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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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동창회
조회8,653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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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생 2막

아주 특별한 동창회 

 

인연은 매개를 필요로 한다. 형제는 부모를, 친구는 학교나 회사 같은 모임을 통해 맺어진다. 얼마 전 이태원 모처에 모인 사람들은 조금 독특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힌트는 그들이 데리고 온 강아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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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동물 보호 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은 2011년 8월 활동을 시작해 매주 토요일마다 한 주도 쉬지 않고 입양 행사를 열어 왔다. 법적 공고일이 지난 유기동물들을 구조, 치료, 보호한 후 입양 보내는 유행사는 순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단체로 큰 후원 단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과 온라인 후원금, 매달 개최되는 바자회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6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유행사가 6주년을 기념하여 입양 간 강아지들과 입양자들을 한 자리에 초청해 작은 동창회를 열었다. 자체 쉼터가 없고 여러 위탁처를 통해 구조한 아이들을 보호하는 커뮤니티형 단체지만 뜻을 같이 하는 업체들과 봉사자, 후원자들이 힘을 더해왔다. 이번에도 행사 소식이 들리자 팔을 걷고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그동안 유행사를 거쳐 간 아이들은 그 수만큼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행복한 시간 속에 희미해졌지만, 강아지들 저마다 간직한 오랜 이야기들을 되짚어보는 건 동창회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며, 동물 유기와 입양을 위한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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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더의 품에서 구조된 형제

 

용산구청에서 유행사에 구조 요청이 왔다. 구내 ‘애니멀 호더’(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가 있다는 제보. 정작 본인은 사랑으로 감싸는 거라 말하겠으나 적확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다수의 동물을 키우는 건 동물 선진국에선 철저히 금지하는 학대 행위다. 가시적인 폭력이 없고 동물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엄연하기 때문이다. 구청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수십 마리 강아지의 짖는 소리 등으로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된 곳이었다. 이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토리, 마리 형제가 구조됐다.

 

유행사로 건너온 토리와 마리 형제는 각자 다른 곳으로 입양가게 됐지만, 사랑 많은 반려인들의 배려 속에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이번 유행사의 동창회엔 토리와 마리가 반려인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가족들은 서로는 물론 반려견의 형제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그 전까진 완연한 타인이었지만 이들은 명절 때 만난 친척처럼 즐거이 이야기꽃을 피웠고, 토리와 마리도 오랜만에 만난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각별한 정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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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밖에서도 웃게 된 베니

 

주말이 되면 보호소 입구로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선다. 외롭고 힘든 한 주간의 보호소 생활 끝에 만나는 봉사자들이다. 베니는 혀를 내밀고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어대며 봉사자들 품에 안겼다.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사람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바보같은 아이들이 그득한 보호소에서도 베니는 가장 사람을 반기고 하루 종일 졸졸 쫓아다니는 순진한 강아지였다. 어쩌면 주인의 친구들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문 앞에 베니를 두고, 주인은 기약 없는 외출을 떠났기 때문이다.

 

베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수년을 버텼다. 나아가 외부인들을 마중 나가며 보호소 안내견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행사 측에서 베니를 구조해 입양을 적극 주선했고, 지금 베니는 모든 구성원이 베니만을 바라보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루에 두 번씩 산책하며 풍요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베니의 가족은 그 전까지 한 번도 반려견을 키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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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파양, 입양, 파양

 

찰스는 2014년 한국에 거주하는 어느 외국인의 반려견이 되었다. 외국인이니까 강아지를 더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해주리라 여겼다. 그러나 국적만 외국일 뿐 그 또한 한국 땅에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입장인 건 똑같았다. 찰스를 입양한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한 반려인은 잦은 야근으로 정시 귀가가 연일 불가했고, 반려인이 없는 사이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찰스는 계속 짖어댔다. 인내심을 잃은 이웃들의 민원 세례는 대응하기 버거웠다. 그렇게 찰스는 입양 2년 만에 파양되어 입양 단체로 돌아왔다.

 

끝내 찰스의 손을 놓았지만 이 반려인에게 누가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찰스를 가심 깊이 사랑했던 반려인은 파양 4개월 후 다시 유행사를 찾았다. 대안을 마련해 찰스와 다시 함께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 번 강아지를 파양한 반려인에게 다시 같은 아이를 입양 보내는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려인은 절실했고, 찰스도 반려인을 그리워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재입양이 이뤄졌다. 그리고 5개월 후 찰스는 또 돌아왔다. 갑작스런 피부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왜 그가 찰스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지 않고 입양 단체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행히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찰스의 험난한 입양기를 봐오다 지금은 찰스의 영원한 반려인이 된 봉사자는 그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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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눈에 기록된 것

 

주인이 누구냐 물었을 때 답을 못할 강아지들이 많다. 분명히 누군가가 밥을 주고 잠을 재우며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관악산에서 구조된 샐리도 그럴 것이다. 샐리를 데리고 있던 이들은 인근 공사장 인부들이었다. 그들은 샐리와 엄마에게 최소한의 숙식을 제공했다. 대개 강아지들은 이 정도만 해줘도 쉽게 마음을 준다. 꼬리를 흔들며 따라다녔을 샐리와 엄마. 아무리 모진 자라 해도 가끔씩은 이들과 애정 어린 스킨십을 나누거나 가벼운 산책 정도는 나섰으리라.

 

그러나 한국의 어떤 사람들은 교감의 유무와는 별개로, 동물이 인간을 위해 기능해야 할 일이 흔들리지 않고 존재한다고 믿는다. 강아지들과 이따금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인부들은 샐리의 엄마를 나무에 목매달아 매질을 했다. 잡아먹기 위해서였다. 샐리는 이 모든 과정을 나무 아래서 지켜봤다. 주인처럼 따르던 사람들이 어미를 괴롭히다 끝내 입으로 집어넣는 순간들을. 샐리는 구조인들의 손을 강경히 거부했다. 사람의 그 손이 자행한 일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입양 전 2년 간 머물던 위탁 가정 내 반려인 한 분을 제외하곤 샐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샐리의 모든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인 입양자가 나타났고, 지금 샐리는 반려인과 산책 여행을 다니며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곽성경 

자료협조 김민정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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