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와 산책을]사샤랑 남산걷기


 

나도작가 너와 함께한 모든 것이 추억
[야옹이와 산책을]사샤랑 남산걷기
작성자 아메슈   작성일4년전

본문

*

아침 6시. 눈은 아직 안 떴지만 알 수 있다. 작은 알람 시계가 그렇게 말한다. 긁적긁적.  5분만… 긁적긁적긁적. 이런, 이 알람은 끄는 버튼이 없다. 긁적긁적. 응응, 알았어, 네가 이겼어, 나는 항복한다. 내 작은 알람 시계가 얼른 산책을 나가고 싶단다. 

알았어, 일어났다! 라디오를 켜고, 전자레인지에 빵을 좀 데우고, 커피를 내린다. 긁적긁적. 사샤가 손잡이를 잡으려고 계속 뛰어오르고 있다. 물론 사샤는 문을 열 수 없지만, 재촉 대장! 사샤가 토라지기 전에 서둘러 가방을 챙긴다. 어디 보자…커피, 빵, 그리고 사샤가 먹을 간식. 앗, 카메라를 잊을 뻔 했다. 이제 됐다. 사샤, 갈 준비 다 됐어!

우린 남산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사샤는 열심히 확인을 한다. 전봇대, 주차된 자동차, 오토바이, 열려 있는 대문, 수거되기를 기다리는 쓰레기봉지들, 모두 다. 매일 똑같은 풍경이지만, 사샤는 마치 처음 보는 것마냥 두 눈 가득 호기심을 빛내며 확인을 한다. 때로 그런 사샤가 부럽다. 사샤에겐 매일매일이 늘 새롭고 신기하다.   

사샤, 미안, 자동차 배기통이 뭐가 그리 궁금한지 얼굴 대고 맡아보고 문지르는 너만의 시간을 방해해서. 근데 내가 좀 안고 갈게, 배에서 막 꼬르륵 소리가 나려고 하거든.

*

산 중턱쯤 될까, 남산도서관과 서울타워 사이 즈음에 나 있는 작은 오솔길. 이곳이 우리가 제일로 좋아라 하는 곳이다. 도시소음도 하나 들리지 않고, 사샤의 목줄을 풀어줄 수도 있다. 사샤와 나는 떨어지는 벚꽃잎들 사이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간다. 나무 울타리들이 나타나고, 눈앞에 아담한 산책길이 펼쳐진다. 아침 일찍 깨워준 사샤가 참 고마운 순간.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여러 장 찍어도 사샤는 별로 상관 안 한다. 한참 찍고 나면 사샤는 어느새 까치들을 쫓느라 바쁘다. 달달달, 아갸갸갹. 위협을 하다가는, 몸을 낮추고 웅크려서는 엉덩이를 들썩들썩. 일명 ‘잡고 말 거야 춤’을 춘다. 나름 겁주려고 하는 건데, 내겐 너무너무 귀여워 보인다는 게 문제!

“사샤, 어떻게 잡으려고? 저 높은 나무에 10미터는 떨어져서 내려다 보고 있는 걸. 네가 온 걸 벌써 다 알아차렸다구.”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사샤가 까치들을 향해 돌격! 큰 일이 난 것처럼 짖어대던 까치 두 마리, 사샤가 나무 근처에 가기도 전에 훌쩍 날아가 버린다는 게 문제. 돌아보는 사샤가 나 때문에 놓친 것처럼 울상이다.

“사냥 실패야? 괜찮아, 괜찮아. 다음 번엔 꼭 잡을 수 있을 거야, 가자! 가서 아침 먹자!” 

시냇가 옆 평상 위에 사샤와 내 밥상을 차린다. 따뜻한 커피와 빵은 내 몫, 생선 캔은 사샤 몫.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사샤가 맛있게 밥 먹는 걸 지켜본다. 여기에 오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더라?

*

우리가 여길 발견한 건 작년 봄. 사샤의 코는 오랫동안 꼭 막혔었다. 냄새를 맡거나 숨쉬는 것도 힘들어했다. 몇 분마다 재채기를 하고 눈가에도 늘 눈곱이 꼈다. 식욕도 떨어지는지 사샤는 많이 말랐었다. 수의사 아저씨는 사샤가 허피스에 심하게 걸렸다고, 영영 낫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처방 받아온 알약, 코약, 안약 덕분인가, 사샤의 상태는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콧물도 재채기도 사라지진 않았다.

가르랑가르랑…골골송에 정신이 든다. 아, 미안 사샤, 잠깐 딴 생각을 했어. 샤샤는 캔을 반이나 먹었다. 남은 것을 가방에 넣고 나도 커피를 다 마신 다음, 사샤가 마실 물이 있는 약수터를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사샤가 햇볕을 쬐는 동안 사진을 몇 장 더 찍는다. 사샤가 풀잎 냄새를 맡다가 맛을 보나 싶더니 바닥에 몸을 뒹군다. 아이, 기분 좋아? 우리는 이제 집으로 향한다.

그새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사샤가 안 먹으려고 발버둥치는 약 먹이고, 눈물 핑 도는 병원비에도 정신이 팔려서, 사샤를 위해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난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진짜 치료약은 순전히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남산에 벚꽃이 한창이던 어느 날, 떨어지기 전에 봐두고 싶어서 사샤를 데리고 소풍을 나갔다. 오래 걷는 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 가까운 길을 찾았다. 그러다 우린 같이 작은 오솔길을 발견했다. 바깥에 나왔을 때 사샤가 목줄을 푼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사샤는 내 뒤를 잘 따라왔다. 멀리 가지도 않고 오솔길을 따라 곧장 걸어오는 것이다. 우린 작은 평상에서 잠깐 쉬었다. 신기하면서도 즐거워져서, 난 사샤를 여기에 종종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여름 즈음이 되자 사샤의 재채기가 점점 줄더니, 막혔던 코가 깨끗해졌다. 그 후로 사샤는 더 많이 먹고 체중도 늘었다. 사샤의 감기가 사라졌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

사샤는 이제 나보다 앞서서 오솔길을 걸어간다. 저만치 먼저 가서는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친구들 몇몇은 내가 사샤한테 시간을 낼 수 있고 놀아줄 수 있어서 사샤가 행운이란다. 또 몇몇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랑 같이 지낼 수 있다니 내가 행운이란다. 누구에게 행운이든 난 그냥 사샤랑 함께라서 즐겁다.

알았어, 사샤! 이제 딴 생각 안 할게, 얼른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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