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 나는 나, 그냥 그렇게


 

I am 리포터 삶의 현장에서 만난 동물들
너는 너, 나는 나, 그냥 그렇게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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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 나는 나, 그냥 그렇게

길 거리는 물론 리조트, 식당, 가게 이곳저곳 고양이들이 없는 데가 없다. '불행한 크리스마스'라는 의미를 가진 필리핀 세부의 최북단 말라파스쿠아 섬의 고양이들은 백사장에 누워 따뜻한 햇살에 몸을 지지고 음식점에 들어가 당당하게 먹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대한다. 네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내가 있는 것이 당연한, 특별한 것 없이 함께 살아가는 이 관계가 바로 공존 아닐까.

글·사진 박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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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넘어가냥
세부 씨티에서 버스로 4시간을 달리고 마야 항에서 30분을 배를 타고 들어가니 눈이 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새벽부터 달려오느라 쫄쫄 굶었지만 바로 섬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촬영을 시작했다. 배가 아릴 정도로 고파지자 근처에 보이는 필리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통오징어 구이를 시켰다. 물론 산미구엘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식당 안 여기저기 개와 고양이들이 있지만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의자에 고양이가 있으면 다른 곳에 앉으면 되고 음식을 나눠주고 싶으면 주면 된다. 자기 마당에 들어왔다고 빗자루를 휘두르는 사람도, 레스토랑 주인에게 동물 좀 내쫓으라고 컴플레인 하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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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오자 누군가 내 발을 건든다. 하얀 몸통에 노란 꼬리와 귀를 가진 고양이 하나가 내 다리 사이를 오간다. 오징어 주니 냠냠 잘도 받아먹는다. 이런. 한 마리, 두 마리 어느덧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포위당했다. 모두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연기가 수준급이다. 결국 오징어는 고스란히 아이들 배로 들어갔다. 괜찮아. 숙소로 가는 길에 망고 사가지고 먹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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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다냥
바닷가에 늘어진 비치 체어에 누워 선텐을 하고 있는 노랑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냥이 팔자가 상팔자', '나보다 낫다' 등 추운 날씨 회색 빌딩 속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부러움 가득한 댓글들이 달렸다.

옆에 누워봤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낮잠 삼매경이다. 살짝 만져봤다. 몸을 쭉 피며 스스럼없이 배를 보인다. 마치 어서 쓰다듬어라 하는 듯하다. 쓰담쓰담 하다 보니 통통한 앞발이 눈에 띈다. 만지작만지작. 찹쌀떡을 주물럭거리니 귀여움에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그 때.

"촥!" 내가 귀찮았는지 손을 발로 차낸다. 야생 고양이답게 스크래치 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귀찮게 해서 미안 사과 하며 손을 떼자 금새 다시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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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줄꺼냥
주문한 음식이 나와 먹으려고 하는 순간 바로 옆자리에 폴짝 올라와 앉는 고양이 한 마리. 생선구이 주문한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는. 조금 띄어주니 시큰둥하다. 오히려 주니까 먹어준다 이런 식이다.

주인이 다가와서는 "얘네는 고양이라고 생선에 환장하지 않아요. 저희가 남은 생선을 다 주거든요"하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건물 구석진 외곽에 잔뜩 생선들이 놓여있다. 그래도 안주니 달라고 땡깡을 부린다. 요리한 게 더 맛있긴 한가보다. 조금씩 떼어주다 보니 내가 밥을 먹는 건지 얘가 먹는 건지 모르겠다. 괜찮아. 망고 많이 사뒀으니 방에 가서 망고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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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게냥
말라파스쿠아를 떠나는 날 숙소 계단 난간 위 낯익은 존재가 많이 본 포즈로 앉아있다. 손에 스크레치를 선물한 고양이가 식빵을 굽고 있다.
"잘 있어. 건강하고."
'또 오게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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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1
빠다컵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길냥이들이랑 사람들이 무심한듯 사이좋게 널널~~히 지낼 수 있는 곳이 많았음 좋겠어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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