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다는 말은다 거짓말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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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다는 말은다 거짓말인 줄 알았지​
조회646회   댓글0건   작성일7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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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 나 도 고 양 이 있 어 , 모 리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다 거짓말인 줄 알았지


‘내 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워!’ 세상 모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람이 그렇듯이 자기의 고양이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명한 사실일 것이다. 세상의 고양이 수만큼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자신의 고양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데에는 그 사람의 애정 어린 시선과 함께 해온 시간과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운명적인 ‘첫 만남’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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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21. ‘첫눈에 반함’ 당하다

 

모리가 언제 우리랑 같이 왔더라?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나?

아니야 여름이었어. 어디서 데려왔더라? 정육점 옆집에서 왔나? 아니야 방앗간 옆옆 집 할머니한테 얻어왔어. 그때 할머 니가 모리를 그냥 멸치 박스에 담아줘서 깜짝 놀랐잖아.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하니? 그냥 알지.

잦은 전학과 이사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오면서 친구들과몇 학년에 만났는지 헷갈리지만, 내가 단 하나, 한 가지 정확 하게 기억하는 날 중 하나가 바로 모리를 만난 날짜인 2011 년 8월 21일이다.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하냐는 말에 날짜까지 말을 했다간 팔불출 딱지를 한 장 더 얹을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나는 네가 오던 날의 모든 것들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친구와 함께 먹었던 정말 맛있는 당근 케이크가 언제 먹었던 건진 생각이 나지 않아도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나는 그날 모리에게 ‘첫눈에 반함’을 당했으 니까.

 

 

모든 걸 다 가진 고양이

 

어릴 적 고양이 파트너와 함께 지구를 구하던 만화영화를 보고 자라난 나는 언젠간 나만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꼭 고양이를 키워야지. 하는 소원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난 그게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시장가는 길에 만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도 못했다. ‘치즈태비, 고등어, 카오스, 얼룩이.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를 몸으로 보여주는 듯한 고양이. 반짝이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섞인 눈과 너구리처럼 줄무늬 있는 꼬리를 가진 흰 양말을 신은 고양 이. 거기에 그렇게 작은 고양이가 앉아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작은 고양이를 보자마자 나는 급격하게 안절부절 해졌다.

이 고양이를 놓치면 안 돼! 머릿속에서 온통 그렇게 경보가 울리는 듯 했다. 그 길로 달려가 허락을 받고 바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평소에 꾸준히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어필을 해둔 탓에 일은 순조로웠다. 녀석이 갑작스럽게 옮겨진 거주지에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것도 잠시, 곧이어 씩씩하게 이곳저 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놀라지 않게 지나친 관심을 주면 안된다고 했지만 모래와 사료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하나였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고양이 방을 만들고 있을 때 발등에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작고 따끈한 발이 내 발등 위에 겹쳐졌다. 그게 우리의 첫 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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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단단히 닻을 내렸다


사랑하는 것은 능동형을 사용하지만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수동형을 사용한다. 큐피드의 화살이나 붉은 실 이야기 같은 형태를 보면 항상 운명은 의지 전혀 상관없이 나를 움직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첫눈에 반함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첫눈에 반함’이라는 인생의 대사건은 곧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을 고정하는 단단한 닻이 되어 나의 인생에서 단단하게 뿌 리를 내렸다. 방앗간 옆옆 집 할머니가 시장에 데려다 놓은 그고양이.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몸을 누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하게 앉아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과, 조심스럽게 손에 닿던 그 작고 촉촉한 코의 감촉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 는가. 나에게 온몸을 던져 몸을 부비던 따끈한 옆구리도, 발목을 간질이는 콧수염도, 내 손을 베고 자며 느른하게 늘어진 눈으로 눈 키스를 하던 그 순간도 그 첫 만남을 닻 삼아 자라났 는데. 지금의 모든 순간이 그 첫 만남으로 자라났다.​ 

 

 

CREDIT

글·사진 심야버스라디오

에디터 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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