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개가 문제일까? 영화 <A dog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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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가 문제일까? 영화 <A dog year>
조회2,272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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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개가 문제일까
영화 <A dog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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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키우기 참 힘들다. 집안을 어지르며 물건을 망가뜨리고 때로는 사람을 물기까지 한다. 정말이지 화가 난다. 목소리는 높아지고 때로는 손도 올라간다. 그런데 그게 정말 그럴 만한 일일까? 개가 사람을 괴롭히고 약 올리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아닐 텐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가 정말로 개 때문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 1단계: 화를 내다


우리는 귀여움, 외로움, 동정심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개를 키우게 된다. 그렇지만 짖고 물어뜯고 아무데서나 싸는 개를 보면 기대했던 힐링은 고사하고 화와 짜증만 늘어난다. 영화 <A dog year>의 주인공인 작가 존 카츠 역시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다가 구조된 보더콜리 ‘데본’을 입양한 첫날부터 후회막급이다. 개에 대한 책도 썼고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웠던 그였기에 상처가 많은 데본과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데본은 예상 이상이었다. 냉장고를 열어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산책 중 뛰쳐나가 달리는 차에 올라타기까지. 존은 데본을 감당할 수 없다며 파양을 통보하지만 끝끝내는 데본을 보내지 않기로 한다.


존이 데본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건 데본이 자신처럼 여겨져서 때문일 수도 있다. 데본만큼이나 존 역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대화 부족으로 인해 부인과는 별거 중이며 옷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밥은 언제 먹었는지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듯하다. 데본의 훈련을 돕겠다는 이웃 주민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한 존은 데본을 지하실에서 재우며 서랍마다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문제를 덮어놓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집안은 온통 빨간색 테이프 천지고 데본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데본이 창문을 깨고 뛰쳐나가 버스에 치일 뻔하면서 존의 분노는 폭발한다.

 

“나쁜 자식! 네가 정말 싫다. 미워 죽겠어. 이제 끝이야. 네가 바뀌지 않으면 여기서 살 수 없어!”


데본 앞에 엎드려 울부짖는 존. 곰곰이 듣다 보면 마치 스스로에게 외치는 말처럼 들린다. 가족과는 소원해지고 글은 한글자도 쓸 수 없으며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자신을 향한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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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단계: 마주하다


낯선 곳에 가면 무언가 달라질 것만 같다. 새로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 새로 태어날 것만 같은 기분. 그렇지만 환경이 바뀌어도 생활이 변하지 않으면 다시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존도 데본과 함께 시골마을로 훌쩍 떠났지만 그곳에서의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꼭지가 줄줄 새는데도 도울 일이 있냐는 마을 청년의 말에 존은 필요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데본에게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사를 걱정하는 아내의 전화를 또 한 번 대충 끊어버린 후에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듯 존은 타인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는 마을 청년의 소개로 개 훈련에 대해 잘 안다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리고 뜻밖의 쓴 소리를 듣는다.


“개를 이해하는 게 먼저예요. 데본은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본능을 잃었는데 당신은 그걸 찾아주려고 노력하지 않는군요. 엉망인 건 개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개 문제는 당신이 갖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은 잔뜩 화가 나있어요.”


고작 개 한 마리 키우는데 자아 성찰까지 해야 한다니. 누가 개를 고쳐달라고 했지 사람을 고쳐달라고 했던가. 감추고 싶었던 내면을 들켜서인지 존은 얼굴이 붉어져 휑하니 집으로 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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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단계: 바라보다


마음이 상하지만 계속 곱씹게 되는 말들이 있다. 들으면 화가 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말들. 존 역시 결국 용기를 내 여인을 다시 찾아간다. 먼저 분을 풀 듯 건초를 치우며 땀을 쏟아낸 다음에야 존은 데본과 함께 다시 수업을 받는다. 그녀의 훈련법은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침착한 상태에서, 개와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른 다음, 간식을 줘보세요.”


데본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동안 존의 목소리는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소리를 지르기 위한 이름이 아니라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부르는 이름임이 전해진 것일까. 데본은 어느새 시선을 맞추더니 그렇게 안 되던 ‘앉아’도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 쉽게 해낸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서로간의 대화가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존과 데본은 조금씩 함께 변해가기 시작한다.
 

개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먼저 자신의 상태를 한번 살펴 보자. 가족과의 크고 작은 다툼,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었던 건 아닌지,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을 개를 향해 고함치는 것으로 대신 해소하진 않았는지. 감정을 가라앉히고 개가 그런 행동을 한 원인과 자신의 반응을 떠올려 보면 문제는 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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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이지희 

그림 조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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