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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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봄이 온다
조회283회   댓글0건   작성일2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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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는 10살

 

열 번째 봄이 온다

 

엊그제 입춘이 지나서인지 목 뒤로 내리쬐는 햇살이 한결 따사롭다. 다행히 올겨울은 겨울답게 추웠던 날이 많지 않아서 길고양이들도 한결 수월하게 겨울을 났겠구나 싶다. 사시사철 집 안에서만 지내는 희동이도 봄이 가까워지니 집 안 구석구석 쓰는 자리가 많아졌다. 약간 외풍이 들어 공기가 서늘한 남편 방에서도 곧잘 낮잠을 자는 것을 보면 확실히 봄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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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봄과 평온한 일상


희동이와 함께 맞는 열 번째 봄이다. 희동이 열한 살, 나는 서른네 살이 되는 바야흐로 평온한 봄. 희동이 ‘노묘’가 된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신부전 등 달라진 건강 상태를 받아들이기까지 근 1년간 마음 안에 폭풍이 일었던 것을 생각하면 요즘의 평온한 일상이 참 고마울 따름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곧 내 고양이의 수명을 의미하는 것 같아 미치게 아깝고, 서럽기만 했던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마음으로 맞는 봄이다. 희동이의 밥과 약을 챙기느라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긴 시간 집을 비우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이 일상에 적응하고 이 안에서 자잘한 즐거움도 다시 누리기 시작했다.


희동이는 여전히 귀엽고, 일상의 많은 순간을 즐겁게 보낸다. 여러 장소를 돌아 다니며 희한한 자세로 잠을 자고, 각 방에 있는 창문과 베란다, 세탁실을 포함해 하루에 두어 번씩은 꼭 집 안 곳곳을 순찰한다. 칫솔을 꺼내 들면 부리나케 도망을 가고, 빗질해 주면 큰 소리로 골골송을 부르는 것도 여전하다. 최근엔 식탁 위의 빵 사냥에 성공해 귀퉁이를 조금 뜯어 먹기도 했는데, 오랜만의 말썽이 얼마나 반갑고 귀엽던지 남편과 한참을 웃었다.


희동이는 신부전과 췌장염이라는 묵직한 병을 달고 있긴 하지만, 컨디션과 혈액검사 수치 모두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어 평온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엔 띄엄띄엄 앞다리를 살짝 저는 듯한 모습을 보여 관절 보조제를 추가로 먹이려고 계획 중인데, 가만 생각해 보면 고양이가 어리고 건강한 동안에는 그저 함께 ‘살았을’ 뿐, 이제야 비로소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양이도 나이를 먹을수록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이 중요하다 해서 침대나 소파 등에 오르내릴 때 쓸 수 있게 작은 계단 놓아 줄까도 생각하고 있다. 좀 유난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희동이를 돌보는 일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처럼 느껴진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 그 존재가 곧 나 자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반려동물을 자기 자신처럼 느끼고 사랑하는 것, 그보다 당연한 사랑이 또 있을까. 최근에 우리 가게를 찾아온 한 손님이 입구에서부터 눈물을 달고 들어오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오래도록 사랑하며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단다. 나 또한 늘 마음 한 켠에 미리부터 품고 지내며 두려워하던 일이라 눈물이 났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 둘이 손을 붙들고 울었다. 그러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나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었는데, 지난겨울 잠결에 베개를 붙들고 많이 되뇌던 말이었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진심을 다해 사랑 하면 그 존재가 곧 나 자신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내가 살아 있는 한 쭉 함께 살아가는 거예요.’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막상 희동이 더 나이를 먹고, 언젠가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올 거로 생각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아직은 내가 겪은 슬픔이 아니라 더 쉽게 위로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빠는 내게 ‘부모의 상을 겪으며 사람은 진짜 어른이 된다’고 했다. 그럴 거 같으면 영영 어른이 안 되고 싶다 했더니, 아빠는 그게 되느냐며 한숨을 섞어 웃으셨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가족처럼, 나 자신처럼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떠나는 과정을 겪으며 사람은 무엇이 될까. 아빠 몰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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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봄에는


우리가 함께 맞는 열 번째 봄, 한 살이던 희동이 열한 살이 되는 봄이다. 나이 듦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질병에 대한 걱정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따뜻하고 노곤한 봄이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이 모여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열다섯 번째 봄을 데려올 걸 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좋은 일은 매일 더 사랑하는 일뿐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희동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최대한 걱정 내려놓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빵실빵실해지는 이 고양이 행님의 몸무게를 어떻게든 1kg쯤 빼 주는 것까지! 그래서 그간 입버릇처럼 말해 오던 ‘고양이와의 조화로운 삶’을 건강하게 일궈 내는 것. 그게 열 번째 봄을 맞는 내 다짐이다. 올봄에도 따뜻한 햇살을 나눠 쬐며 즐거이 보내자. 너도, 나도.

 

 

CREDIT

글 사진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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