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에서 카페냥이 되기까지, 뭉치의 엄마 찾아 삼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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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에서 카페냥이 되기까지, 뭉치의 엄마 찾아 삼만 리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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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에서 카페냥이 되기까지
뭉치의 엄마 찾아 삼만 리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설렘에도, 첫사랑에도, 추억의 한 자락에도 처음이라는 단어를 덧붙이면 행복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세상에는 차라리 그 처음이라는 것이 없었으면 싶은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에게서 떼어져 차디찬 길가로 버려진 아기 고양이 뭉치의 홀로된 처음처럼.

글·사진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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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그 처음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한 식당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아주 가늘게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하지만 이내 멈추었던 발걸음은 다시 분주해지고 아기 고양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구둣발 속에 묻혀 버렸다. 식당 앞 도로에는 차들이 빠르게 지나다니고 좁은 인도에는 점심시간에 맞춰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고……. 혼란스러워진 아기 고양이가 몸을 숨길만한 곳은 식당 입구에 놓인 작은 화분 속뿐. 그렇게 그곳에 아직 꼬리조차 채 여물지 못한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배고픔에 목 놓아 슬피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어도 배고픔이 가시지 않아 그 울음을 멈추어 버린 지 10여분쯤 지났을까. 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던 근처 회사의 여직원들 중 하나가 화분 속 고양이를 발견하고 얼른 품에 안아 들었다. 가을 외투 주머니 속에도 쏘옥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벼운 고양이 한 마리. 그렇게 식당 앞에 버려졌던 아기 고양이는 길냥이가 아닌 사람 엄마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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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마음을 여는 비밀
“처음에는 그저 임시 보호만 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 수지 씨는 고양이는커녕 다른 동물도 반려해 본 적이 없었다.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하고 있는 푸드 스튜디오 '오손도손‘에서 시즌별 레시피를 만들고 수제 요리를 내고 주문 쿠키들을 구우면서 동시에 제품사진을 위한 음식들까지 조리해야하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반려동물을 키울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뭉치의 사연을 듣는 순간 “일단 데려오세요. 따뜻한 가족을 만날 때까지 제가 돌볼게요”라고 덜컥 내뱉어 버리고 말았단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던 것일까.

쥐잡이용으로 쓰겠다고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를, 젖을 물리던 어미 고양이에게서 떼어내 방치해두다가 너무 어려 쥐를 잡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길가에 내다버렸다는 그 이야기를 접하고 도저히 마음이 쓰여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수지 씨의 무릎에 앉아 골골송을 불러대는 녀석이 바로 그때의 그 고양이 ‘뭉치’. 작은 털‘뭉치’같으면서도 사랑을 듬뿍 쏟아주면 완전 사고‘뭉치’로 변할 것 같아서 ‘뭉치’로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뭉치는 암고양이였다고.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뭉치가 오고 얼마 뒤부터 재채기가 멈추질 않는 거예요. 거기에다가 몸도 간질간질하면서 반점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알레르기였어요.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면서 견뎌봤는데 콧물이 줄줄 흐르고 도저히 요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요.”
그 사이에 고양이를 반려하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카페나 블로그에 입양글을 올려보기도 했지만 안심하고 보낼만한 곳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몸은 고생을 하고 있지만 막상 뭉치를 보내려니 그 입양처가 정말 평생 끝까지 책임져줄 곳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았겠지만 또한 사람으로 인해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뭉치는 그냥 푸드 스튜디오 '오손도손‘의 마스코트 고양이로 남게 되었다.  

“고양이가 집사를 고른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 봐요. 뭉치에게 찜 당한 것 같아요.(웃음)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마음을 열고 들어와 있더라고요. 우리 뭉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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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타일리스트가 매일 밥상을 차려준다옹~
대한민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고양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뭉치가 사람의 먹거리를 먹는 것은 아니지만 빵 하나까지도 직접 구워내는 정성으로 수제 요리를 만들고 있는 수지 씨가 고양이 뭉치의 먹거리라고 소홀할까. 사료와 간식 캔을 먹이면서 틈틈이 수제건조 간식들을 만들어주고 제일 좋아하는 연어까지......!  

이제 뭉치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매일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행복한 고양이로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제품 사진을 찍는 전문 포토그래퍼인 남집사 권영규 씨가 뭉치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입양처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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