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행복을 저울질하다, 노숙자의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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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행복을 저울질하다, 노숙자의 반려견
조회5,334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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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 IN NEWYORK

자유와 행복을 저울질하다

노숙자의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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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뉴욕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수많은 노숙자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꼴은 되는 듯하다. 처음 한두 번 그들을 마주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하였지만,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며 여러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저들은 왜 동물을 키우는 걸까? 스스로 먹고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가 아닐까? 밥은 제때 챙겨주고 있는 걸까?

 

의문의 구름들이 뭉게뭉게 피어났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내 반려동물 사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스테이시 교수님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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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뉴욕에서는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없나요? 아니, 합법적으로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게 되어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그들의 자유야.”

 

“그들을 걱정하거나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요?”

 

“글쎄, 종종 구걸을 할 때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나쁜 사람들이 있기는 해. 그들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더 동정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봐.”

 

순간 말문이 조금 막혔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내가 이 문제를 굉장히 한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이곳 뉴욕 사람들은 노숙자를 돈 버는 능력은 없으나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활 능력이 없다고 한들 그것이 본인의 자유를 앗아갈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을 키우는 것도 그들이 원한다면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나는 다시금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문제를 바라보았을 땐, 조금 더 노숙자와 반려견의 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아무리 노숙자라고 해도 반려동물을 못 키우게 하는 건 비인간적인 일일 수 있지. 하지만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돈이 없는데, 밥은 제때 먹일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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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나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이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장을 본 후 복잡한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가는데, 한 여성이 노숙자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자세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래엔 노숙자가 키우는 커다란 퍼그 한 마리가 벌러덩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돈을 주려는 건가, 생각하며 그들을 향해 걸어가는 중 여성이 건네는 것이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성은 노숙자의 퍼그를 위한 사료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뭔가에 맞은 듯 멍해져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급히 카메라를 꺼내 들어 그들을 찍는데 사료를 주려던 여성이 카메라를 의식하고 뒤로 조금 물러났다. 나는 몰래 사료만 주고 싶었을 뿐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숙자를 도운 게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뉴욕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난 일명 ‘버드맨’이라 불리는 노숙자 분을 떠올렸다. 새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구걸하고 있던 그와, 그를 돕던 아리따운 여성 한 분은 지금 내 앞의 퍼그의 주인과 그를 돕는 여성과 참 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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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노숙자와 행인이 반려동물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심지어 그들의 반려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나눠주는 일. 한국에선 낯선 일들이 이곳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이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그 주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삶이 길거리에 버려져 굶주린 채 쓰레기를 먹으며 사는 한국의 유기동물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길바닥 반려동물 문화’와 비교하자니 조금 서글퍼지기는 하지만, 지금껏 뉴욕에서 떠돌이 개를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떤 삶이 반려동물에게 더 나은 것이라 생각하는가? 자유가 있지만 종일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삶과 자유는 적지만 길거리에서나마 주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사는 삶.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으나 우리는 두 가지 삶을 사는 동물들에게 공히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거리의 동물에겐 언제나 타인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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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박모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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