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으로 시작된다. 고양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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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으로 시작된다. 고양이의 날
조회3,217회   댓글0건   작성일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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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고양이 눈 속에 두려움이 피어났다. 인간이 심은 씨앗 탓이다. 고양이가 사는 공간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소리를 지르고 빗자루를 휘둘렀다. 덕분에 도시의 그림자는 고양이의 몫이 됐다. 인기척이 사라지면 그제야 주린 배를 채우러 나서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길고양이. 그러나 그들에게 눈을 맞추고 영역을 지켜주면 다르다. 어느새 경계를 풀고 자신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루만이라도 고양이처럼 낮게 앉아 바라보자. 치켜든 턱을 내리고, 꼿꼿이 편 무릎을 잠시 굽히니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 본디 아름답던 공존의 세상, 우리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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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9월 9일은 고양이의 날이다. 올해로 6회를 맞이했다. 고경원 기자가 진두지휘하는 고양이의 날 기념 기획전도 어김없이 열린다. 6년 째 한결같다. 고양이 전문기자인 그녀는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세상이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하길 바랐다. 소위 아홉 개의 목숨을 가졌다는 고양이지만 길에서 사는 그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했다. 단 한 번의 생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누렸으면……. 그래서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따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삼았다.

계기는 2008년 거문도 고양이 사건이었다. 거문도의 고양이가 너무 많이 번식해 살처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납득할 수 없었다. 공존의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일본 고양이 작가 다나카 노부야를 섭외해 2009년 제1회 고양이의 날 기획전 ‘섬의 고양이’를 기획했다. 그동안 ‘가족’, ‘생명’, ‘고양이, 길에서 만나다’, ‘고양이를 여행하다’를 주제로 매해 전시를 이어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고양이, 섬을 걷다’. 김대영·박용준 작가가 함께 했다. 세 작가는 각자 자신의 시선에서 섬 고양이를 담았다. 김대영 작가는 제주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제주도 고양이를 찍었고, 박용준 작가는 여행 작가로서 바라본 일본 고양이를, 고경원 기자는 애묘인이자 고양이 기자로서 만난 국내와 일본 섬 고양이를 찍었다. 9월 5일부터 14일까지 종로구 갤러리 가비 2층에서 진행되는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속 고양이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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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부산 동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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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제주 가파도

그렇다. 알고 보면 고양이란

참 느긋한 동물이다. 쥐를 잡을 때 날랜 동작이 혹시 연기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소 고양이의 모습은 시루떡을 닮았다. 바닥에 눌러 붙은 시루떡. 시골집 대청마루에 드러누운 고양이나 현관 타일에 볼을 부비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네놈 팔자가 상팔자구나”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의 고양이는 다르다. 굶주린 눈빛이 매서우면서도 처량하다. 떠밀린 그네들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고경원 기자가 만난 고양이는 어떨까.

고 기자는 2002년부터 길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워낙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키우진 못하던 시절이었다. 대신 카메라를 갖고 다니다가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오면 틈틈이 찍곤 했다. 한 고양이와 만나기 전까지는 흔한 애묘인일 따름이었다.

그해 7월 늘 지나치던 동네 화단에서 ‘행운의 삼색고양이’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면 놀라서 도망가던 고양이와 다르게 그 고양이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바라보기를 40여 분. 그 긴 시간동안 둘은 서로를 응시했고 마음을 나눴다.

“1m 거리에서 고양이는 팔짱을 낀 채, 저는 무릎을 꿇은 채 있었던 거예요. 그 시간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거 같아요. 고양이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동안 고양이를 우연히 찍었다면 삼색 고양이를 만난 이후부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게 됐어요.”

화단의 뒤로 돌아가자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와 차단됐던 은신처가 보였다. 그녀를 발견한 고양이들은 겁을 내고 경계했지만 그녀가 몸을 낮추고 움직이지 않자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고양이가 안심할 수 있는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마음을 주고받았다. 관심은 화단에서 마을로, 지역으로, 세계로 이어졌다. 그렇게 고양이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로 쓰다 보니 2007년 첫 번째 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시작으로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작업실의 고양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등을 연이어 발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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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일본 아이노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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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는 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행운의 삼색 고양이를 만난 지도 벌써 12년이다. 고양이를 위해 꾸준히 활동하면서 변화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여자가 카메라 하나 들고 후미진 골목을 다니질 않나. 땅바닥에 쭈그려 앉거나 누워 있으니까요.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때론 고발 파파라치인 줄 알고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당시만 해도 특이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응원해 주고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고양이용 가구 디자이너, 상품 제작자 등. 캣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사람이 다 동물 운동가의 방법을 따를 순 없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래 애정을 갖고 고양이에 대해 한 마디씩 할 때 차츰차츰 변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창작활동을 통해서 다른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고요.”

그녀는 사진이 가진 힘을 믿는다고 했다. 언론에서 흔히 보도되는 도시 무법자, 해충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있고, 그 속에 희로애락을 간직한 생명임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고양이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길고양이를 향한 나쁜 시선을 바꾸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고 깨닫게 되면 변화가 시작된다. 지금도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도둑고양이란 말을 길고양이로 고친 것처럼 고양이의 눈에 깃든 두려움도 조금씩 지우게 되는 그 날을 꿈꾼다. 

 

이청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고경원·김대영·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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