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천 '행복한 유기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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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천 '행복한 유기견 세상'
조회4,860회   댓글0건   작성일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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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인천 행복한 유기견 세상

 

사람도 그렇듯 동물에게도 지나온 삶의 행적이 있다. 좋았던 기억, 아팠던 기억, 누군가를 만나고 또 헤어진 기억. 좋은 기억은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행복을 꿈꾸게 한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고자 몇몇 사람이 모여 작은 세상을 만들었다. '행복한 유기견 세상'을 꿈꾸는 그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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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졌으나 불행하지 않도록


2007년에 문을 연 ‘행복한 유기견 세상’, 일명 ‘행유세’는 정부 지원 없이 회원들의 봉사와 후원만으로 보호소를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단체이다. 인천에 위치한 보호소의 이름은 ‘사랑터’, 버려지거나 구조된 40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이곳에서 보호되고 있다. 행유세의 주된 활동은 법적 보호기간이 끝난 후 안락사 대기 1순위에 오른 아이들 중 매달 12~15마리의 유기견들을 사랑터로 데려와 보호하면서 입양처를 찾아주는 것이다.

 

행유세에서는 입양 전에 아이들을 직접 보고 ‘골라서’ 데려가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카페에서 사진을 보고 이 아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후에 직접 와서 다른 아이로 교체해서 데려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버려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사람이 오고 가는 것에 항상 예민해요. 동구협을 거쳐서 온 아이들이라서 친구들이 죽는 거, 입양 가는 거 다 보기도 했고요. 하림이의 경우는 사람들이 먼저 가면 막 울어요. 애들이 다 알더라고요.” 하림이는 하림각 부근에서 개인이 구조하여 오게 된 아이다. 두 번 입양을 갔지만 다시 파양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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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일가족의 방문이 있었을 때의 일이다. 1차 입양상담을 하고 가족들이 아이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방문을 허락했다. 4명의 가족이 와서 입양을 원했던 아이를 한번 안아보더니 생각보다 크다, 사진과 좀 다르다, 하며 다른 아이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때 다른 아이들은 마치 나를 안아주세요 하듯 모두 그 주변에 몰려있었다. 한번 안았던 아이를 내려놓고 또 다른 아이를 안자 바닥에 내려진 아이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를 또 내려놓고… 함께 왔던 가족들이 한마디씩 이애 저애 할 때마다 사랑터 아이들은 모두 자기를 선택해 달라는 듯 바라보았다. 결국 그 가족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우르르 떠난 후 아이들의 표정을 사랑터 가족은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규칙이었다. 

 

한마리라도 더 입양 보낼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까. 절차가 간소할수록 더 편한 것도 그들이고, 규칙 하나라도 더 세우면 그로 인한 불편을 매번 겪는 것도 그들의 몫임이 뻔한데. 작은 것 하나라도 사람의 편의보다 동물들이 상처받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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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그 마음 하나로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 몇 명이 자비로 작은 보호소를 설립했던 것이 사랑터의 시작이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후원해주는 곳도 생겨났다. 행유세를 이끌어가는 많은 운영진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원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모두 아이들을 위해서다. 

 

인터넷 다음카페 '행복한 유기견 세상'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회원들의 새 글이 올라온다. 입양 간 아이들의 소식, 대부대모들의 활동일지, 행유세의 운영일지 등 행유세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어떤 아이들이 들어왔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 보호소와 큰 규모의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해나가는 어려움을 물었다. “실시간이 아니다보니 답답해하시는 분도 계세요. 카페에서 글로 소통하다보니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병원 가는 사람, 글 올리는 사람 분담이 되어 있다 보니 소식이 조금 늦어지면 빨리 알려 달라 독촉하시기도 하고요.”

 

힘든 점을 물었는데 한편으로는 자랑처럼 들리기도 했다. 사랑터의 아이들은 보호소의 운영진들만이 아닌, 다른 많은 회원들의 보호 아래 있었다. 아이들의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지켜보는 이들이 많은 것은 녀석들에게는 분명 행복한 일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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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얼마전 행유세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누군가 사랑터 문 앞에 강아지 세 마리를 박스에 담아 버린 것이다. “뚜껑이 닫혀있어서 처음에는 박스를 버리려고 내놓은 건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한참 지나서 퇴근할 때 정리하려고 열어봤더니 강아지 세 마리가 목줄이 엮인 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거예요. 그 좁은 곳에서 배변을 얼마나 참았는지 풀어주니까 샛노란 오줌을 누더라고요.”

 

그 때 버려진 아이들 중 두 마리가 인터뷰를 하는 우리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버려진 과거를 잊었을 리 없을 텐데, 행복하고자 인간이 욕심내는 수많은 것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매우 소박한 조건을 지닐 뿐이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서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의욕도 꺾이고 허탈할 것 같았다. 유기동물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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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변했어요. 옛날에는 잡종이다, 똥개다 하면서 혼종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더 심했는데 요즘은 혼종을 입양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진 걸 느껴요. 다만 유기견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순종 혼종을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다 같은 생명이잖아요.”

 

사람의 인생에도 곡선이 있고 갈림이 있듯이, 견생도 마찬가지.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유기견을 돌보며 삶의 보람을 찾은 그녀처럼 우리 앞에 놓인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리라 믿는다. 그들이 유기견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의 생이 유기견으로 끝나지 않도록 사랑터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다.

 

 

CREDIT

​글 김지은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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