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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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3,505회   댓글0건   작성일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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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CAT 1

중앙대학교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냥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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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를 소개합니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미묘하게 귀여운 고양이 보리. 이불에 발라당 누워 굴러다니는 것이 취미이고, 흔한 하악질이나 냥냥펀치도 못하는 엄청난 순둥이다. 이런 개냥이가 길고양이 출신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 보리는 길가에서 생을 마감할 뻔했다. 허피스, 구내염 등 각종 질병에 걸려서 나쁜 사람들이 몸에다 담뱃재를 털어도 저항 못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조자의 헌신적인 치료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다. 나는 보리가 유기묘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야생성이 없는 고양이가 2년 넘게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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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하는 삶이 주는 행복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지 않는다’ 또는 ‘TNR을 하면 고양이가 비교적 조용해진다’ 등의 주장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인간중심적인 이야기는 고양이 학대를 막기 위한 낮은 수준의 주장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 같은 인간중심적인 주장은 산 채로 거위의 털을 뽑거나 비용절감을 위해 소 시체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는 등의 수많은 동물 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거위털 패딩을 입고 맛있는 소고기를 먹는 삶보다 다른 동식물을 배려하고 공생하는 삶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 자체로 고귀하며 인간을 더욱 고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을 착취하지 않는 사회는 분명 노동 강도도 낮고 느긋한 사회일 것이다. 전 세계의 경제구조가 자연의 무분별한 개발을 토대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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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듯 화나지 않은 ‘뭉찌’)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냥침반’


학과 상관없이 회원을 모집하며 학교 전역을 케어하는 ‘이리온’과 서라벌홀만 케어하는 불문과 4명으로 이루어진 ‘냥침반’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리온이 냥침반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하였다. 당시 냥침반 회장은 졸업반이었고 다른 부원들은 새내기였기 때문에 회의 끝에 이리온 회장이 회장직을 맡았고, 동아리의 명칭은 ‘냥침반’으로 결정되었다. ‘냥침반’은 학내 길고양이 배식, TNR, 길고양이 긴급 구조나 동물권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냥침반’은 전국의 18개 대학 길냥이 동아리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연대하고 있다. 아직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미숙하지만 언젠가는 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동아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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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최고의 미녀 ‘샬롯’과 몸짱 ‘상디’)

 

 

딜레마에 빠지다


‘냥침반’ 활동을 하며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고양이의 동물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동물을 고통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를 위한 스티로폼 겨울집, 꽤 많은 양의 고양이 사료 봉투 쓰레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스티로폼이나 비닐 쓰레기들은 매립 후 땅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거나 해양생물의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아픈 고양이를 돌봐주는 것도 먼 미래에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 자체가 인간 외의 다른 생명에게는 너무 척박한 장소이기 때문에 길고양이 및 다양한 생명체들을 돌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길고양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두 보살펴 주고 싶다.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라 길고양이 운동이 좀 유리한 편이다. 어느 운동이나 자금 문제가 항상 고민이지만 냥침반에는 운이 좋게도 사료와 간식 후원이 계속 되고 있으며, 수술이 시급한 고양이의 사연을 올리면 많은 분들이 따뜻한 지원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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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양이의 외모가 사랑스럽지 않았다면 단기간에 고양이 돌봄 조직들이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란 마치 다양한 크기의 돌로 쌓은 돌탑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만 편애하는 것은 마치 돌탑에서 예쁜 돌만 빼서 위에 올리는 것과 같아서 돌 한 두 개 정도는 괜찮지만 임계점을 넘을 경우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고양이의 권리를 증진시키면서 또 너무 챙겨주면 안 된다니 난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간과 고양이 그리고 모든 생명체를 생태계의 동등한 일원으로 보는 것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길고양이 문제를 단순히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국한짓지 말고 생태적 관점에서 넓게 바라보아야 진정한 동물권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주 일요일은 길고양이들에게 배식을 하는 날이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학교를 천천히 돌며 생태적 접근을 고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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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맘은 상디와 샬롯의 어미다. 고양이는 출산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새끼를 더 이상 챙기지 않지만 빅맘은 이러한 습성과 달리 6개월이 지나서도 상디, 샬롯을 챙기는 자상한 어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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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형제’라는 특이한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작년 초 샬롯, 상디 외에 4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더 있었다. 그중 사람을 잘 따르는 아기 고양이를 ‘봄이’라고 짓고, 나머지 녀석들을 ‘봄이형제’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원인 모를 병으로 인해 한 마리를 제외한 모두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그렇게 남은 아기 고양이를 ‘봄이형제’라고 부르고 있다. 어릴 때 형제를 잃어서인지 겁이 많지만 정도 많다. 

 

  

CREDIT

김산

사진 냥침반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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