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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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조회3,406회   댓글0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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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머무를 곳을 찾지 못했던 유기견 푸들 ‘타리’와 까만 고양이 ‘실비’ 그리고 삼색 고양이 ‘해적이’는 제주의 한적한 중산간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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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에서 만난 푸들 타리와 고양이들의 하룻밤이 위로 푸르스름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타리는 사람과 함께 자는 버릇이 있었다. 침대맡에서 나에게 오려고 낑낑대는 타리와 그게 불편한 고양이들은 밤새 신경전을 벌였고, 혹시나 싸움이 날까 나는 밤새 잠을 설쳤다. 타리가 돌연 나를 물지는 않을까, 고양이들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유기묘를 두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습관들이 형성되었는지, 그 성격을 짐작하기 어려운 유기견과 유기묘의 입양은 녹록지 않다. 처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안 그래도 미운 일곱 살처럼 알 수 없는 습관들에 지쳤는데,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떨어져 있을 수 도 없다. 사람 아이는 나이가 들면 성장을 하고, 독립을 하지만 동물들은 독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기견, 유기묘의 입양은 정말 어렵다.

 

 

밤새 잠을 설친 이른 아침, 타리를 데리고 차를 탔다. 목적지는‘제주유기동물보호소’. 보호소에 도착하니 울려 퍼지는 멍멍이 들의 짖음이 그 수를 짐작게 했고 동시에 타리의 표정은 금세 불안해졌다. 불안해하는 타리를 안고 유리문을 서성이는데, 입구 쪽에 있던 수의사가 물었다. “아이고, 유기견인가요?”

 

수의사는 처치실과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나를 안내하곤 바로 타리를 살폈다. 저울로 타리의 몸무게를 재는 수의사의 어깨너머로 게시판이 보였다. 게시판에는 반려견, 반려묘를 찾는 공고들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타리는 없었다. 어느새 타리가 내 다리를 긁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타리가 두 발로 서서 안아 달라며 애를 쓰고 있었다. 수의사가 말했다.“강아지가 많이 의지하나 보네요.”

 

아무리 고양이와 강아지가 다르다지만 이런 적극적인 표현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애초의 삶의 태도가 다른 것 같다. 사생활도 없고, 독립성은 더더욱이 없다. 수의사가 채혈해야 한다며 타리를 안고 있어달라 부탁했다. 낯선 손길이 두려운지 타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나에게 밀착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도 낯선 사람이다.

 

채혈을 하고 검사 키트의 반응을 보는 동안 다른 수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수의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한쪽 의자에서 기다리던 부부에게 입양 신청서를 작성케 했다. 다른 수의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처치실로 들어갔다. 안락사를 시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수의사의 손길에 불안해하는 타리를 붙잡고 보니 어느새 처치실의 문이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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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들고 나는 곳에는 많은 것들이 버려진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도시의 피로감, 버틸 수 없는 고독감, 참을 수 없는 슬픔들이 버려진다. 나 역시 제주에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종종 털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털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외로움을 위해, 누군가의 가족이 되었을 생명들은 이곳에 털어졌다. 그리곤 돌아갈 곳을 잃었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그런데 너희들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다 됐습니다. 가 보셔도 돼요.” 수의사가 말했다. “혹시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보호를 할 수 있나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시종일관 건조하게 느껴지던 수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 가능해요. 대신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입양을 하셔야 합니다. 입양을 전제하셔야 해요.” 나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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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를 만난 제주에 오기까지, 나 역시 길을 잃고 떠돌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한 번쯤 길을 잃고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한다.그 두려움과 막막함을 모르지 않기에, 운명처럼 다가온 푸들 타리에게, 오래전 그날 ‘실비 집’ 앞에서 마주쳤던 턱시도냥 실비에게, 적어도 우리의 삶에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린 가족이 됐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이야기는 판타지다. 오늘도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에는 수많은 타리와 실비가 웅크린 채 잠이 들것이다.

 

 

CREDIT

김지은 

사진 김지은, 정인성

에디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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