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만나다, 2화 필리핀 이쁜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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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2화 필리핀 이쁜이 편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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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2화 필리핀 이쁜이 편

글·사진 박애진

내게 있어 여행의 큰 즐거움은 ‘뜻밖의 만남’이다. 페키니즈 이쁜이와의 기억도 그중 하나다. 필리핀 세부에 이쁜이가 산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한 주택가. 벨을 누르니 주름살투성이 못난이가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네가 이쁜이라고?’ 당혹스런 마음을 감춘 채 인사를 하자 아르릉거리는 이쁜이. 역시 페키니즈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 준다. 올해 추정나이 열한 살의 이쁜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젊은 날을 보내고 지금은 따뜻한 남국에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이쯤 되면 주름살은 중요하지 않다. 이 얼마나 완벽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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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뒤지던 과거를 딛고
“우리 쁜이 정말 예쁘죠?”
이쁜이의 견주 구상희 씨의 첫마디였다. 포메라니안과 말티즈에 익숙한 내게는 눌린 얼굴이 낯설기만 하다. 왜 이름이 이쁜이냐는 의구심 가득한 질문을 했다.
“저희 엄마는 모든 개를 다 이쁜이라고 부르셨어요. 어릴 때부터 키웠던 페키도 이쁜이였고, 얘도 자연스레 이쁜이가 되었죠.”

상희 씨는 어린 시절 키우던 페키니즈를 한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린 적이 있단다. 온 가족이 울면서 이쁜이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몇 년 후 상희 씨 어머니가 길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페키니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살펴보니 이쁜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이쁜이를 좋은 가족이 데려갔길 바라며 그 아이에게 이쁜이라는 이름을 붙여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이쁜이는 1년이 넘도록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전 주인이 남자였는지 남동생은 따랐지만 어머니와 상희 씨는 무시했다. 그 후 1년이 지나자 짖으며 집을 지키기 시작하더니 상희 씨에게도 곁을 내주었다. 드디어 집과 가족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쁜이는 꼬장꼬장한 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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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의 노후 이민
카지노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상희 씨는 7년 전 세부로 건너와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이쁜이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 땅을 지켰는데, 4년 전 상희 씨 어머니도 세부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됐다. 가족인 이쁜이의 이민 준비도 당연히 이루어졌다.

우선 필리핀 동물 관리국에 반입허가서를 보내고 건강·접종 증명서를 준비한 후 반려동물 반입가능 항공사를 예약했다. 이쁜이는 차멀미가 심한데 의외로 비행기에서는 토하지도 않고 무사히 왔다며 상희 씨는 안도했다.

“물론 준비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 생각만큼 복잡하지도 않았어요.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유학생들이 타국에서 외로우니까 동물을 키우다가 버리고 가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제 지인은 그렇게 데려온 개만 여섯 마리 키우고 있어요. 찾으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속상해요.”

돌아갈 때는 조금 더 복잡하다. 필리핀은 광견병 발생 국가이기에 광견병 항체검사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항체검사기가 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기간도 한두 달이 걸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웹사이트에 방법이 나와 있으니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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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가 없어도 좋아, 건강만 해다오
필리핀에 오기 전, 동물병원을 찾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는 상희 씨는 다행히 수소문 끝에 좋은 병원을 발견했다. 비록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지만 가장 마음에 들어 계속 다니고 있다. 멀미가 심한 이쁜이는 택시를 탈 수 없어 매번 병원을 가는 날이면 차와 운전사를 알아봐야 한다.

이쁜이는 이곳에서 디스크 치료를 받았다. 이쁜이의 허리뼈는 원래부터 기형적으로 붙어 있었는데 어느 날 오줌을 질질 싸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걷지를 못했다. 아파하는 이쁜이를 들쳐 업고 울면서 병원으로 향했던 때를 생각하면 상희 씨는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매일 매일 차를 대절해 한 달 동안 병원에 다녔다. 고생도 지출도 컸지만 지금은 건강하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단다.

상희 씨의 어머니는 얼마 전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받아야 해서 갑작스레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쁜이는 3개월째 하염없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지 말고 오래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쁜이 생각하면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서 엄마랑 살게 해야 하나 고민됩니다. 아무래도 동물병원도 한국이 더 발달되어 있고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납골당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엄마는 당장 데리고 오라고 난리인데 쁜이가 없으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 못 보내고 있어요.”

어떤 결정을 하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쁜이의 노후는 상희 씨네와 함께라는 것이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족이니까.


글쓴이 박애진 (blog.naver.com/ehehdowls)
여행과 반려동물, 상극인 두 가지와 사랑에 빠져 괴로운 여행 작가다. 훌쩍 떠날 줄만 알았는데 유기견 '남실이'를 만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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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phmlay  
항상 웃는 얼굴이 애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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