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세븐] 너는 내게로 와, 사랑이 되었다.


 

나도작가 너와 함께한 모든 것이 추억
[럭키세븐] 너는 내게로 와, 사랑이 되었다.
작성자 곤냥이   작성일5년전

본문

2012년 늦봄에, 동네를 배회하는 너를 만났지.

처음엔 스쳐지나듯 짧은 만남 이었고, 그 다음은 비 오던 밤 분식집 앞에서였다.

꼬질꼬질하고 마른 몸, 흩뿌리는 비를 피하지도 않고 길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바라보던 너에게 '밥 줄까? 나 따라오면 밥줄게' 라고말을 걸었고, 너는 정말로 그 말을 알아 듣는 듯이 '야옹!'하더니 나를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왔지.

급한대로 참치캔을 따서 주니 정신없이 먹고는 이내 집안 곳곳을 기웃대다 물을 마시고, 백내장 수술을 하시고 안방에서 몸조리 중이었던 우리 아버지에게도 가서 인사를 하던 너, 모임이 있어 늦게 집에 오신 어머니를 보고도 애교를 부려대고, 그때 네 목에는 목걸이 자국이 남아있었어.

누가 키우다 버렸던 거겠지.

지금도 생각해. 그 사람 왜 그랬을까?  왜 널 버렸을까? 넌 이렇게나 착하고 애교많은 고양이인데, 왜 그랬을까?

밥도 못 먹고 이렇게 길가에서 살게 될 거라 생각을 못 한 걸까?


정말이야. 정말로 바로 널 거두고 싶었어.

그런데 그때 우리집 사정이 정말 안 좋았어. 아버지가 작년부터 암수술 하시고, 눈 수술도 하셨고, 집안 사정도 안좋아서, 네가 너무 좋은데 선뜻 우리 가족으로 하자고 할 수가 없었어.

다행히 같은 동네, 길 건너 사는 언니가 널 키우겠다고 해서 하룻밤 집근처 작업실에서 널 재우고 언니네 데려다 줄 생각이었는데. 급한대로 박스에 담아 널 데려가려 했는데, 넌 기를 쓰고 기어이 박스에서 탈출해 다시 길로 나가버렸지.

'아, 어쩔 수 없구나' 라고 아쉬워 하며 돌아섰는데, 그 다음날 아침부터 네가 줄기차게 우리집 앞에 찾아와 문 열어 달라고 에옹에옹 울었지.


그리고 나는 네게 '설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뒤로도 계속 너를 챙겨주었고, 너는 우리 가족들과 점점 정이 들어갔지. 내가 없을때는 엄마나 아빠가 널 돌보아 주고,

종종 내 작업실까지 따라와서 밥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가고, 그렇게 한달이 지났어.


그 여름에 다시 아빠는 수술을 받으셔야 했어.

현장 둘러 보러 가셨다가 횡단보도에서 택시에 치이셔서 무릎을 크게 다치셨고, 입원하시고, 우리 가족은 병원과 일터를 오가며 생활을 했다.   

그래도 밤늦게 퇴근하는 날 보러 오는 너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보이질 않았고, 걱정되는 와중에 동네 사람에게서 그 하얀 고양이 며칠전에 다리 다쳐서 절뚝거리면서 가더라고 듣고 밤새 널 찾아 다녔어.

어디 갔었니? 설기야. 그러고 날 찾아왔었는데 나 못보고 다른데로 간거야? 라고 생각하며 울었어.


일주일만에 나타난 너는 다리를 다쳐 있었고, 그리고... 피곤해 보였어.

그 날도 비가 많이 내렸고, 요전번에 널 키워준다는 언니가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온다해서 작업실에 널 재웠어.

미안해. 나는 정말로 널 키울 수가 없었어.

다음날 언니에게 널 보내고 언니가 가끔 사진 보여준다고 그랬는데, 그러고 2주가 흘렀어. 작업실에서 밀린 일을 하느라 밤을 거의 지새고 나오는데, 네가 담장위에서 날 보고 야옹! 하고 울고는 내려와서 내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면서 인사를 했지.


'걔가 처음 며칠은 괜찮았는데, 계속 현관 문앞에 가서 울고 그러다 나가버렸어. 미안해'

언니에게 얘기를 듣고, 결심했어. 얘는 나 아니면 못 키우겠구나라고.

안된다면 작업실에서라도 널 키우고 말거라고, 그러고 부모님을 설득했지. 참 이상했어. 평소 고양이라면 질색을 하던 부모님인데, 

너는 괜찮다던 우리 부모님. 그분들도 계속되는 너와의 일들이 보통 연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대.

그 무섭다던 태풍 볼라벤 이후로 너는 우리집 식구가 되었어.


올해로 너와 함께 한지 2년이 되었네.

너는 내게, 아니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야.

네가 있어서 위태롭던 가정이 굳건해졌어.

가족들 모두, 너만 보면 행복해하고, 네가 놀랄까봐 조심들 하고, 그래도 기뻐. 너를 안고 네 심장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져.

사랑해 설기. 앞으로도 건강하고 항상 내 옆에 있어줘.(가끔 안 개켜진 이불에 실례하는건 제발 참아줘 ㅜㅜ)


*설기의 이름은 백설기에서 따 왔습니다. 하얘서 백설기 인 것도 있지만 예전에 아기들 태어나서 백일되면 오래오래 무병장수하라고 백설기 먹었잖아요. 그래서 설기도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설기라고 지었어요.


* 설기의 생일을 8월 28일 입니다. 태풍 볼라벤이 부산에 온 날, 설기가 태풍을 피해서 집에 들어와서 정식으로 우리 식구가 된 날을 얘 생일로 정했어요. 축하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시는 분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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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의견   총 2
곤냥이  
일한다고 바빠서 지금에나 댓글 확인하네요. 맨 첫 사진이 집에 처음 밥 얻어 먹으러 들어왔다가 제 집인냥 늘어지게 한 숨 주무시는 모습입니다. 초반에 3키로 정도 나갔는데 지금은 5키로가 넘는 튼실냥이로 컷어요. 그리고 집이 길가에 있는지라 지나가는 사람마다 아는 척을 하고 얘도 인기 관리 할 줄 아는 고양이라 동네 스타가 되었죠. 숫냥이라 그런가 여자들은 다 좋아해요. ㅎㅎㅎㅎㅎ~ 요즘도 집안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중인 설기입니다~
답글 0
펫러브  
막 조마조마 하면서 읽었어요ㅠㅠ 함께 살게 됐다는 대목에서 어찌나 기쁘던지ㅠㅠ 다행이에요. 둘이 인연은 인연인가 봐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설기 생일이군요!! 설기 생일 정말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설기와 맺은 인연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랄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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