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케이지에서」 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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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케이지에서」 를 시작하며
조회286회   댓글0건   작성일3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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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에서



연작 「케이지에서」 를 시작하며

- 모든 동물은 그 삶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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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바깥. 지금 그의 눈알을 어지럽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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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천형처럼 주어진 삶이라는 감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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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과 철창 사이로 잠이 스며들었다

 

1978년 10월 15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이 선포되었다. 여러 조항이 있지만, 그 핵심은 모든 동물은 생태계 속에서 평등 하게 존재해야 하며 그 삶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처음 그 선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뭉클했다. 그 당연한 말들을 세계 만민 앞에 선언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투쟁과 갈등이 있었을지 짐작되 었기 때문이다. <세계인권선언> 못지않은 세계에 대한 전망과 결연함이그 속에서 엿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선언은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파급력 또한 수용자들의 이익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인간종의 기본 권들을 열거한 <인권선언>이 그렇듯이 <동물권선언> 역시 보편적 당위성에 입각해 어떤 원칙을 정한 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으로 일컬어 지는 몇몇 국가들의 동물권에 대한 눈에 띄는 변화와 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참담할 만큼 ‘여전’한 현실이 이를 씁쓸하게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생명의 공영을 위해 함께 지키고 나아갈 바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 개와 닭과 고양이, 소, 돼지, 토끼 등 그것들은 인간과 나란히 존재하는 단지 생명체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사유재산 또는 인간의 이익이나 생존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없애야 하는 가치판단의 대상은 아닌가.

나는 자연 사진이나 동물 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을, 인간보다는 길에 버려진 정물들을 주로 렌즈에 담아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게다. 카메라 앞에서 동물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펄펄 뛰는 그들 특유의 생명력에 눌린 탓도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담아야 할 대상보다 함께 놀고 싶은 존재로서 동물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적어도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 개들과의 추억은 대체로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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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풍경. 케이지 속에서 모든 존재는 흐려진다

 

그러다 케이지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이래저래 많이 보아왔지만, 딱히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그것이 뒤늦게 낯설고 불편해졌을 때 나는 그 앞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온 내가 돌연 부끄러워졌다. 이제 케이지는 나에게는 더는 단순히 동물의 우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구축한 생태계의 북방한계 선이며 현실적으로 인간에게서 그들을 보호하고, 또 인간이 그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케이지에 대해 좀 더 관찰하고 싶었다. 그렇게 가두고 가두다 결국 갇힌 것이 과연 그들인지 우리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케이지에서」라고 연작의 제목을 정한 이유이다.

검은 개가 묶여 있지 않을 때 왜 나는 불안한가.

닭이 닭장 밖을 벗어나 빠르게 달려올 때 왜 나는 무서움을 느끼는가.

분변과 악취 속에 있지 않은 돼지를 상상하는 일은 왜 부자연스러운가.

이것은 불과 몇 년 동안 동물과의 공생과 생태계에 대해 얄팍한 고민을 해온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흔히 사진은 바라봄으로써 사유한다고 한다. 그렇게 찍어온 성찰의 순간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반갑고, 제안해주신 《매거진P》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CREDIT

글·사진 헤르츠티어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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