘전송 완료’ 창이 떴다. 드디어 책 원고 작업이 끝났다. 이미 동이 튼 지 오래였지만 남실이가 데워 놓은 침대에 기어 들어가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것만 쓰고 놀러 가자’는 약속만 수십 번. 일 하나가 마무리 되면 또 하나가 쌓이고, 이대로는 평생 못 떠날 것만 같았다. 남실아, 가자! 어디로?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동해로!

 

글 사진 박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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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의 개로 산다는 것
인간들이 그렇듯 개들도 만나면 “느그 주인 뭐하시노?”라고 서로 물어보지 않을까. 아마 개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주인은 의사도 변호사도 아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우리 집 남실이는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내 주인은 여행 작가야. 놀러 많이 다녀 좋겠다구? 꿈 깨! 며칠씩 집을 비우는 건 일상다반사에, 올 초에는 두 달이나 떠난 거 있지. 집에 있어도 하루 종일 타닥타닥 소리 나는 이상한 상자나 두드리고. 외출한다 싶음 알코올에 절은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질 않나. 에휴, 내 팔자야.”
진짜 이렇게 말할 것만 같아 지레 가슴이 찔린다. 내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동안 방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실이에게 늘 미안하다. 이번 동반 여행으로 내가 놀러다닌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 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주섬주섬 갈 준비를 하자, 오늘은 같이 떠난다는 사실을 눈치 챈 남실이가 신이 났다. 신기하게도 자기를 데리고 나가는 건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남실이는 말을 알아듣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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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기는 동해 바캉스
조금 이르지만 둘이 함께하는 첫 휴가인 만큼 피서지의 메카인 동해 망상 해변으로 달렸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모래사장을 누비고 바다로 뛰어드는 리트리버의 모습을 상상하며 남실이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도통 바다 근처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많아 그런가 하고 한가한 어달 해변으로 장소를 바꿔 보아도 결과는 똑같이 참담했다.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건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다. 남실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개가 물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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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영은 포기하고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주저앉았다. 둘만의 한가로운 간식 시간. 눈을 감으니 귀에는 파도 소리가, 코에는 비린 내음이, 손끝에는 익숙한 남실이의 보드라운 촉감이 몸 속 가득 스며들었다. 남실이가 행복해 하는 것이 전해졌다. 남실이가 기쁜 이유는 눈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그 바다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을 주면 100만큼 좋아해 주는 남실이. 이 작은 털복숭이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배우고TRAVEL있는지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잠깐의 휴식 후 코스를 조금 바꿔 해변 대신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향했다. 요술봉을 닮은 꼬리가 흔들리고 씩씩하게 앞장서서 걷는 모습에 나까지 두 배로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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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
반려견과 여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식당과 숙소 문제이다. 식사를 할 때는 차 안에 잠시 둘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더운 여름엔 불가능하다. 애견 펜션이 아닌 이상 강아지를 받아 주는 숙소가 있을지도 미지수. 아직 우리나라는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 인프라가 좋지 않은 편이다. 일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보니 가족들이 모두 함께하는 휴가지만 엄연한 가족인 반려견은 애견호텔에 맡겨지는 게 보통이다.
우선 식당 문을 두드렸다. 남실이를 이동가방에 넣은 후 강아지가 들어가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했다. 사람 많은 식사 시간대를 피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흔쾌히 맞아 주었다. 함께 밥 먹기는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끝났다. 얌전한 남실이가 기특하다며 오히려 칭찬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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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었다. 시설이 깔끔해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가 1분 만에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기죽을 쏘냐. 곧바로 두 번째 시도. 반려견과 여행 중인 상황을 설명하며 짖지도 않고 실외 배변 훈련도 다 되어 있으며 혹시라도 손해를 끼치면 보상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행히 자신들도 강아지를 키워 이해한다며 조심해달라는 말과 함께 허락을 받았다. 덕분에 남실이와 나는 차에서의 노숙을 피할 수 있었다. 따뜻한 샤워와 캔맥주라는 호사까지 누리며.
여행에는 늘 한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길 위에 답이 있다. 떠나 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가짐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올해는 털복숭이 막둥이도 함께 휴가를 즐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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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표도기  
개를 반려하는 여행작가셨군요~^^ 남실이 이뻐요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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