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에디터노트
동물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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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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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능한 신이 당신 앞에 나타나 당신에게 동물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줄 테니 받아들이겠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제안을 받아들일 당신이라면 한 가지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동물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 의사소통할 당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대훈 일러스트레이션 조가영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브로큰 플라워>에는 제시카 랭이 분한 카멘 마르코프스키라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등장한다.

영화의 중심 인물 돈 존스턴(빌 머레이)은 과거의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는 중이다. 자신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고 그가 당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편지를 받은 후의 일이다. 깊은 숲 속에 있는 카멘의 동물 심리치료실에 도착한 돈에게, 그의 과거 여자 중 한 명이었던 카멘은 고양이가 전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려준다. 차근 차근 조심스럽게. 영화 안에서 보여지는 고양이와 제시카 랭의 연기는 거의 완벽해서 정말로 카멘이 고양이의 말을 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동물의 말을 이해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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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마음을 읽는 사람

미국인 애니멀 커뮤티케이터 하이디 라이트가 출연한 SBS <TV동물농장>의 코너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은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은 말 그대로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뜻한다. ‘? 동물과 말이 통한다고? 그럼 개랑 이야기할 때는 멍멍 하고 말하고 고양이랑 이야기할 때는 야옹야옹 하면서 이야기하기라도 한단 말야?’하는 생각은 넣어 두기 바란다. 하이디는 동물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동물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로써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혹은 동물들이 처해 있는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한다.

사실 하이디가 처음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일본 방송을 통해서다. 일본 방송에서도 하이디는 동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의 방송은 주로 애완동물과의 트러블을 해결해주는 식의 프로그램이라서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연이 많았다. 그 중에서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이유도 모르게 사나워져 발톱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변해버린 고양이에 대한 사연들도 몇 가지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그런 행동변화의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부터의 배신감과 그로부터 온 슬픔 때문이었다.

가족 중에서 고양이가 유독 자신만 싫어한다는, 고등학생 다케히사 군의 이야기는 이렇다. 다케히사 군의 가족이 기르는 고양이 네오는 무척 얌전한 고양이다. 다른 가족 뿐 아니라 방송을 위해 찾아간 낯선 스텝들에게도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하지만 다케히사만은 예외다. 다케히사가 다가가면 목청을 높여 울고 발톱을 세워 공격하려 든다. 이유가 무엇일까? 하이디는 네오와의 교감을 통해, 네오의 그런 모습은 전부 타케히사 군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 설명했다. 원래 버려진 고양이였던 네오를 집에 데려와 가장 귀여워해 주고 사랑했던 것은 다케히사였다. 그리고 네오 역시 잠을 잘 때도 같은 이불에 들어가 함께 잠을 잘 만큼 다케히사를 잘 따랐다. 네오의 행동이 달라졌던 건 바로 다케히사가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집을 떠난 이후부터였다. 다케히사가 네오에게 자신이 집을 떠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네오는 다케히사가 어째서 매일 집에 오지 않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오 입장에서는 사랑하던 애인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나 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네오의 슬픔이 어느 순간 분노로 변해버린 것이다. 네오의 슬픈 감정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전해 받던 하이디는 눈물을 닦으며 다케히사에게 말한다. 마음속으로 진심을 다해 네오에게 사과하라고. 네오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 다시 말해 고양이 네오와 마음이 통할 방법은 마음을 다한 진심을 전달하는 것 뿐이라고. 하이디는 동물 중에서 고양이만큼 감정적인 동물은 없다고 말한다. 인간과 가까운 복잡한 감정을 고양이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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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와 줘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그냥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통을 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렇게 함으로써 즐거운 기분이 되는 거지요. 그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버젓이 살고 있다니까요.”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캣 커뮤니케이터나카타 노인 역시, 어쩌면 그가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순수함 때문에 고양이와 이야기가 통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카타 노인은 대학 교수 집안의 맏아들로, 착실한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은 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지능은 유치원 아이 정도로 떨어져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마치 욕조의 마개를 뽑아버린 것처럼 머릿속의 모든 것들이 다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이후 그는 도쿄 도의 도지사로부터 지적 장애 생활보조금을 받아 그야말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60대 후반의 평범한 노인 나카타에게는 그런데,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고양이와 말이 통한다는 것. 그 능력 덕분에 나카타는 도쿄의 나카노 구()에서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고양이 탐정으로 유명하다. 나카타 노인이 미아가 된 고양이를 찾는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장소로 가서 주변의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어 그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다.

고양이를 대하는 나카타의 태도는,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처럼 무척이나 단순하고 또 순수하기만 하다. 아무런 속셈이나 감추는 생각 없이 날것 그대로의 마음으로 그들과 이야기한다. 장어는 참 좋은 음식이라는 둥, 장어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은 아무것도 없다는 둥 그런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나카타는 고양이들과 나눈다. 바로 그 태도 덕분에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의심과 경계를 버리고 나카타 노인에게 다가와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하루키는 어쩌면 그런 순수한 마음을, 고양이와 이야기가 통하는 능력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 나카타 노인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카타 노인과 대화를 나누던 고양이 오쓰카(나카타가 붙인 예명이다)는 나카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자네그림자가 조금 희미한 게 아닐까?” 욕조의 물을 따라 빠져나가버린 그림자처럼 나카타 노인이 가지고 있던 보통의 인간적인 것들은 그에게서 빠져나가 버린 모양이다. 보통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번뇌와 속셈, 갈등과 욕망 같은 것들이.

 

동물과의 교감에 필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나카타 노인처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인 하이디는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물의 순수한 마음과 공명하고 그들의 마음이 보내오는 주파수를 잡아 낼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마음 말이다. 순수한 마음. 그것이야말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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