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돌아오라 소렌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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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돌아오라 소렌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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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X
고양이와 ‘돌아오라 소렌토로’​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를 더해보자. 묘하게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와 ‘그 무엇’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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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올리브향 은은한 마을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주에 위치한 소렌토를 아시는지. 우리에게는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가곡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는 유명한 휴양지다. 레몬과 올리브의 주산지이자 작디작은 이 도시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소렌토는 우리나라 부산처럼 항구에 위치한 곳이지만 절벽 위에 세워진 독특한 지형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일부러 소렌토에서도 한참 올라간 산꼭대기 숙소를 골랐다. 한 대문 안에서 주인은 안채에 살고 투숙객은 별채에 묵는 방식이었다. 이곳에서 보는 소렌토의 전경이 끝내준다는 후기도 몹시 끌렸지만 예약 버튼을 클릭한 것은 숙소 소개의 이 문구를 보고 나서였다. ‘안채에 고양이 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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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러 가는데 등산쯤이야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절벽 위, 레몬 농가에서 지내는 고양이와의 꿀 같은 시간을. 남편은 이미 도착 전부터 소렌토에서는 관광을 접고 내내 고양이들하고만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라도 갈라치면 등산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산 밑 마트에서 구매하고 단단히 준비한 뒤 숙소에 당도했다. 고양이들에게 선물할 캔도 잔뜩 샀음은 물론이다.


등산을 하느라 벌게진 얼굴로 숙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숙소의 전망을 본 뒤로 우리는 군소리하지 않고 매일 등반에 임했다. 소렌토 시내는 물론 지중해와 저 멀리 베수비오 산, 나폴리까지 품고 있는 숙소 앞 정경은 숨이 멎게 아름다웠다. 게다가 짐도 풀기 전에 레몬나무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미는 고양이들이라니! 그 깜찍한 녀석들은 우리를 봄볕 아래 버터처럼 흐물흐물 녹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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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덕은 냥덕을 알아본다


호들갑을 떠는 우리를 보며 기뻐진 주인 할머니는 선물로 직접 짠 올리브유와 손수 만든 리몬첼로(이탈리아 남부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레몬 리큐어. 불투명한 노란빛에 달콤하지만 30도가 넘는 독한 술)를 내왔다. 냥덕은 다른 냥덕을 알아보는 법. 첫날부터 국적과 언어, 나이를 넘어 마음이 통해버렸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는 고양이들 식사를 책임져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이후 내가 매일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양이 캔 따주기였다. 마음을 열락 말락 한 녀석들도 캔 하나면 ‘위 아더 월드’가 될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우리와 친해진 녀석은 논란 치즈 태비 ‘푸파’다. 푸파는 우리가 캔을 딸 기미만 보이면 일등으로 달려와 발과 발 사이를 오가며 보채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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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토는 힐링이어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푸파와의 정도 점점 쌓여갔다. 이름을 부르면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 나오는 모습에 심장을 부여잡기도 했다. 푸파가 양지바른 정원에서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 걱정이 다 무엇이냐 싶었다. 회색 태비 고양이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늘 새침하던 이 녀석이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환기를 시키기 위해 문을 열어둔 숙소 식탁 의자에 올라와있던 것이다. “너 여기 있었어?”하며 불렀더니 태연하게 눈인사를 해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 소렌토는 우리에게 ‘휴식’ 그 자체였다.

 

매일 숨을 씩씩대며 등산을 하고 여름도 아닌데 출몰한 산모기에 몸을 뜯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꿀 같은 휴식을 선물 받았다. 몸보다 마음의 평안이 컸다. 아주 오래간만에 쏟아질 듯한 별을 보기도 했고, 눈 시리게 아름다운 소렌토 전경과 고양이를 한 화면에 담는 행운도 얻었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거기 있었다. 집을 떠나 또 다른 집에 기거한 기분이다. 소렌토를 떠올리면 마음이 녹는다. 소렌토는 늘내게 여행지가 아닌 안젤라 할머니의 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소렌토로. 

 

  

CREDIT
글 사진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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