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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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순진
조회607회   댓글0건   작성일6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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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만나다

굿바이, 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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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세 시간이었는데

 

반갑다고 달려드는 다른 두 마리와는 달리 집에 얌전히 엎드려 있 는 순진이. 언니 왔어 하며 손을 뻗는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흔드는 순진이인데 손이 닿아도, 흔들어도 미동이 없었다. 고작 세 시간이었는데. 순진이는 더 이상 꼬리를 흔들어주지 않았다. 

유난히 폭염과 폭우가 계속 되던 여름이었다.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를 갔다 이대로 가단 곧 죽을 것 같다는 관계자의 말에 임시 보호를 결심했다. 1.7kg의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작고 마른 치와 와였다. 버림받은 충격 때문인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빈혈 수 치가 높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빙글빙글 돌며 쓰러졌다. 주사 기로 물을 급여하고, 고기를 갈아 꿀에 뭉쳐 억지로 먹였다. 추정 나이 15세 이상. 일 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 후 우리 와 7년을 더 살았다. 

 

 

안녕이라는 말도 못한 채

 

세 마리의 개 중 애교를 담당했다. 시크한 첫째와 쫄보 셋째 사이 에서 유일하게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무릎 강아지였다. 이 름을 부르면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었다. 저러다 공중에 뜨 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움직이는 것이 힘에 부치니 꼬 리로 자신의 반가움을 표현했다. 나이가 먹어도 치와와의 성깔은 그대로였다. 얼굴이 자기 몸집보다 큰 개들에게도 겁먹지 않고 달려들었다.   

스무 살이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만큼 정정했다. 백 살까지 사는 거 아니냐며 종종 농담을 했다. 그리고 진짜 백 살까지 살 줄 알았다. 예전 만화책에서 생명을 나타내는 종이를 본 적이 있다. 종이 주인의 기운에 따라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개들에게도 그 종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순진이의 생명이 힘을 다하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무엇이라도 했을 텐데. 적어도 안녕이라고, 고마웠다 는 인사도 없이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마지막까지도 넌 효녀였다

 

그 날 아침 순진이가 내 방에 왔다. 원래 거실에서 생활하는 지 라 기쁜 마음에 안고 잠에 빠졌다. 오전 내내 거실 한 쪽에서 지 그시 가족들을 응시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사진을 찍었 다. 그것이 마지막 사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아마 순진 이는 그렇게 우리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 었나보다.  

장례식 때 같이 보내 줄 간식들을 준비하며 아픔이 밀려들었다. 좋아하는 치즈 한 번 더 줄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다녀오 겠다고 인사하고 나갈걸. 워낙 작았던 탓에 유골도 얼마 되지 않 았다. 이 작은 아이가 가족 모두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었던 가. 엄마와 순진이의 마지막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프지 말고 자면서 편하게 가길 바랐다. 끝까지 효녀였다. 

 

 

사랑해, 고마워, 또 만나자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이 강아지가 몇 마리냐고 물 어봤다. 세 마리라고 답했다. 두 마리라고 하는 순간 순진이가 정말 떠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목이 멨다. 이제는 보내줘 야 하는 것을 알면서 참 쉽지가 않다. 몇 번씩이고 그 날 오전으 로 시간을 되돌려본다. 눈꺼풀 뒤에 순진이가 존재하는 마냥 눈 을 감으면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울면 영혼이 편하게 못 간다고 하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순진아,  정말 고마웠어. 두고두고 그리울 거야. 또 만나자. 보고 싶다. 

2018. 10. 10. 순진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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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박애진

에디터 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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