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믿음으로 바꾼 해운대 아홉강아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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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믿음으로 바꾼 해운대 아홉강아지 하우스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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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믿음으로 바꾼
해운대 아홉 강아지 하우스

 

육아를 시작하면서 엄마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듯,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인간도 그 따뜻한 본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은 해운대 아홉 강아지 하우스를 알게 되면서부터. 사연없이 버려지는 동물들은 없다지만 이토록 처참하게 유기된 아이들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홉 강아지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었다. ‘안락사’ 권유를 받지 않았던 아이가 단 한 마리도 없었고, 공고를 하루 앞두고 몇 시간 안에 극적으로 구조된 아이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들 모두는 한 공간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받으며 옹기종기 모여 산다. 가끔 눈도 못 뜬 임시보호 고양이들에게 자신의 겨드랑이 한쪽도 내어주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박수현  사진 양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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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반려견 민희
양은영 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아홉 마리의 작은 개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중에서 단 한 마리도 분양받은 개는 없다. 모두 유기견 혹은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개를 좋아해서 밤새 개가 있는 옆집 마당에 쪼그리고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다던 은영 씨. 어른이 되어 독립한 후부터는 길 강아지들, 임시보호가 필요한 강아지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자로 나섰다. 그렇게 13년을 봉사하다 민희를 만났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발로 차대고 있어 곁에 가보았더니 3개월 가량된 어린 강아지였다고. 호통을 치며 감싸 안았고, 품에서 축 늘어지던 그 아이가 곧 죽을 것 같아서 급히 근처 동물병원을 찾았다. 너무 많이 차여서 살 가망도 없으며 치사율이 높은 파보바이러스를 앓고 있던 아이이니 그만 안락사시키자고 수의사가 권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같이 병원에 전화하고 찾아가기를 수십 수백 번. 결국 민희는 되살아났다. 그리고 은영 씨의 첫 반려견이 되어 함께 살고 있다. 지금껏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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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어도 예쁜 구름이
구름이의 사연도 민희와 다르지 않았다. 봉사를 간 보호소에서 늘 등을 돌리고 있던 작은 개는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는데, 하반신 마비의 노견은 이곳이 자신의 무덤터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았다고. 피부 상태도 엉망인 데다가 아무리 맛난 걸 들이밀어도 입을 댈 생각조차 하지 않아 봉사자들의 애를 태우던 쓸쓸한 등. 그 모습이 집으로 돌아와서까지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그 걸음에 내달려 구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얹혀 있던 음식물이 쑤욱 내려가듯 마음이 시원해진 은영 씨는 바로 마트에서 목욕탕의자를 하나 사서 구름이에게 받쳐 주었다. 뒷다리를 마사지하면서 말도 걸기 시작했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던 아이를 위해 소고기 캔을 손에 부어 입근처에 가져다주면서도 대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온 지 3일 만에 구름이는 목욕탕 의자에 의지하여 혼자 버티고 섰다. 안락사를 권유받던 구름이가 스스로 일으킨 기적이었다.

사실 구름이는 주인이 있는 아이였다. 가출한 개 같지가 않아 찾아보니 1년 전 실종신고가 되어 있었다. 주인에게 급히 연락했는데 1년이나 지났으니 이젠 필요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가족의 목소리만이라도 들을 수 있도록 통화 한번 해 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했다. 그래서 은영 씨에게 구름이는 아픈 손가락이다. 몸이 건강해지자 안압이 높아져 두 눈을 적출해야만 했지만, 여전히 해운대 거리를 함께 산책 다니는 구름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칭찬과 손길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개로 구름이는 오늘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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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계속할 겁니다
그 발자국이 너무나 선명해서 수의사도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금희도 있다. 눈을 발로 걷어차였던 금희는 결국 한쪽 눈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처럼 도무지 아홉 마리의 개 중 단 한 마리의 사연도 평범한 것이 없었다. 개들을 위해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오해를 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라 믿고 사는 은영 씨기에, 그 일들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고.  ‘굳이 착하고 완벽하게 살 필요가 있나, 대신 바르고 당당하게 사는 쪽을 택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어제처럼 오늘도 묵묵히 도움이 필요한 개들을 구하며 산다.

그렇다고 은영 씨가 모든 개들과 함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권하면서 좋은 가정이 있다면 열일 제쳐놓고 전국 어디라도 직접 가 입양을 추진하고 있다. 월급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누가 상을 주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자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훌륭하게 입양과 임시보호를 도맡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겸손의 말을 전한다.

치료가 시급한 아이들을 위해, 은영 씨와 뜻을 같이하는 주변 지인들이 얼마 전부터 “시츄네 우리 집”(은영 씨네)바자회를 열고 있다. 이곳은 부산. 오일장처럼 수시로 열리는 그들의 바자회에서 내어놓는 물품들은 ‘갈치속젓’, ‘손으로 담근 집 김치’, ‘반려동물을 위한 손뜨개 용품’, ‘바다 모기도 퇴치할 만큼 강력한 뿌리는 모기 기피제’ 들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부산만의 특징이 담뿍 담긴 제품들은 전화주문도 가능하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은영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겁니다. 지금이 내 인생의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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